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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파워, 곧 국가 추월…한국은 준비됐나

새밀 2020. 2. 11. 10:49

IT기업 파워, 곧 국가 추월…한국은 준비됐나

입력 : 2020.02.11 04:03:02

미국과 중국의 위력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 패권의 원천은 기술력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이를 지탱해주는 경제력 덕분일까.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기업 애플, 구글, 아마존의 독주가 눈부시다. 이들은 글로벌 플랫폼과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으로 유통, IT 서비스 기업에 머물지 않고, 금융과 제조업까지 넘보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판도에도 급격한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패권이 국가가 아닌 민간기업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IT 기업은 AI·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에도 적극 투자 중이다. 만약 이용자 수십억 명이 자산 운용을 이들 기업에 맡기는 시대가 온다면, 그 위력은 국가보다 더 강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경제 주도권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글로벌 IT 기업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제조산업 판도까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 변화 추이를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 분야 시장지배자인 BMW와 다임러는 이미 5세대(5G) 기반 자동차 공유 플랫폼과 스마트자동차에 적극 투자한 지 오래다. 또 다른 한 축인 모바일산업의 강자 애플 또한 수백만 원대인 고가 5G 스마트폰을 올 초 적극 출시하고 있다. 2020년은 이러한 5G 기반 스마트 제품이 보편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저성장의 침체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세상이 좀 더 촘촘히 연결되는 초연결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구축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 경기 침체에 모든 경제 주체가 투자를 주저하고 있지만, 특이점을 지나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면, 급격한 생산성 비약이 예상되는 세기적 분기점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활짝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인류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5G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센터로 수집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빅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초고속 스마트 제품이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스마트 네트워크 시대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활동성은 줄어든다. 5G 기반 무선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동성은 더욱 줄어들고, 온라인상에서 경제활동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종국에는 모든 경제 주도권이 사람 중심에서 로봇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생산가능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전통적인 일자리는 대부분 AI 기계가 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차세대 양자컴퓨터까지 실용화하면, 슈퍼컴퓨터의 계산능력 또한 획기적으로 고도화돼 AI 기반 초연결 사회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러한 전환점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경제 주체들은 이러한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까. 경제 시스템이 확 바뀌는 뉴 노멀 시대에도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 당국자들은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특단적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인력 양성과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대학에서도 국가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인 내부 정비를 해야 한다. 우리 미래를 짊어질 젊은 과학·공학도들이 곧 다가오는 뉴패러다임 시대에 주도자가 될 것인지 종속자가 될 것인지는 산·학·연·관 우리 모두의 총제적 대비에 달려 있다.

[고경철 KAIST 기계지능로봇 연구센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