재두루미 재두루미/미산 윤의섭 북녘의 재를 넘어 날아왔느냐 찬 서리 계곡에 낙엽이 젔더냐 어린 민초들 흉년들어 굶지 않더냐 한탄강 유역에 볏논 빈자리에 진객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올해도 넉넉하게 이삭을 남겼느냐 올겨울 눈이 쌓여 설국을 이룬 후에 순정의 학춤을 추게 하여라 동토.. 미산의 자작시 2013.11.27
전철 퇴근길 전철 퇴근길/미산 윤의섭 가을의 스산함이 저녁에 이르면 가라앉는 구름을 산들이 품어주네 세상의 고달픔이 하루를 끝낼 때면 귀가하는 전철 안에서 피로를 푸는 그들 한강철교를 건널 때 전차바퀴 구르는 소리 온종일 굴러다닌 피로도 함께 풀자 하네 서리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방송.. 미산의 자작시 2013.11.25
낙엽 문답 낙엽 문답/미산 윤의섭 옥 같은 속살을 감추려는 낙엽이 단풍의 치마를 뒤집어쓰고 단애의 아래로 우수수 떨어지네 먼저 떨어진 물가의 가랑잎이 부식의 전주곡을 연주하는 듯 허덕허덕 슬픈 춤을 추네 채색을 벗겨가고 영혼을 뺏어가고 고엽의 백골은 흙으로 들어가니 유유한 유수의 .. 미산의 자작시 2013.11.22
가을 가을/미산 윤의섭 온종일 졸고 있던 단풍잎이 기적 소리에 얼굴을 붉히고 배낭을 멘 중년이 두리번 두리번 플랫폼에 내리네 하나뿐인 손님을 맞는 역무원의 미소로 고독의 해우 解憂를 맛보고 백수라는 별명이 달린 은퇴자의 방랑이 시골역 앞에 서 있네 산으로 오를까 오솔길로 내려갈.. 미산의 자작시 2013.11.19
순절 殉節 순절 殉節/미산 윤의섭 옥 같은 속살을 품은 단풍잎 아침이슬과 같이 반짝일 때 단애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상강 霜降에 찬바람이 일더니 서리 맞은 낙엽의 비명이 들린다 비상과 비하 마지막 춤을 춘다 절망의 끝에서 혼이 끊어지더라도 진액을 지키는 나뭇가지를 위하여 장렬한 순절.. 미산의 자작시 2013.11.17
쌍계루 쌍계루 雙溪樓/미산 윤의섭 올해도 가을 드니 단풍 물 들어 갈참나무 비자나무 숲길을 따라 백양사 가는 길이 나를 반기네 길손의 얼굴까지 불게 물들이는 아기단풍 꽃비되어 연못에 떨어지니 쌍계루를 맴돌고 물속을 비추네 백학봉 바위 솟은 울울창창 산록에는 신필이 채색했나 촉촉.. 미산의 자작시 2013.11.14
대둔운교 大屯雲橋 대둔운교 大屯雲橋/미산 윤의섭 단풍이 붉더냐 암벽이 희더냐 현애송 懸崖松 푸른잎에 물어본다 촛대같은 암봉과 붓끝 닮은 뾰죽 봉에 금강구름다리 상선구름다리 걸쳐놓았네 찬이슬이 마를 무렵 설렁 바람이 불고 천하절경 다리 위에 어질어질 오금 저리네 신선이 능선을 내려다보는 .. 미산의 자작시 2013.11.11
대풍추경 大豊秋景 대풍추경 大豊秋景/미산 윤의섭 하늘에는 채운이 두둥실 뜨고 산줄기 구불구불 마을을 둘러치네 오색단풍이 찬이슬에 목욕한 듯 홍엽 옥골 촉촉함이 비단결 같네 옹기종기 집들은 함박웃음 짓고 문전 옥답 황금파도 출렁거리네 익은벼 농기계가 저홀로 추수하고 논벼를 벤자리는 겨울.. 미산의 자작시 2013.11.09
추흥 秋興 추흥 秋興/미산 윤의섭 강산이 불타는듯 단풍이 만발했네 옥봉에 수를놓은듯 찬란함이여 하늘에는 채운이 강산을 내려보네 계류에 물소리는 진리를 채색하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단풍무 너울너울 산짐승 뛰어놀고 새들이 날아드네 황금들 파도소리 대풍년 이루었네 옥 같은 알곡이 집집.. 미산의 자작시 2013.11.06
수덕사 가는길 수덕사 가는길/미산 윤의섭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 안개 중에 한해 산물 삼년을 먹는다는 서산을 지나 구름 속의 금북정맥 충절 깃든 예산에 드네 덕숭산 산 중앙에 수덕사 있다 하여 노송이 호위하는 절길로 들어가니 숨이 찰 듯 높은 대에 전각이 웅장하네 맞배지붕 주심포 처.. 미산의 자작시 201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