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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노선 노리는 베이징 신공항 상승 기류…인천공항, 환승 중국인 잡아라

새밀 2020. 1. 19. 10:25

유럽노선 노리는 베이징 신공항 상승 기류…인천공항, 환승 중국인 잡아라

        

김창우 기자 사진김창우 기자                    

허브공항 ‘신 삼국지’

아시아 하늘을 잡아라. 하늘길의 중심이 되는 허브공항을 놓고 한국·중국·일본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일본 도쿄의 나리타공항,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을 제치고 동북아 최대 국제공항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중국이 베이징 서우두공항, 상하이  푸둥공항에 이어 연 1억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베이징 신공항(다싱공항) 운영을 시작했다. 베이징·상하이공항은 국제선보다 국내선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베이징 신공항의 가세로 국제선에서 인천공항의 우위가 위협받고 있다. 베이징은 유럽과 북미노선에서 모두 인천공항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중국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는 물론,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을 아우르는 범 중화권 메가허브 공항들을 키울 방침이다.
 

개항 20년, 국제선 세계 5위
환승률 6년 새 18.7→11.9% 하락
“금융·IT 복합 생태계 구축해야”

중국 승객, 인천과 항로 겹치는
다싱 신공항으로 발길 옮길 수도

국제선·국내선 이원화 정책 실패
나리타·하네다 사례 교훈 삼아야

 
 

인천공항

베이징에 쫓기는  
동북아 대표 공항
 
올해로 개항 20년째를 맞이하는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를 대표하는 국제공항으로 자리잡았다. 인천공항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급증하는 항공 운송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94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출국자가 급증하면서 90년대 후반부터 성수기마다

김포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 행렬이 장사진을 쳤다. 보안검색과 출국수속을 마치는데 최고 4시간까지 걸리기도 했다.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8년 4개월의 공사 끝에 2001년 3월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이런 일이 사라졌다.
 
개항 첫 해 1427만명이었던 국제선여객수는 2018년 6767만명으로 늘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국제여객 기준으로 세계 5위다. 1위는 두바이공항(8888만명), 2위는 런던 히드로공항(7530만명)이었다. 국제화물 물동량은 285만t으로 홍콩 첵랍콕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에 이어 세계 3위다. 지난해에는 국제여객수 7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인천공항공사는 2023년까지 이어지는 4단계 건설사업을 통해 활주로를 4개로 하나 늘리고, 연간 여객수용능력도 현재 7200만명에서 1억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4년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 터키 이스탄불공항과 함께 세계 3대 공항에 오른다는 것이 인천공항이 그리는 미래다.
 
인청공항이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다. ACI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가장 승객이 많은 공항은 미국 애틀란타공항(1억739만명)이다.인천공항은 16위에 불과하다. 아시아에만 인천공항보다 큰 곳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3위, 1억98만명), UAE 두바이공항(4위, 8914만명), 도쿄 하네다공항(5위, 8713만명) 등 8곳이나 된다. 하지만 국제선 여객수만 따지면 5위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은 전체 이용객 중 2329만명만 국제선 승객이었다. 하네다는 거의 대부분이 국내선 승객이고, 국제선을 주로 담당하는 나리타공항의 이용객은 4260만명(국제선 3530만명)에 그쳤다. 인천이 베이징이나 도쿄를 제치고 동북아 하늘길의 주도권을 쥔 셈이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매출액은 2조7690억원에 순이익 8905억원을 거뒀다. 2004년 이후 15년 연속 흑자다.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환승률의 하락이다. 허브공항은 주변 지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지역

중심공항을 말한다. 인천공항은 허브공항의 지표인 환승률이 2013년 18.7%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1.9%까지 하락했다. 환승객 수는 같은 기간 772만명에서 802만명으로 늘었지만 내국인 이용객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환승률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허브공항은 거쳐 지나가는 외국 항공사로부터 착륙료, 정비비용, 기름값 등을 받을 수 있고, 외국인 환승객들도 쇼핑, 음식료 등에 돈을 쓰게 된다.
 
5성급 호텔, 1만5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컨벤션 시설, 외국인 전용카지노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인스파이어 복합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2022년 영종도 국제업무지구에 문을 연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복합도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항공기 정비, 항공 종사 전문인력 양성, 항행 안전시설 관리 운영 등에도 뛰어들 방침이다. 하지만 항공정비산업(MRO) 육성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국토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나리타공항

이렇게 하면 망한다  
‘반면교사’
 
일본 도쿄의 나리타와 하네다공항은 한국이 보고 배운 교과서나 다름 없다. 기존 공항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대체할 공항을 지었다는 점, 신공항은 국제선 전용으로, 기존 공항은 국내선 전용으로 운영한다는 점 등에서 같다. 하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다. 인천공항이 급성장하는 동안 나리타공항은 제자리 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1978년 문을 연 나리타공항은 건설 과정에서 농민들과의 분쟁으로 활주로를 2개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비행금지시간이다. 우리나라는 김포공항에는 비행금지시간이 있지만 인천공항은 24시간 운영한다. 국제선은 새벽시간대를 활용할 수 없으면 효과적인 운항스케줄을 짜기 어렵다.
 
게다가 국제선 나리타, 국내선 하네다의 이원화 정책으로 환승이 불편했다. 삿포로나 가고시마에서 북미·유럽으로 가려면 국내선을 타고 하네다로 간 다음, 짐을 들고 두시간 걸려 나리타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여행객들이 인천공항 환승편을 많이 이용했다. 인천에서 수십여개 일본 중소도시까지 거미줄처럼 깔린 항공편을 이용하면 중간에 짐을 찾을 필요도 없이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나리타공항의 환승률은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하네다의 국제선 취항을 늘리면서 나리타 취항도시도 급감할 위기다. 나리타를 아시아 허브로 삼았던 델타항공은 2016년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며 근거지를 인천공항으로 옮기고 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델타의 허브는 일본이었지만 점점 그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며 “인천공항은 델타의 ‘우수한 허브’가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하네다를 다시 허브로 키우는 한편 제3공항 건설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베이징공항

중국인들이  
대거 해외로 나서면
 
중국은 큰 나라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다. 그만큼 공항도 많고 규모도 크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은 연간 이용객이 1억명을 넘고 상하이 푸둥공항은 7400만명, 광저우공항은 6900만명이다. 7400만명인 홍콩 첵랍콕공항과 6500만명인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 합치면 세계 상위 20개 가운데 5개가 범 중화권인 셈이다. 하지만 허브공항 대결은 지금까지 인천공항의 판정승이었다. 지리적으로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서우두공항의 국제선 승객은 2300만명에 불과하고 국제선 승객이 많은 상하이(3700만명)나 홍콩(7400만명)은 남쪽으로 떨어져 있다. 정부 규제로 북미나 유럽 노선이 인천공항만큼 풍부하지 않다보니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지역에서는 상하이나 홍콩에서 갈아타는 것보다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게 편리했다. 베이징 텐안먼에서 북쪽으로 24㎞ 떨어진 서우두공항은 지리적으로 확장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베이징 신공항(다싱공항)은 이같은 ‘게임의 법칙’을 바꿔놓을 잠재력을 지녔다. 텐안먼 남쪽 45㎞ 지점에 자리잡은 다싱공항은 총 사업비 4500억위안(약 75조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봉황이 날개를 편 형상의 터미널 건물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유명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생전에 설계했다. 가로 1753m, 세로 1591m에 건축 면적 140만㎡로 단일 공항 터미널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활주로는 현재 4개지만 앞으로 7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연간이용객은 2021년 4500만명, 2025년 7200만명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1억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25일 다싱공항 개항식에 참석해 “우리는 웅대한 뜻을 품고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남북으로 1억명씩 이용하는 공항 두개가 자리잡을 경우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베이징이 국내선 위주 공항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시 주석의 발언대로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노선은 베이징과 인천의 항로가 거의 겹친다”며 “중국인들이 인천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갈아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 공항의 착륙료는 인천의 60% 수준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한국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낮은 가격이나 지리적 우위만으로는 인천공항이 허브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윤철 항공대 교수는 “정부는 허브 경쟁을 단순히 시설 확대가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간 경쟁으로 봐야 한다”며 “공항이 인적·물적 교류의 중심이라는 점을 활용해 금융, 헬스·드론 등 첨단 정보기술(IT), 항공기 정비 같은 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산업의 허브’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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