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겨울 춤/미산 윤의섭
눈 안개 덮여 있는
산줄기 이어지고
큰 나무 작은 바위
겨울의 춤 터 산록을 지킨다
계곡에 층을 이룬 어름 속에는
정한 물이 있을까 바람이 있을까
계곡의 비탈 틈에
춤을 추고 싶은 나무가 서 있다
고난의 긴 슬픔
실향의 한 恨
만나지 못하는
두꺼운 껍데기에 덮여있어
겨울의 작은 소리
들리지 않고
울지 못해
춤을 추고 싶은 나무가 서 있다
나뭇가지
묵은 마디의 작은 눈
정한 물 앞에
청정한 바람 어울리면
파란 싹을 잉태하고 춤을 추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