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휴게실

[신춘문답]-낮은자리

새밀 2012. 1. 3. 10:21

 

[신춘문답]-낮은 자리

                                                            미산 윤의섭
창가에 화분이 봉우리 빚고
벽에 걸린 새해 달력 종이 향이 새롭다.

손님이 주인에게 물었다.
올해에는 무엇을 으뜸으로 삼겠습니까?

주인이 대답했다
선현의 말씀을 따르는 데는 낮은 자리밖에 없습니다.

손님이 궁금하여 물었다.
사람들은 성공하려고 높은 자리로 오르려고 저렇게 노력하는데
좋은 일은 언제 합니까?

주인이 말하기를
높은 자리는 좁아서 떨어지기 쉬우나
낮은 자리는 넓어서 쓰러질 염려가 없습니다

손님이 또 궁금하여
위태하다고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오른 일입니까?

주인이 대답하되
나의 개인 이득을 위한 일은 넘어 저도 그 해가 나에 그치나
남에게까지 미치는 일은
쓰러지면 그 해가 널리 퍼져 큰 재앙에 이릅니다.

손님이 또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까?
주인이 말하기를
무릇 일은 성공의 달콤함에 빠지기 전에
그 실패의 두려움을 먼저 가린 후에 임해야 합니다.

손님이 끄덕이며 말했다
듣고 보니 참 오른 말 같습니다
오늘 이후 나도 그렇게 낮은 자리를 마련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민족의 좌식 坐式문화는
수많은 실패를 거울삼아 다듬어 얻어진
낮은 자리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