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의 자가 수필

참나무

새밀 2018. 7. 9. 10:58

참나무/미산 윤의섭

 

참나무는 그 이름이 뜻하는바 그대로 우리나라의 나무 중의 나무라고 불린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등 여러 아종이 있으나 한결같이 나무의 성질이 유사하다. 나무의 상징은 번영을 뜻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대표적인 나무로 소나무와 함께 쌍벽을 이룬다. 상록수인 소나무보다 우리나라 4계절에 잘 맞아 적응하고 있는
것이 낙엽수인 참나무이다. 봄에 잎이 달리기 시작하여 새순과 가지가 성장하는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는 단풍 들어 낙엽
된 후에는 나무의 가지와 줄기만 남은 나목 상태로 겨울을 지나며 풍토에 적응하고 있다.

 

수명이 긴 것은 500여 년을 넘긴 것이 있을 정도로 장수한다. 미국 칼포니아 후루파산에는 수령 1만 3천 년 된 참나무가
있다고 한다. 높이가 25m 정도라 한다. 이 참나무가 발아 했을 때 세상은 온통 빙하로 덮였었다고 추정했다. 미생물을
제외하고는 생물 중 최고의 수명이 아닐까 한다.

 

나무의 목질이 단단하여 생활용품에 가구 등에 사용하고 숯을 만들어 연료로 쓰며 표고버섯 재배 용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산림 생태계에서 많은 부산물이 있는데 낙엽, 열매, 줄기에 기생하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다람쥐를 비롯한
멧돼지 노루까지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비롯하여 소나무와 어울려 공생하는 생태
계를 유지하므로 산에는 보물과 같은 존재이다. 참나무는 너무나 흔하게 산재해 있으므로 잡나무로 보일 때가 많은데
그것은 착각이다. 장수하면서 산림 생태계를 유지하는 제왕으로 보아야 한다. 참나무의 잎은 여름 녹음의 주인공이요,
나목의 줄기는 겨울 백설의 경관을 주재하는 주인공이다. 사림들이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잘 생장하며 산림의 주인이
되는 멋진 나무이다.

 

일제 말기에 전시 물자 동원 목적으로 전국의 산림을 마구 벌목하여 일본으로 실어 갔으므로 헐벗은 강산과 함께 우리
민족이 광복을 맞았음은 비극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일본이 본국의 산림은 지독하게 보호하면서 식민지 수탈의 수단
으로 삼은비도덕성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헐벗은 야산에서 벌목한 나무 그루터기에서 새씩이 돋아나며 스스로
재생의 녹화를 시작하는 것을 나는 소년 시절에 보았다.

 

 정부 수립 후 산림녹화를 서두른 나머지 외래 속성수를 도입하여 식수사업을 장려할 때 6.25 전쟁 피해 등 과도기 10여
년간 산사태 방지 등 황폐화를 막은 주인공이 참나무 그루터기 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소나무는 한번
베면 끝이지만 참나무는 그루터기 싹이 돋는 특성이 있다. 스스로 재생한다.

 

최근 참나무의 유전자 지도가 보고되면서 긴 수명을 갖게 된 비밀이 풀렸다. 참나무에는 다양한 종류의 질병 저항 유전
자군(disease-resistance gene families)이 있어 병에 걸리지 않고 수 백 년을 거뜬히 견딘다는 것이다. 다른 나무들과
달리 참나무는 질병 저항 유전자 군이 특화돼 있어 외부의 병원성 물질이 침입하기 어려운 것이 참나무의 수명이 긴 이
유라고 한다. 이와 같이 참나무는 무병장수의 대표적인 민족 자산인데, 최근 들어 외래수종 전입 등으로 전염병인 시듦
병 퇴치에 나섰다.

 

이것으로 보와 풍토와 식생의 성질에서도 그 민족성이 형성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토착하는 동식물, 백두대간과 같
은 산지, 한강과 같은 강과 유역 평야, 해안과 바다, 이 모든 강역의 존재들이 우리 민족을 닮아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후세에 기리 복된 강역이 되도록 더욱 사려 깊은 애정을 쏟아야 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강산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