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영혼/미산 윤의섭
위령제도 없는 수백만의 망령이
비 오는 날이면 훌쩍훌쩍 운다고 합니다
바람 찬 휴전선의 초병에게 물으니
화석같이 굳어 있어 대답이 없습니다
해묵어 말라버린 피와 뼛가루가
묻히고 패이며 험해진 산줄기만 보입니다
뿌옇게 떠 있는 저 민둥산에는
옥수수뿌리만 뒹굴고 있습니다
풀 포기도 말라버린 황폐한 땅에서
고난의 짐을 진 어린 영혼이
헐벗고 배고픔에 울고 있습니다
저주받을 인간의 교육 탓입니다
그들은 지구에서 사라젔습니다
이념의 고집은 버려야 합니다
생명에 굴레를 씌우는 짓은
누구도 해서는 안 됩니다
일제 36년 수난을 알고 있습니다
분단의 아픔은 그보다 더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만나서
이팝에 쇠고깃국 함께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