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의 자작시

고난의 영혼

새밀 2013. 1. 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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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영혼/미산 윤의섭

 

위령제도 없는 수백만의 망령이

비 오는 날이면 훌쩍훌쩍 운다고 합니다

바람 찬 휴전선의 초병에게 물으니 

화석같이 굳어 있어 대답이 없습니다

 

해묵어 말라버린 피와 뼛가루가 

묻히고 패이며 험해진 산줄기만 보입니다

뿌옇게 떠 있는 저 민둥산에는

옥수수뿌리만 뒹굴고 있습니다

 

풀 포기도 말라버린 황폐한 땅에서

고난의 짐을 진 어린 영혼이

헐벗고 배고픔에 울고 있습니다

 

저주받을 인간의 교육 탓입니다

그들은 지구에서 사라젔습니다

이념의 고집은 버려야 합니다

생명에 굴레를 씌우는 짓은

누구도 해서는 안 됩니다

 

일제 36년 수난을 알고 있습니다

분단의 아픔은 그보다 더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만나서

이팝에 쇠고깃국 함께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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