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미산 윤의섭
불타는 듯이 찬란한
단풍이 흔들어도
끄떡도 하지 않는 산은
드디어 위업의 한 절을 이룬 후에야
그의 봉우리와 능선을 다시 들어낸다
통탄의 속마음을 감추고
역사를 추억으로 간직하는
낙엽의 축전을 벌린다
가을비에 젖어드는 낙엽의
마지막 윤기를 풍기며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목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혹독한 고행이 닥친다 하여도
의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다.
낙엽은 갈색으로
나무뿌리 위에 누워
흙의 냄새를 풍기며
기다림의 긴 밤을 지새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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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한 모금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미물까지도 기다림의 긴 밤을 지새우는 소원을 이 강토는 품고 있다.
이 강산의 산줄기와 봉우리들은 사계절의 생기를 뿜으며 창조의 빛을 발하고 있다.
씨를 뿌리고 싹트게 하며 꽃피고 잎이 무성하며 열매 익힌 후 추수의 보람과 단풍의 찬란,
낙엽의 축전을 한 다음, 봄을 위하여 겨울에 묻어두고 기다린다. 그리움을 기다리는
세상을 위하여 내일을 또 준비하고 있는 위대한 이 강토를 진정으로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