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레이건은 십자구닝었다

새밀 2019. 4. 29. 14:30

 

 

 

따뜻한 신념’으로 ‘악(惡)의 제국’을 붕괴시킨 한 사나이의 이야기 '레이건의 십자군'이란 책은 이미 10년 전에 나왔다.

 

로널드 레이건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배우 출신의 카우보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제스처가 너무 자연스러워 그를 배우 정도의 지능 소유자라고 낮추어 본 것이다. 레이건처럼 거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적과 동지 모두에게서 과소평가를 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레이건이 77명이 넘는 인명을 구한 생명 구조요원으로서의 청년 시절부터, 공산주의와의 접전(接戰)을 시작한 배우 시절, 그리고 주지사를 거쳐 두 번의 대통령 임기 시절을 담고 있다. 그가 20여 년 동안 치른 공산주의와의 전쟁 여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걱정말게, 내 등엔 아직도 할리우드에서 생긴 상처가 남아 있다네.”

 

젊은 시절의 생명구조 요원 활동은 “내 생애 가장 자랑스런 통계수치는 77”이라고 할 정도로 레이건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배우로 성공했던 레이건은 1946~1952년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의 핵심 멤버 및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공산주의자들헐리우드 영화산업침투하는 것을 저지했다.

 

이 시기는 레이건이 국제 공산주의맞서야 하는 미국의 사명을 품는 데 큰 영향을 주면서, 그를 강철 같은 반공(反共)주의자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1978년 11월의 독일 현장조사는 그의 마음에 공산주의 체제의 잔인함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던 그는 이러한 대공(對共)투쟁의 경험을 통해 공산주의자들의 본질과 생리, 전술을 알게 되었고, 대통령이 된 후 경험을 살려 공산권의 붕괴를 이뤄냈다.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 그가 벌인 공산주의와의 대결은 그가 역사 앞에서 준비된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공산주의자는 마르크스와 레닌을 읽은 사람이고, 비(非)공산주의자는 마르크스와 레닌을 잘 아는 사람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술책(術策)은 어디서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등 레이건의 말은 공산주의 생리(生理)를 꿰뚫고 있는 그의 깊은 통찰력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소련의 입장에서도 레이건은 상대하기가 어려웠던 인물이었다. 공개적으로 소련을 ‘악(惡)의 제국’이라고 비판하고 대소(對蘇) 강경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소련 지도자들을 대해 그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레이건은 치밀한 전략으로 공산주의와 맞섰다. 레이건이 밀어붙인 군비경쟁은 국내에서도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과적으로 소련의 급소(急所)를 명중한 공격이었다.

 

동시에 1980년대 중반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 소련의 버팀목이었던 석유수출을 방해한 것, 즉 오일쇼크는 1985년 한 해 예산 적자가 3배로 늘어날 정도로 소련 경제에 치명타가 됐다. 역(逆)첩보전으로 소련의 시베리아 송유관 전설 사업을 좌절시킨 것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정치적 상상력이 뛰어났던 레이건은 특히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 대륙간탄도미사일 방어장비 개발계획)와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배짱이 있었다.

 

1984년에는 ‘제로 옵션’이라는 파격적인 전략(戰略)무기 감축안을 제시했다. 소련은 물론, 미국 내 진보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레이건의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소련을 변화시켰다.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으로 취임한 1985년 이후 소련은 제로 옵션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다가 1987년엔 모든 중거리핵탄두 미사일을 전세계적으로 폐기하자는 제안을 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고르바초프 서기장, 이 문을 여시오!"

 

1987년 6월, 다시 한번 베를린 장벽 앞에 선 레이건은 고르바초프를 향해 직접 호소했다.

 

“고르바초프 당서기장, 만약 당신이 평화를 원한다면, 만약 당신이 소련과 동유럽이 번영을 누리기 원한다면, 만약 당신이 자유를 원한다면 여기 이 문 앞으로 오시오. 이 문을 여시오. 이 벽을 허무시오!”

 

레이건의 말은 베를린 장벽 뒤에 갇혀 있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동시에, 세계의 관심을 베를린 장벽에 집중시켰다. 

 

이후에도 계속된 레이건의 폴란드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인 지원은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 강둑에 파열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레이건이 태어난 지 6년 후 탄생한 볼셰비키는 그가 여든을 바라보고 있을 때 종말을 맞이했다. 소련 공산주의의 시작과 끝은 레이건 인생의 시작과 끝이기도 했다. 

 

조갑제닷컴 대표는 책 속 독후감을 통해, 레이건과 당시 상황을 현재 한반도에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강점(경제와 자유)으로 소련의 약점(경제와 억압)을 친 점,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름으로써 도덕적·선전적으로 우위에 선 점, 공산주의자들을 즐겨 쓰던 용어인 ‘평화’를 기만이라고 본 점, 소련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해서는 응원했지만 물질적 지원은 일절 하지 않은 점 등이다.

 

조갑제씨는 레이건 이상으로 공산주의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적 신념이 들어있는 헌법으로 한국인들이 이념무장 한다면, 자유통일을 넘어 일류국가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언)  

 

 

 

 

저자: 폴 켄고르 박사 (Paul Kengor, PhD)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하나님과 로널드 레이건(God and Ronald Reagan)'과 ’하나님과 조지 부시(God and George W. Bush)'의 저자이다.

 

그로브 대학의 정치학 교수이자 ‘Vision and Value' 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아내, 네 아이들과 펜실베이니아州 그로브시에서 살고 있다.

치밀한 조사를 통해 탄생한 이 흥미진진한 책은 소련의 압박으로부터 세계를 구할 책임이 있다고 믿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미국인의 싸움이 어떻게 20세기에 걸쳐 진행된 긴 전쟁을 끝낼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이야기이자, 세계를 바꾼 한 사람의 이야기, 바로 십자군(十字軍)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