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의 자작시

유월의 울음-寃魂之哭

새밀 2008. 6. 3. 09:37

▲ 향로봉 ~ 고진동 계곡
      유월의 울음-寃魂之哭/미산 윤의섭
      
      저주의 악령이 
      철조망에 붙었는지
      55년이 지나도록 
      녹 슬지 않고 있어
      총을 맞은 혼백이 
      지뢰밭에 묻힌 채로
      뭇 짐승에 밟히며
      비오는 날에는
      흐느끼며 우는소리 훌쩍훌쩍 들린다.
      첨단의 과학은 5ㅇㅇ년전 조상도
      유전자를 찾는데
      DMZ 철조망은 
      무슨 한이 깊이 얽혀
      이다지도 못 찾는가?
      빗속의 울음소리 훌쩍훌쩍 들린다.
      무심한 짐승들은
      오늘도 수풀에서 
      천유天遊를 즐기는데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의 탐욕으로
      빗속의 울음소리 훌쩍훌쩍 들린다.
      총질이 시작되던 
      그해의 유월
      모를 심고 
      보리 베던 백성들
      흙속에 파뭍여 
      흐느끼는 울음소리 훌쩍훌쩍 들린다.
      백발이 된 저 늙은이
      철조망에 얽매인 넋 
      하늘로 오르도록 
      망배단望拜壇에 제사올려 원혼寃魂을 달래본다.
                                    20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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