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시집 제2집 물매화 60~116(필)
60. 산정 山頂 61. 죽미령 62. 계류 溪流 63. 백합 64. 비무장지대 65. 우후계류 雨後溪流 66. 심우 尋友 67. 갈치호 葛峙湖 68. 수리사 修理寺 69. 칠석의 노래 70. 심추 尋秋 71. 황혼 72. 반딧불이 날 던 여름밤이 지나고 73. 물 향기 수련 睡蓮 74. 추석 대목 75. 추석 밑 76. 외상값 77. 모래밭의 고요 78. 황금물결 79. 디지털 시대 한글 80. 수덕사 가는 길 81. 서해 82. 농악무 農樂舞 83. 추흥 秋興 84. 대풍 추경 大豊秋景 85. 재두루미 86. 대둔운교 大屯雲橋 87. 쌍계루 雙溪樓 88. 순절 殉節 89. 가을 90. 낙엽 문답 91. 추억에 잠겨 92. 서해 제일 경관 천리포 93. 여름 94. 꽃밭에서 95. 세월과 같이 가는 우정 96. 우후연화 雨後蓮花 97. 아우라지 98. 동무생각 99. 시 詩를 읽는 마음 100. 피서와 독서 101. 여름 어느 날 102. 수평위에 핀 수련 睡蓮 103. 밤비 104. 처서풍 處署風 105. 화풍 禾風 106. 허공 107. 기다림 108. 포도향 109. 추상 秋想 110. 물매화 111. 회상 回想의 계절 112. 추심 秋心 113. 낙엽의 임종 114.청포도 향기 앞에 115. 가을을 걷는 나그네 116. 임을 기다리는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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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산정 山頂
산등성이 바위에 홀연히 올라보니 앞산의 봉우리 멀리 있는 봉우리들 흰 구름 오고가도 시비하지 않네
꽃 피고 잎이 나는 바람향기 계곡에 뉘어놓고 녹음 이불 덮어주니 뻐꾸기 우는소리 그 사연 궁금하네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 싶은 마음 바다로 뻗은 저 산줄기 강물이 동행하니 가보지 않아도 알 듯 하네.
61. 죽미령
수원 뜰 논배미 모내기하다 팽개치고 피난 행렬 끝없이 남으로 이어진다
남진하는 공산군이 떡전거리에서 죽미령을 향하여 탱크 야포 쏘아댄다
귀 막고 눈 막고 잠 못 이룬 피난민 비에 젖은 반월봉의 밤은 길기만 했다
스미스 진지에서 장렬히 산화한 유엔군의 7.5 의용을 잊을 수 없다.
62. 계류 溪流
속삭임의 소리를 시샘하던 장마로 절정을 이루는 숲의 명성 鳴聲
장마에 밀려온 계곡의 돌들 흙탕물이 미처 씻기지 않은 수줍은 얼굴로 흐르는 물에 기댄다
둥글둥글 박힌 돌 들이 시비하지 않고 받아 줌은 세어진 물살을 막아주는 버팀 돌이 되기 때문이리.
63. 백합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 눈 아래 시내에는 잔물결 치네
들을 지나 멀리 야산 봉우리 띄엄띄엄 봉울 봉울 제멋을 낸다
열정의 파랑 잎은 녹음을 짓고 성실한 열매는 제 각기 붉어졌네
꽃잎의 안무는 백조의 호스 예엽 藝葉의 소리는 전원 교향곡
백합꽃 순정 향기에 취하고 고개 숙인 예쁜 마음 눈길을 끄네
바닷가 머드 욕에 천렵의 어죽탕 정렬이 절정인 7월의 서정이여.
64. 비무장지대
휴전선 철조망은 녹슬어 가고 서해 북방 한계선엔 파도만 치네
철망넝쿨의 산머루 60번째 열리고 임자 없는 허공에는 해와 달이 지키네
북으로 향하는 두루미 날개 펴고 습지의 주인이 된 고라니가 뛰노네
뜸부기 우는 7월이면 뜸북뜸북 목메어 우는 소리 올해도 들리겠지
위대하고 장엄한 대자연의 힘이여 섬세하고 정 어린 마음으로 생명이 띄게 하소서 적대감 없이 함께 뛰노는 동산이 되게 하소서.
65. 우후계류 雨後溪流
긴 장마에 물이 불어 벽계 옥수가 넘쳐흐르니 폭포 이룬 격류의 낙수 바위 찍는 소리 우레 같구나
이 골짜기 저 골 물이 백옥류 청옥류 용트림 휘돌아 용소에 모인 물이 마당바위에 넘치니 여울 치며 급하게 흘러내리네
폭포수 우렛소리는 성현의 명언을 들은 듯하고 백옥 청옥의 유태 流態는 선녀의 구름 춤을 보는 듯하다.
............................................................................................................... 사색 한 모금 금년은 기후변화기이후 처음 경험하는 장마 같은 느낌을 갖는다. 전통적인 계절풍에 의한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장마가 아니라 북녘에서부터 장마전선이 형성되어 상하이동을 하는데 그 축이 휴전선근처에서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긴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영호남은 장마 기간 중 비한 점 없이 땡볕과 열대야가 지속되어 특이하다. 이상한 장마로고! 변하는 시대에 기후변화까지 마음을 놀라게 한다. 휴전선 근처 철원근방의 호우로 골짜기마다 물이 넘친다.
66. 심우 尋友
땅속의 흙이 호밋살에 드러나니 울퉁불퉁 알감자 두근거리고 흙살 틈에서 나온 땅강아지들 그도 두근거리며 재빨리 흩어지네
밭두둑에 서 있는 옥수숫대 마른 수염채 자루 꺾어 따내고 겉껍질 명주 속옷을 벗기니 구술 백이 옥수수 알이 두근거리네
마당 끝에 걸어 놓은 무쇠 솥에 겅그레 얹어 옥수수 감자 찌고 단물 김이 서리며 향취를 피우니 개다리소반 앞의 주객主客이 두근거리네.
67. 갈치호 葛峙湖
수리산 무릎 아래 애기봉 오형제가 호수를 에웟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네
수정 같은 수평 위에 오리가 내려 앉고 수변의 들국화 애기꽃이 피었네
달밤이 고요하면 항아가 내려와 옥탕에 몸을 씻고 용궁왕자 만나는 꿈을 꾼다네.
68. 수리사 修理寺
태초에 솟아 오른 산 태을봉에서 구름을 탄 산줄기가 슬기봉에 이르니 천초 만수 千草萬樹 골마다 가득하네
괴암 위의 천년노송이 용트림하며 샘물터의 오백년 느티나무 이끼 끼고 계곡에 퍼지는 풍경소리가 청아 하네
인경각 일주문이 정갈하게 서 있고 대웅전 나한전의 선각 先覺을 대면하는 불자 佛子의 염불이 유구하고 경건하네
아! 정남을 조감하니 가슴이 탁 트이네 수원 넘어 칠보 화산花山 명승이 줄을 잇고 가물가물 야산들이 셀 수 없이 널려 있네.
69. 칠석의 노래
북두칠성 자루가 남쪽을 향하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기 위해 오작교가 놓인 다는 칠석이라네
소치는 목동의 기상이 뛰고 베 짜는 아가씨의 순정이 싸여 자연의 섭리로 사랑 맺기 하였네
일 년에 한 번만 만나는 기쁨 침묵에 결핍에 낭만을 터트리고 융합에 희열감에 횃불 같이 타오르네
그대들의 사랑을 축하하는 밤 견우직녀 눈물의 뜨거움이여 우주의 별똥처럼 휘날리거라.
70. 심추 尋秋
여름이 길어졌나 더운 날씨는 일상이 되고 매일 비가 온다는데 갈증이 이어지니 도시는 열대야에 밤잠 못 자고 공업생산에 전가가 모자란다네
녹음 속에 숨어있던 청량한 바람 산 아래 들로 내려오고 뭉게구름 타고 내려온 서늘한 바람 전원에 이르면 가을이 온다는데
이삭이 솟아오르는 볏포기 사이 메뚜기 몇 마리가 흩어지고 키다리 수수 이삭 고개 숙여 인사하네
오곡이 익는 소리 속삭이듯 들리고 백과의 오색 향기 전원에 가득하네
여보시오 농부님 올해도 포도 맛이 달콤하더이까 푸른 하늘 높은 구름 청랭한 가을을 찾아 나선다.
71. 황혼
찬란한 영화를 누리는 그대여 즐거움의 빛은 어떤 것이며 슬픔의 그늘은 어떤 것인가요
아침엔 희망의 울음소리가 있었나요 밝음의 환희를 보았나요 새로운 만남의 놀라움이 있었나요
성장의 아픔이 길게 느꼈나요 성취의 기적을 맞보았나요 사랑의 격동은 아직도 생생한가요
이기에 취하다 실패에 울었나요 나눔의 마력을 알지 못한 범인이엇나요 구름 같은 봉사의 기회를 놏였나요
실패의 비굴함에 울기만 하였나요 각고 노력하여 재기한 신통력이 있었나요 미완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았나요
천둥 치는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억수장마 비 퍼붓는 날에도 지조와 인내로 사람의 도리를 지켰나요
북풍의 찬바람 살을 에는 듯 춥고 백설이 산을 덮어 만물이 잠자는데 고독과 절제의 수련을 하였나요
양춘에 꽃피고 성하의 녹음 유수 가을의 결실 얻어 오색의 추수 풍경 세상의 득실을 골고루 맛보았나요
저녁의 태양이여 찬란한 저 황혼이여 구름의 원색은 어떠하였고 물에 비치는 반사는 무슨 색이며 산봉우리마다 제각각 무슨 색이요.
길어진 인생에 덤으로 얻은 저 찬란한 빛 신생 물감 얻어다가 색칠해 본다 봉사의 색은 보라색으로 긍정의 색은 푸른색으로 사랑의 색은 붉은색으로 신뢰의 색은 희고 검은 겹색으로 오색을 채운다.
72. 반딧불이 날 던 여름밤이 지나고
여름에는 반딧불에 의지하고 겨울에는 흰 눈에 비춰 읽어 형설의 공을 쌓았다는 독서의 땀은 마음의 담글 질을 알게 하는 고사요
LED 조명에 도서관에 인터넷에 만권의 책을 읽고 신들린 글을 쓰기 독서의 호기심이 춤추게 하고 창조의 동력이 책 속에 있네
반딧불이 날 던 여름밤이 지나고 책 읽기 좋은 가을날을 맞아 국화향기 풍기는 책장을 넘길 때 명현의 글귀 찾는 기쁨이 솟네.
73. 물 향기 수련 睡蓮
필봉의 그림자가 맑은 물에 드리울 때 물향기수목원의 수련이 피면 나무 사이 숨어든 아침 햇살이 수평 위를 핥는다
명주실 느린 듯 김이 피어오르고 개구리가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면 입질하던 붕어가 물결치며 숨는다
진흙에는 겸손의 뿌리를 박고 물속의 줄기는 단련으로 떠받드니 연잎을 펴고 잠자든 수련이 방긋이 눈을 뜬다.
74. 추석 대목
진 장마 마른장마 다 지나고 태풍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곡백과 익어가네
가물과 풍수해로 병충해까지 쭉정이 열매 골라내고도 평년 수확은 되더이까
비닐이며 비료며 농약이며 종자대며 농기구 전기 연료 수세 水稅까지 높은 임금 줄 수 없어 품앗이도 어려웠지
쌀값은 묶어놓고 매상을 제한하니 일 년 농사 한 번뿐 부채만 쌓이고 자식 교육 노부모 봉양 미풍양속 무너지네
대형마켓에 나가보니 현란한 수입농산물에 눈이 놀라고 추석맞이 택배가 분주하게 오가네
지역농산물 애용하는 로컬푸드시대는 언제 오려나 올 추석 대목에도 농부 마음 애태우네.
75. 추석 밑
가을바람이 슬쩍슬쩍 배나무 밭으로 기어든다
누렇게 익은 배가 나무에서 흔들흔들 흔들거린다.
윤기 흐르는 촉촉한 잎이 두툼하고 껍질 두툼 나무줄기 향기를 뿜는다
얼마나 달까 숙성 도를 재는 손길 과수원주인이 두근거린다
태평한 올해 추석 오곡백과 진설하여 조상숭배 후손번영 기원하련다.
76. 외상값
내일 모래 추석은 돌아오는데 밀린 외상값 치르지 못한 영세서민 생명같이 쌓은 신용 잃을까 걱정하네
남들은 신용카드로 쌓인 부채도 은행관리 재산이라고 평가받아 거래실적 인정받고 우대한다는데
손안의 작은 거래 현금만 쓰다 보니 작은 돈주머니는 가난의 주머니 신용 위해 뛰는 몸뚱이만 고달프네.
77. 모래밭의 고요
추석을 보낸 후의 다도해의 섬들은 아침의 고요를 울고 있다
혈육애의 단장이 서러웠을까 지키기 어려운 고향의 신들 억 겹의 연을 끊을 수 없어 울고 있을까
멀리서 들리는 통통배 기적 소리 목쉰 듯이 수면을 치고 물속을 회유하는 고기 떼 미음 微音이 떤다.
78. 황금물결
벼이삭 여물리는 바람이 스칠 때는 황금물결 들녘에 허수아비 춤을 추네
높아진 푸른 하늘 채운이 뜨고
공허한 심사에 굶주린 나그네 금파 金波에 푹 빶어 젖어보고 싶네.
79. 디지털 시대 한글
말은 감성이 살아 움직이게 하고 문자는 말과 생각을 글로 나타내니
말과 글을 가진 민족은 창조와 통합이 뛰어나 문명국을 건설하여 행복한 생존을 영위하는 것
간단한 구조 쓰기 쉬운 한글의 자음과 모음 음소 音素의 기계 입력 디지털 조합이 무한하구나
IT 지식정보 선진국으로 세계에 우뚝한 대한민국 한글 사랑 나라 사랑 세종사랑 만세.
80. 수덕사 가는 길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 안개 중에 한해 산물 삼년을 먹는다는 서산을 지나 구름 속의 금북정맥 충절 깃든 예산에 드네
덕숭산 산 중앙에 수덕사 있다 하여 노송이 호위하는 절 길로 들어가니 숨이 찰 듯 높은 대에 전각이 웅장하네
맞배지붕 주심포 처마받침 고색창연한 대웅전 그 아래에 황하정루가 겸손하게 마주하니 수덕 修德의 도량으로 경건함을 더하네.
81. 서해
탁 트인 바다의 푸른 물결 안개도 먹고 구름도 삼켰네 바다의 흰 새가 가물가물 멀어지네
황금산의 코끼리 바위 앞에 썰물 지면 갯벌의 등이 솟고 밀물 드니 창해 물결 가없이 넓어지네
좁쌀같이 작아 속절없는 인생 한 잎의 쪽배처럼 겸손해지며 명리를 청파에 씻어버리네.
82. 농악무 農樂舞
하늘이 가호하고 땅이 도우사 한해 농사 공들여 풍년 이뤘네
추수의 흥겨움에 어깨춤 추며 함께한 이웃과 축제를 벌이네
5천 년 유구한 벼농사 풍토 다듬고 혁신하여 수확률을 높여
후세에 복지 福地로 물려주는 영매한 민족의 지혜 모으세.
상쇠 춤의 발놀음 디딤새 춤사위 마다 마디 장단이 흥을 도우네.
83. 추흥 秋興
강산이 불타는 듯 단풍이 만발했네 옥봉에 수를놓은듯 찬란함이여 하늘에는 채운이 강산을 내려 보네
계류에 물소리는 진리를 채색하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단풍무 너울너울 산짐승 뛰어놀고 새들이 날아드네
황금들 파도소리 대풍년 이루었네 옥 같은 알곡이 집집마다 채워지니 추수 가공 유통에 정성을 모은다네.
84. 대풍추경 大豊秋景
하늘에는 채운이 두둥실 뜨고 산줄기 구불구불 마을을 둘러치네
오색단풍이 찬이슬에 목욕한 듯 홍엽 옥골 촉촉함이 비단결 같네
옹기종기 집들은 함박웃음 짓고 문전옥답 황금파도 출렁거리네
익은 벼 농기계가 저 홀로 추수하고 논벼를 벤 자리는 겨울보리를 파종하네
올해도 제값을 받고 싶은 농심 소비자를 배려하는 공매 값이 고민일세.
85. 재두루미
북녘의 재를 넘어 날아왔느냐 찬 서리 계곡에 낙엽이 젔더냐 어린 민초들 흉년들어 굶지 않더냐
한탄강 유역에 볏논 빈자리에 진객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올해도 넉넉하게 이삭을 남겼느냐
올겨울 눈이 쌓여 설국을 이룬 후에 순정의 학춤을 추게 하여라 동토의 암흑에도 빛이 가도록 확 추거라.
86. 대둔운교 大屯雲橋
단풍이 붉더냐 암벽이 희더냐 현애송 懸崖松 푸른 잎에 물어본다
촛대 같은 암봉과 붓끝 닮은 뾰족 봉에 금강구름다리 상선구름다리 걸쳐놓았네
찬이슬이 마를 무렵 설렁 바람이 불고 천하절경 다리 위에 어질어질 오금 저리네
신선이 능선을 내려다보는 듯 한 삼선바위 하산길 쉬는 참에 도토리묵은 보약이로고.
87. 쌍계루 雙溪樓
올해도 가을 드니 단풍 물들어 갈참나무 비자나무 숲길을 따라 백양사 가는 길이 나를 반기네
길손의 얼굴까지 불게 물들이는 아기단풍 꽃비 되어 연못에 떨어지니 쌍계루를 맴돌고 물속을 비추네
백학봉 바위 솟은 울울창창 산록에는 신필이 채색했나 촉촉하게 빛나는 오색단풍이 불타는 듯 설렁이네
어수선한 세상 가라앉아 평안해지면 그대를 모시고 누상에 올라 천하제일 정자 태평성대 누리고저.
88. 순절 殉節
옥 같은 속살을 품은 단풍잎 아침이슬과 같이 반짝일 때 단애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상강 霜降에 찬바람이 일더니 서리 맞은 낙엽의 비명이 들린다 비상과 비하 마지막 춤을 춘다
절망의 끝에서 혼이 끊어지더라도 진액을 지키는 나뭇가지를 위하여 장렬한 순절의 낙엽무 落葉舞를 춘다.
<시 노트> 잔인한 11월, 고 변성우 전 차우회장과 고 김해상 회우의 영전에 명복을 비면서 퇴직 후 망망대해에 버려진 고아와 같은 방황에서 상린 相隣의 생명력을 다시 찾아 제2의 인생을 깨워주며 모임의 역동적 활력을 일으켜주시던 임의 갑작스러운 사별에 놀랍니다. 마치 아침이슬처럼 짧은 순간의 인생 그리고 우정 그 무상함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한번 맺어진 우정을 절의로 지키고 순절의 마음으로 떠나신 선배 우의 발자취를 음덕으로 삼아 추억을 가슴에 담고 사는 우리들의 숭고한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89. 가을
온종일 졸고 있던 단풍잎이 기적 소리에 얼굴을 붉히고
배낭을 멘 중년이 두리번두리번 플랫폼에 내리네
하나뿐인 손님을 맞는 역무원의 미소로 고독의 해우 解憂를 맛보고
백수라는 별명이 달린 은퇴자의 방랑이 시골역 앞에 서 있네
산으로 오를까 오솔길로 내려갈까 뜬구름을 쳐다본다.
90. 낙엽 문답
옥 같은 속살을 감추려는 낙엽이 단풍의 치마를 뒤집어쓰고 단애의 아래로 우수수 떨어지네
먼저 떨어진 물가의 가랑잎이 부식의 전주곡을 연주하는 듯 허덕허덕 슬픈 춤을 추네
채색을 벗겨가고 영혼을 뺏어가고 고엽의 백골은 흙으로 들어가니 유유한 유수의 물소리만 낭랑하네.
91. 추억에 잠겨
새소리 들리는 마을 동산 밤나무 꽃향기 퍼지며 초가집 장독대에 간장이 익어 가고
되새김질하는 여유 빨랫줄에 널린 분홍치마 펄럭펄럭
뒷산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
드론에 자율주행 농기계 로봇 농사 꿈같이 돌아가니 잊혀 가는 풍경 아쉽기만 하구나.
92. 서해 제일 경관 천리포
산도 아니요 들도 아닌 농원 풍경이 시원시원 바다가 보일 듯 그려보며 찾아가네
천리포 수목원의 푸른 보석들 연못에 드리운 목련 나를 반기듯 얼굴 붉히네
꽃길을 걷고 숲길을 지나 나무들이 즐비한 마당 수선화 군락이 청초하구나
전망대에 오른 시원함이여 망망대해 푸름 해변의 모래밭 희디흰 빛이여
정의 중의 으뜸인 대의(大義) 나무를 심은 벽안(碧眼) 선생 '세계 아름다운 수목원' 이름을 올렸네.
93. 여름
강이 구비 도는 영산에 봄꽃이 붉고 싶어도
과일 따기 서두는 여름이 재촉하네
제철의 과원은 바쁘기만 한데 외래 과실이 저 먼저 왔네.
...................................................................................................... 올여름은 5월 초부터 시작하는 듯 무더위가 일찍 찾아 왔다. 대선을 치르는 기간에 지나 가버린 봄철을 무심히 지냈는지 봄의 이야기를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가뭄에 메말라버린 대지에 농부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세계화 무역 개방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외국 농산물이 대형마트 매대의 중심을 외국 과일이 차지하고 있다. 토종 과일은 과수원에서 농부의 손길이 바쁘지만, 가뭄에 성장이 더디고 비닐하우스 재배법으로 하는 경우도 높은 임금에 타산이 맞지 않아 한숨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십조 원이라는 엄청난 농가 지원금을 수십 년간 썼다고 하는데 농가는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영농의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농업 경영의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해본다.
94. 꽃밭에서
6월의 꽃은 탐스러워요
흙 속의 진실을 빨아올린 찔레꽃 장미꽃
꽃향기 아름다워 숲을 찾은 가인이여! 2대에 미치는 그 흔적 미풍은 알지요.
.............................................................................. 67년 전 6.25전쟁 때 목숨 바친 영웅이 163.000위인데 29.000위는 가족 품을 거쳐 현중원에 모셔져 있지만, 82%(133.000위)는 전쟁터에 남겨져 찾지 못하고 있다. 그중 약 40.000여 위는 북한과 비무장 지대의 우리 강산에 남겨져 있는 것으로 추정 한다. 최근까지 9.000위의 유해를 발굴하여 모셨다고 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금도 지키지 못한 전우의 약속 흔적을 찾아 격전지 잔해를 끝까지 수색하고 있다고 한다. 2대(67년간)에 미치는 그 흔적 미풍은 알지요.
95. 세월과 같이 가는 우정
세월이 흘러도 잊어가는 것이 많아도 그대 참 좋은 우정의 마음을 잊을 수가 없구려
고독이 많은 법인데 병이 잦아 앞은 기억도 총기가 아름다운 배려의 마음 잊을 수가 없구려
작은 것을 보아도 즐거움으로 만들어 내는 지혜의 빛의 소리 잊을 수가 없구려.
96. 우후 연화 雨後蓮花
비 온 듯 고요함이 맑아짐인가
내 마음 물속에 담아 둔 듯이
진흙 속 뿌리들이 우는 소리
연꽃 한 송이 피어 올린 잎사귀
꾸불꾸불 구절 계곡 흐르는 소리
아우라지 전설 여인 물소리에 흐르고
푸른들력에 보리 꽃이 피면
99. 시 詩를 읽는 마음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맑아진 마음에는 창의를 담고
꿈이 있는 세상을 보고
시를 가까이하면 배움의 즐거움을 얻는다. 깨닫는 것 보다 소중한 것이 없고
시를 좋아하면 감사와 봉사를 알게 된다. 감사는 나를 기쁘게 하고
시를 읽으면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시를 읽으면 배려의 넓음을 안다 시를 읽으면 나의 위치를 알게 된다.
100. 피서와 독서
선각자의 글을 읽는
초야에서 일어나 군웅을 제패하고
병들고 불우한 우생들을 구제하여
억조창생을 구하고자
위난과 핍박받은 약자들을 보호하고
어둠의 고난을 광명의 희망으로 창의와 창조 개척의 선구자들 인류의 복지를 얼마나 높였느냐
혁신의 혁신 이룬 산업화 인류복지 산업 혁명 주도하는 세계무대에서 드높아진 한국의 위상 찬란하더냐
구슬땀이 흐르는 무더위에도 가슴 설레는 독서의 바다에는
101. 여름 어느 날
청산이 푸르더냐 계류가 흐르더냐
나무 위의 둥지 떠난
옥으로 된 돌 자리에
바람이 분다.
102. 수평 위에 핀 수련 睡蓮
비가 자주 오고 물이 많아지니 연못의 물이 정화되고 수평이 넉넉하다
낮에는 일광 日光이 밤에는 월광 月光이 여름을 익히더니
파란 잎 덮인 수평 위로 수련이 피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부끄러운 꽃잎
수평선의 생물들이 부끄러운 마음 간직한 채 가을을 향해 달려간다.
103. 밤비
퍼스널 컴퓨터 테이블위에
104. 처서풍 處暑風
구름을 타고 온 듯 깨끗한 바람 나는 듯 가벼워져 강산에 들어가네
계류의 물소리에 귀를 씻는 듯 잔솔밭에 오솔길로 발길을 옮기네
바위 틈바귀에 뿌리내린 솔
산마루 올라보니 금수강산이 펼쳐있고 오곡백과 무르익는 고마운 바람
하늘이 내려주신 옥토에 풍년들어
105.
화풍 禾風 넓게 넓게 퍼저라.
....................................................................................... 한국의 농업의 새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반세기 보릿고개의 배고픔의 한을 해결 하고 쌀의 생산이 소비량을 앞지르는 경이로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수해 한해가 연속하여도 풍년을 계속하는 농업기반은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도시 화로 이농하여 농업인구가 급격히 줄고, 식량 생산의 과학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젊은 이와 농업 참여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른바 도시인의 귀농이 증가하면서 농업의 부흥? 아니,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토는 기반시설도 우수하지만, 기후 등 자연조건이 신 농업에 유리할 뿐 아니라 수요부문에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수십억의 인구를 맞대고 있기 때문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의 융성을 기대한다.
106. 허공
청산의 푸름은 예나 변함없고
청춘은 아득히 추억으로 흘렀고
첫사랑 아득히 그러나 찬란한 기억들 잊을 수 없는 허공에 메아리만 울리네.
107. 기다림
산새 소리 들리는 오솔길에 들어가니
떡갈나무 가지에 새집이 있었고
물가의 작은 돌에 걸터앉아서 물소리 새소리 고요함에 빠젔네
지나간 옛 추억이 주마등같이
108. 포도향
터질 듯 한 포도송이 향이 풍기고
탐스러운 포도 속살이 수줍어 할 때
사랑이 익었느냐 포도가 익었느냐
높고 푸른 하늘 흰 구름이 터질 듯 백과 익는 가을 열매 속살이 가득가득.
.................................................................................. 풍년이란 말이 있다. 현대 도시인은 수많은 정보 홍수에 밀려 바쁜 일과에 밀려 짧은 가을을 보낸다. 금년 10월 초에는 개천절 추석 한글날 등 공휴일이 연속적으로 붙어 있어서 토 휴일과 합쳐 긴 휴가를 맞게 되었다. 정부는 근로 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많음을 고려하여 근로시간 단축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후일을 권장하고 소비를 증가 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여 이번 연휴 기간에 끼어 있는 근무일 하루를 임시 휴일로 지 정하였다. 모처럼 장기간의 휴식 기간이 생겼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이와 무관하다. 더구나 고령자들이 농촌을 지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고양에 연고인이 있는 도시 인은 귀성 돌봄이 일어났으면 한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 여행하는 사람이 국제공항을 붐비게 한다고 한다. 그것도 좋지만.
109. 추상 秋想
들국화가 저 홀로 피어 날 때면 산 높은 맑은 바람 소리 없이 내려오고 수줍어진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기웃거린다
높이 뜬 뭉게구름 한가로이 떠 있고 줄지은 기러기 떼 하늘 길을 낼 때면 북쪽의 하늘에 오색그림 그려본다
잘 익은 풀 맛에 살이 찐 말이 뛰고 국화 향에 빠진 사랑의 몸뚱이는 이산 離散 혈육 생각에 추월 秋月이 길다
폭음 爆音 소리에도 가을은 올 것이고 열매 익게 하는 서리 오겠지 인터넷 편지라도 오지 않을라나.
110. 물매화
산 중턱 바위틈 단아하게 피었네
바람 소리 들으면서 피어 올렸네 물매화의 잔영이
.......................................................................................................... 사색 한 모금 물매화는 큰 산 중턱에 바위 밑이나 습한 곳에 한 뼘 크기의 꽃대 하나에서 매화 같은 꽃이 한 송이씩 가을에 피는 풀꽃으로 매화와 같은 모양을 하여 등산인 들의 사랑을 받는다. 겨울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이에게 마음은 봄 부터 가을에 야생초가 피는 산으로 간다.
111.
회상 回想의 계절 산새 소리 들리는 오솔길에 들어가니
앉아서 쉴 만한 작은 돌이 놓였고 나무 밑동 구멍에 다람쥐가 살았지
부귀영화를 희망 것 누렸느냐 질곡의 고해에서 피안 彼岸을 보았느냐
112. 추심 秋心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이 불고 밤나무 숲에는 아람이 떨어진다
산등성 억새꽃은 희끗희끗 흔들리고 단풍잎이 수줍어 얼굴 붉힌다
이산 60여 년 기억이 희미해 슬퍼 진 희망의 들국화 향기 또 한 해를 보내며 세월을 세고 있다.
........................................................................................ 80을 넘긴 고령의 이산가족이 눈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만 나는 꿈을 마음속에 품고 말년을 보내는 늙은이의 애끓는 사연을 외면하는 남북 분단 정치, 그 비극은 지금도 끝이지 않고 있다. 대결로 장벽을 만드는 잘못된 분단 정치. 고령화로 작고하는 이산가족이 대부분이니 얼마 남지 않았다. 분단 후 몇 차례에 걸쳐 2일간 잠깐 면회를 허락하고 강제 분리시키는 남북 이산가족 면회 행사는 비인도 성 이 세계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인륜을 강제로 파괴하는 북한 공산정권(유물사관의 극치) 의 나쁜 관행을 고치는 전기를 마련하기를 고대한다. 세계 인권 단체에 제기하고, 유엔 안보 이사회에서 강력히 규제할 것을 청원 제기하기를 기대한다. 중국에서 유랑하는 탈북민도 비인도적 인권 유린(강제 북송 검색 등)에서 해방하도록 자유의사에 따른 한국 행을 보장하게 해야 한다. 유엔과 중국(G 2급 대국)에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기 바란다.
113.
낙엽의
임종
여름을 씻는 소리 밤새도록 들린다. 밤에 울었지 비에 젖는다.
푸른 이파리는 단풍 옷 갈아입고 영욕의 찬란한 임종을 기다린다.
114. 청포도 향기 앞에
흰 이슬이 아롱지며 흘러내리고 청포도 송이송이 향기를 내니 아침 바람이 상쾌하게 흐르네
좋은 바람 궂은 바람 넝쿨에 묻어 지난여름 긴 날들 알알이 새겨있고 농부 손길이 송이송이 묻어 있네
단풍잎 색칠하며 오색이 빛나 청포도 꿈을 꾸는 청춘의 가슴 꿈에 설레는 그대여! 용기 내어라.
115.
가을을 걷는
나그네
풍파에 씻지 못한 미몽도 버리고 찬이슬 벗하여 청백을 찾으련다.
116. 임을 기다리는 미인
차가움에 빛나고 잘 익은 석류 알이 루비 같이 박혀있고
상봉을
기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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