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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냉전시대 2.0…韓, 미·중 사이서 한쪽 택해야"

새밀 2020. 2. 13. 10:42

"막 오른 냉전시대 2.0…韓, 미·중 사이서 한쪽 택해야"



 


기사입력 2020.02.13.



 

 한국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화(globalization)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다. 한미경제연구소의 한 자료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 자유화에 의해 한국은 무역장벽이 낮춰지고 세계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 주도 경제국으로

 크게 성장했고, 세계 최고 산업 강국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다르다. 미·중 무역갈등, 한일 무역갈등 등에 따라 한국은 새로운 경제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대한 시기에 한국 기업들과 공무원들은 신중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접근 방식을 취할 여유가 없다.

 한국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주요 사항이 있으며, 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정치적 물결이 사라지면 세계화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날 확률은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정치학 이론을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세계화의 '운명'을 결정하는

 두 가지 주요 사고방식이 있다. 바로 현실주의와 자유주의다. 자유주의 사고는 자유무역이 기업과 정치인을 포함한 국내

이해당사자들 지지에 달려 있다는 개념이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지지도 '깔려 있다'고 믿는다. 이에 반해 현실주의는

세계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같은 패권국의 존재에 의존된다는 사고다.

개인의 글로벌 경제 시각이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든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든 상관없이 '지평선'은 동일해 보인다.

서방 선진국 유권자들은 세계화와 관련해 분열이 깊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커져가는 불평등에 있다. 현실주의 관점

에서는 어떠할까. 중국은 미국의 세계 경제 우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최근 발생한 미·중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패권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그리고 서툰)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전략적 목표가 무엇이든

 최근의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이 두 초강대국이 낳을 궁극적 결과는 경제적 탈동조화

(economic decoupling)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말한 '냉전시대 2.0(신냉전시대)'으로 가는 무대처럼 보인다.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의 갈등에 의해 다른 작은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듯이,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과거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냉전시대 2.0'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 초래될까. 필자는 인시아드 기업지배구조센터(INSEAD Corporate Governance Centre)의

 지원으로 작년 국제 기업 이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며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세계가 중국과 미국으로 갈라져 새로운 냉전시대를 맞이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보다는 남미 국가에 대한 통제력은 약하지만, 대부분 동유럽 국가의 지지를 받습니다. 반대로 중국의 영향력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로 뻗쳐나갑니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외 국가입니다. 인도는 미국과 공식적 동맹을 맺지는

않지만 점차 미국과 동맹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미국의 동맹국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은 다시 한번 두 강대국들이 통제권을 놓고 싸우는 무대가 됐습니다.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집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미국의 '에너지 독립'은 중동 국가에서 나오는 석유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러시아는 어느 쪽과 동맹을 맺지는 않았지만 중국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거래 및 투자 흐름은 축소됐거나

심지어 불법입니다. 두 국가는 기술 노하우 유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위 시나리오를 제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이사들은 "해당 시나리오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자신의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문 대상자 중 고작 20%만이

 자사가 이러한 '엔드게임'을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냉전시대 2.0'에 대한 예측이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다국적기업이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까. 중립을 지키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펼치는 것은 조직에 막대한 부담을 안길 것이다.

글로벌 본사에서 중대한 전략적 결정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현지화 관리를 하는 것 자체부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 관리자들은 미국과 중국이 자사 국제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고 장기 전략 계획 세우기를 시작해야 한다.

글로벌 프로세스와 공급망은 다시 수립돼야 할 것이다. '냉전시대 2.0'의 모든 장단점을 고려한 후에 많은 회사들은 국제 사업

비중을 상당하게 내리고 모국에서 사업을 더 펼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한국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필자가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즈니스 리더들과 정치 지도자들은 이제 한국이 맞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한다.

 때가 되면 한국은 유감스럽지만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한국이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가 대신 선택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