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눈물/미산 윤의섭
흙의 인연 얻어 논배미로 만들고
벼가 자라도록 손발이 닳도록
벼 털어 쌀로 찧고 밥해 먹고 살았다
천하지대본 天下之大本이라
대대로 농사하여 민족혼을 기르고
벼농사 노랫소리
천년은 불렀으리
기름진 논배미에 찬바람이 분다
허수아비 세운 농심 바람에 운다
새로운 먹거리가 쌀을 시새우니
정든 님 떠나간 듯 쌀의 눈물 흘린다
곳간의
쌓인 볏섬은 숨이 막히고
겉벼는 늙어도 쌀로 내지 못하니
후회하는 농심에 바람이 울고
육식 분식 유행에 쌀의 눈물 흘린다.
...........................................................................................................................
우리 민족은 북방의 유목 생활에서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이주 정착한 이래 수천 년의 역사를
축적하였다. 산양 목축과 식물 채취 그리고 잡곡류, 갯벌의 어패류 등 초기 농어업을 영유하던 중,
벼농사를 발명하면서 급성장한 민족국가가 아닌가 한다. 벼의 원조는 5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적어도 2천 년 전부터 고도의 논농사로 농업 국가가 되었으리라고 본다. 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쌀이 화폐와 같은 구실을 하였음을 보면 알 수 있다.
농업의 발달과 식품의 다양성 진화로 쌀이 주식이라는 개념이 줄어들고 남아돌면서 농민이 작물 선택
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도 전자 산업의 쌀은 반도체라는 유행어가 있음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서 유래한 것이다. 논의 토양과 물관리부터 씨 뿌리고 기르며 수확하여 입에
들어갈 때 까지, 1년간의
생육 공정이 100여 가지 단계로, 많은 손길이 필요한 것이 쌀 생산이기
때문에 천 년이상 반복하여
축적된 손재주와 영민해진 유전자가 우리 민족의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