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논설위원
![[천자 칼럼] 막 오르는 日 '레이와 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1904/AA.19484222.1.jpg)
이런 모습은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된 17세기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신분사회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메이지유신 직전인 에도시대(1603~1867년)의 일본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은 물론이고, 지배층인 무사계급 내에서도 신분 차별이 엄격했다. 하급무사는 길에서 상급무사를 만나면 신발을 벗고 길 옆에 엎드려 예를 표해야 했다. 말 못할 차별을 겪은 하급무사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는 ‘존황양이(尊皇攘夷)’의 기치를 내건 메이지유신의 중요 동력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근대를 열겠다는 ‘유신(維新)’과 ‘천황제’는 그 자체로 모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치가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천황은 현인신(現人神·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신)”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시대착오는 태평양전쟁이라는 참화를 불렀다. 패전한 히로히토가 1946년 1월 1일 자신의 신격(神格)을 부정하는 이른바 ‘인간선언’을 발표한 뒤에야 일본인은 자신들이 쓰고 있는 가면을 인식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