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넓히는 여름의 끝자락 여백을 넓히는 여름의 끝자락/미산윤의섭 녹음으로 가득 채운 숲의 정령 작은 바람 불 때 마다 돌 틈에 이끼 끼고 맑은 물이 고이는 푸른 물가에 텅 비운 허공을 수평으로 떠안았네 독서의 삼매경을 정자 바닥에 깔고 매미와 합창하는 여백의 풍경 입속에서 흥얼흥얼 낭독의 유희 책장에 .. 미산의 자작시 2014.08.20
피서지 피서지/미산 윤의섭 매미 우는 나무 아래 멍석 바위가 누워 있다 뒷산의 숲에서 온 나들이 바람이 멍석자리를 할 듯이 지나간다 앞들의 논벼는 이삭을 잉태하여 둔한 몸짓으로 바람을 맞는다 더위를 피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마을의 터전에는 한가로움에 차 있다. 미산의 자작시 2014.08.20
풍만의 계절 풍만의 계절/미산 윤의섭 보릿고개에 풀뿌리 삶아 먹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살구나무에서 누런 살구를 몰래 따 먹고 얼굴 붉혔지 천수답에 물을 퍼대는 고역이 아니라면 뒷산에라도 올라가서 계곡에 익은 산딸기를 따 먹으련만 고난의 농사에 허리가 굽고 빈약해진 몸뚱이는 철을 만.. 미산의 자작시 2014.06.23
6.25를 묻는 손자 6.25를 묻는 손자/미산 윤의섭 누런 보리밭 속의 둥지에서 종다리 새끼 날아오르면 보리 수확 시작하고 아카시아 꿀을 딴 양봉인은 밤꽃 대간을 종주하는 추억의 길을 따라가네 심산에는 천혜의 약초 자라고 들녘의 백곡은 씨 세워 푸르니 하늘의 가호로 무럭무럭 자라네 6.25 조상의 안부 .. 미산의 자작시 2014.06.09
천년의 울음 천년의 울음/미산 윤의섭 쇠둘레(鐵圓)란 옛 이름은 아는 이 없고 금단의 땅속에는 궁예 고성 숨어있네 피안에 이른다는 도피안사 아쉽고 왕건에 쫓긴 궁예는 명성산에서 울었네 김종오 9사단의 열두 번 교차 점령 큰 공이여 삼천 희생으로 일만 중공군을 격멸하였네 백마고지 전투에서 .. 미산의 자작시 2014.05.18
겸허의 미학 겸허의 미학/미산 윤의섭 낮은 곳에서 사물을 보면 그 뿌리까지 살필 수 있어 전체를 보는데 부족함을 채워주고 열정과 극기에도 흔들림이 적으니 겸허의 낮은 자리는 성공하는 데 있어 훔쳐서라도 쓰는 도구이다 기 技와 예 藝 그리고 영혼이 신기에 도달하는 경쟁의 꼭대기에 가서도 .. 미산의 자작시 2014.03.20
매화꽃 붉게 피면 매화꽃 붉게 피면/미산 윤의섭 비로봉의 빙암 氷岩이 녹을 무렵 잔설이 흩어지는 바람이 불고 금강산 신계사에 양지 뜰에는 매화 꽃이 봉울봉울 얼굴 붉히네 남녘의 스님들이 올해도 올까 기다림만 궁금하고 소식 없이 없네 60년 이산 혈육의 한 서린 만남은 온정각 안에서만 메아리치네... 카테고리 없음 2014.03.11
꽃제비의 춤 꽃제비의 춤/미산 윤의섭 눈 서리 매서운 추위보다 더 무서운 배고픔 그것이 무엇이길래 수없이 헤매고 구하려 해도 배려의 낮은 곳이 없는 겨울 동산 굶어 죽느냐 얼어 죽느냐 그것이 문제이랴 따스한 손길의 골목이 없어 반항의 상상으로 끝나는 시간 그것이 문제로다 상처 입은 마음.. 미산의 자작시 2014.03.02
잔설의 계절 잔설의 계절/미산 윤의섭 봄이 오는 듯 순한 날씨에 잔설 틈에서 생명의 요정이 솟아오른다 백두대간 동쪽에는 폭설이 짓궂어 지붕을 무너트리고 인명을 앗아가네 금강산 이산가족 만남의 설렘도 잠시이고 기약 없는 헤어짐을 강요하는 우수광대여 60년 눈물 흘린 꼬부랑 할매의 지팡이 .. 미산의 자작시 2014.02.23
고독을 찾아가는 산책길 고독을 찾아가는 산책 길/미산 윤의섭 눈 자국을 지우며 산길에 든다 한 발짝 두 발짝 발걸음을 옮긴다 나목의 가지에 아기 열매들이 서리가 녹아서 빨갛게 반짝인다 눈 덮인 돌 옆에는 옥수가 흐르고 쫓긴 듯 숨찬 작은새가 목을 축인다 고독은 누구와 놀고 있는지 소나무 옆의 바위에 .. 미산의 자작시 201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