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의 자작시

낙엽

새밀 2011. 10. 31. 10:07

 

223

낙엽/미산 윤의섭

 

불타는 듯이 찬란한

단풍이 흔들어도

끄떡도 하지 않는 산은

드디어 위업의 한 절을 이룬 후에야

그의 봉우리와 능선을 다시 들어낸다

 

통탄의 속마음을 감추고

역사를 추억으로 간직하는

낙엽의 축전을 벌린다

가을비에 젖어드는 낙엽의

마지막 윤기를 풍기며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목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혹독한 고행이 닥친다 하여도

의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다.

 

낙엽은 갈색으로

나무뿌리 위에 누워

흙의 냄새를 풍기며

기다림의 긴 밤을 지새우련다.

 

.................................................................................................................

사색 한 모금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미물까지도 기다림의 긴 밤을 지새우는 소원을 이 강토는 품고 있다.

이 강산의 산줄기와 봉우리들은 사계절의 생기를 뿜으며 창조의 빛을 발하고 있다.

씨를 뿌리고 싹트게 하며 꽃피고 잎이 무성하며 열매 익힌 후 추수의 보람과 단풍의 찬란,

낙엽의 축전을 한 다음, 봄을 위하여 겨울에 묻어두고 기다린다. 그리움을 기다리는

세상을 위하여 내일을 또 준비하고 있는 위대한 이 강토를 진정으로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미산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학 丹鶴  (0) 2011.11.07
낙엽을 밟으며  (0) 2011.11.06
가을길  (0) 2011.10.24
11월의 약속  (0) 2011.10.21
단심 丹心  (0)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