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고려 국경에서 평화시대를 묻는다/윤한택

새밀 2020. 8. 28. 15:40

고려 국경에서 평화시대를 묻는다/윤한택
- 간단한 발췌 소개 
 
P9: 일정 영토를 기반으로 권력을 구축했던 영역국가로부터 서로 다른 역사 전통과 정치경제학적 전망을 융합하는 경계국가로의 비약이 이루어지면, 영토를 바탕으로 한 배타적·약탈적 정체성보다 경계를 바탕으로 하는 상호보완적 ‘특이성의 비약’과 ‘개성의 강화’ 현상이 국가의 특성으로 대두하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는 이제 ‘유구한 역사와 광활한 만주 벌판’을 염원하는 것과 같은 ‘국수주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P26:『高麗史』『遼史』『金史』를 비교하여 논증한 결론에 따르면, 기존 후방방어선인 鴨綠江 아래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던 강동 6주, 천리장성, 西京 등이 모두 국경선 鴨淥江 쪽에 위치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국경선 鴨淥江은 현 요하의 철령 부근 지류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경선 鴨淥江과 후방방어선 鴨綠江이 서로 다른 강이라는 이 논증은 사료비판을 통해 얻게 된, 다툼의 여지조차 없는 결론이다.  
 
P27: 鴨綠江 고려 국경설은 1913년 조선역사지리에서 국경선 鴨淥江과 후방방어선 鴨綠江을 의도적으로 혼동함으로써 조작한 것이다. 이처럼 조작된 鴨綠江 고려 국경설을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찬『신편조선사』에서 각주도 붙이지 않은 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P28: 즉 保州 - 鴨淥江은 국경선, 義州 - 鴨綠江은 후방방어선임을 논증한 것이다. … 사실로 정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역사 해석에서 사료비판의 중요성 또한 환기기키는 일이다. 
 
P30: ‘근원적 해명’의 핵심은 바로 역사학의 원칙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다. ‘국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비판에 앞서 필자는 ‘사료비판과 종합’이라는 역사학의 기본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일제는 ‘과학적 실증주의’를 표방하면서 제국주의 지정학을 합리화하기 위해 高麗西北境을 현재의 鴨綠江 안으로 우겨 넣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역사학이 무려 1세기가 넘도록 이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했을 뿐만 아니라 사료를 제대로 번역, 소개조차 하지 않았던 점이다. 이것은 역사학계의 책임 방기 외에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