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경제 담당 부총리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21/16c8ea85-24e3-49e0-85bc-3fd2139885fd.jpg)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경제 담당 부총리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단계 합의는 대장정의 숨 고르기
패권·체제·가치 경쟁 계속되고
미, 중국에 경제 시스템 교체 요구
대선 본격화되면 2단계 압박할 것
국가 간 합의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중국은 그간 미국과 많은 무역협정을 맺었지만, 이행 실적은 초라하다. 가장 최근의 경우를 보자. 2015년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남중국해 군사화 금지, 민간기업 전산망 침투와 영업비밀 빼가기 금지 등을 약속했지만, 그 이후 중국의 발걸음은 말과 달랐다. 이번에는 다를까. 중국이 추가 구매 약속한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그중 농산물 320억 달러는 그리 간단한 물량이 아니다. 무역전쟁 직전 2017년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280억 달러였다. 중국의 구매 능력, 미국의 공급능력은 문제없을까. 중국에 이만큼의 물량을 밀어내면서 미국 스스로 중국의 향후 보복에 취약해지게 만드는 것은 현명한 것일까.
설령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 해도, 1단계 합의는 작은 한걸음에 불과하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1단계 합의는 미국의 거대한 대중국 무역적자 가뭄에 단비일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덩치 큰 국영기업들이 경제 인프라를 독차지하고, 그들에게 엄청난 보조금을 살포하고,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만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 체제와의 무역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풀 묘수는 1단계 합의에 없다.
2020년 미 대선, 중국 때리기 경연장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결과
그래서 열 가지 추론을 제시해본다. ① 2020년 미국 대선은 중국 때리기 경연장이 될 것이다. ②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무능을 탓하면서 자신 때문에 중국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기염을 토할 것이다. ③ 민주당 후보들은 중국은 여전히 불공정 무역대국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깡패국가라고 규정하면서 신장-위구르, 홍콩 등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할 것이다. ④ 민주당의 공세에 밀리지 않으려는 트럼프는 2단계 협상을 재촉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⑤ 그 여정에서 관세 무기화로 재미를 본 트럼프에게 관세는 그가 아끼는 제1호 병기가 될 것이다.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 수입품의 3분의 2에 대해 여전히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⑥ 나머지 3분의 1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는 추후 협박을 위해 남겨 둔 것이다.
무역은 미·중 패권 경쟁의 일각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다. 트럼프 뒤에는 “더는 중국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미국의 초당적인 합의가 있다. ‘새로운 대국 관계’를 기치로 일대일로, 남중국해의 군사화 등 중국의 공세에 속절없이 밀리기만 했던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을 민주당조차 후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최초의 정상회담에서 “태평양을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자”고 노골적으로 패권 야욕을 드러낸 시진핑은 관례를 깨고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후계자 지명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 대신 21세기가 절반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중국을 세계 최고부국, 군사대국으로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3시간 반 동안 계속된 연설 말미에 “군대는 싸움을 준비하는 곳이다”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미국과의 무력충돌도 마다치 않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렸다.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 후,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중국 압박을 지속해 오고 있다.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외국인투자심사법 개정, 대만-미국 고위관리 상호방문 허용법,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법 등이 속속 제정됐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미온적인 경우,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반발할 준비가 돼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경쟁, 체제경쟁, 가치경쟁이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경쟁의 끝에는 어느 한쪽이 상대를 압도하든지, 아니면 둘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우위에 있는 미국은 중국을 압도하려 하고, 중국은 그런 미국의 압박을 견디며 최후의 승자가 되려고 한다. 1단계 합의는 대장정의 시작단계에서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 ⑦ 2020년 대선이 가열되면 트럼프는 중국과의 2단계 합의를 재촉할 것이다. ⑧ 필요하다면 그는 1단계 합의를 파기하거나, 새로운 초강수를 꺼낼 것이다. ⑨ 중국은 반발할 것이고 ⑩ 무역전쟁은 확전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이래저래 불안한 휴전이다.
‘중국제조 2025’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기업
중국은 덩치만 큰 경제대국보다는 실속 있는 경제강국이 되려고 한다.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낮은 부가가치 조립에 의존하는 ‘세계의 공장’ 전략은 유통기간이 끝났다고 판단한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을 경제 강국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중국 정부 주도의 반(反)시장적 횡포라고 비난한다. 반면 중국은 정당한 산업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일본·한국 모두 국가주도의 산업정책 때문에 가능했는데,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고 항변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산업정책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중국의 경제발전 주권을 침해하는 제국주의적인 만행이라고까지 열을 올린다. 누구 말이 맞을까.
중국이 지금의 경제대국 중국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결정적이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다른 국가들과 같은 조건으로 무역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대신, 중국은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문서상에만 존재할 뿐,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제조 2025는 WTO 협정에 정면으로 위반한다. 보조금 협정 위반이며, 차별금지 위반이다.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핵심 10개 분야에서 중국산의 시장점유율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중국제조 2025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기업이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획득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 왔다.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기 산업의 쌀인 동시에 군사력의 밀알이다. 미·중 1단계 합의에 ‘중국제조 2025’ 관련은 없다. 미국 정치권이 1단계 합의에 불만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2단계 협상을 트럼프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을 경제 강국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중국 정부 주도의 반(反)시장적 횡포라고 비난한다. 반면 중국은 정당한 산업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일본·한국 모두 국가주도의 산업정책 때문에 가능했는데,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고 항변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산업정책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중국의 경제발전 주권을 침해하는 제국주의적인 만행이라고까지 열을 올린다. 누구 말이 맞을까.
중국이 지금의 경제대국 중국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결정적이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다른 국가들과 같은 조건으로 무역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대신, 중국은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문서상에만 존재할 뿐,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제조 2025는 WTO 협정에 정면으로 위반한다. 보조금 협정 위반이며, 차별금지 위반이다.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핵심 10개 분야에서 중국산의 시장점유율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중국제조 2025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기업이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획득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 왔다.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기 산업의 쌀인 동시에 군사력의 밀알이다. 미·중 1단계 합의에 ‘중국제조 2025’ 관련은 없다. 미국 정치권이 1단계 합의에 불만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2단계 협상을 트럼프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중앙일보] [최병일의 이코노믹스] 중국을 더는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초당적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