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는 중국과 세계의 시험대
[중앙일보] 입력 2019.12.04.
현대중국은 마오쩌둥 시대의 건국, 덩샤오핑 시대의 부국(富國), 시진핑 시대의 대국(大國)을 향한 3대 역사매듭이 선명하다. 마치 대하 같다. 그러나 대국·제국·천하는 물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인류의 보편가치에 비추어 오늘의 중국몽은 너무 빠르고 위험하다.
번영 이후 시진핑 중국은 유교와 공자와 민족주의로 돌아갔다. 이 가치들은 근대 중국 사유의 개창자 루쉰과 현대 중국의 건설자 마오쩌둥이 근대화와 변혁을 위해 가장 타파하려 했던 요소들이었다. 즉 심각한 후퇴다. 이들 가치로 과연 자유·민주·복지·평등·인권·민주주의를 향유하는 선진 중국 도약과 주변 국가 포용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근대 초기 도자기가 차이나(china)로 명명된 이유는 중국산품의 품격과 수준 때문이었다. 고유명사(China·중국)의 일반명사(china)로의 전변이었다. 특수의 일반화는 인간 마음을 얻는 보편가치 없이는 안 된다.
특히 건국 70주년을 맞아 격화되고 있는 홍콩 사태는 결정적인 갈림길로 보인다. 중국의 관점에서 홍콩은 반환 이전에는 치욕의 상징이었지만 두통거리는 아니었다. 반환 이후에는 치욕은 극복했지만 두통거리로 전환되었다. 내부는 외부보다 늘 더 어렵다. 자유와 빵을 함께 누렸던 홍콩시민들에게서 자유를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구의회 선거 결과는 홍콩시민들의 명확한 의지표명이다.
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넓다. 또 사람도 너무 많다. 깊은 연구들이 중국을 ‘사실상의 연방제’로 보는 이유다. 단일 중앙집권이 불가능한 규모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번영은 지방을 존중할 때 가능했고 지방을 억압할 때는 반대였다. 중국에서 정치가 경세제민(經世濟民)인 이유는 자명하다. 초거대 규모 때문에 경국(經國) 대신 경세였고, 제민(制民) 대신 제민(濟民)이었다. 경세는 황제·중앙·정부의 역할이었고, 제민은 지방·각성(各省)·시장(市場)의 역할이었다. 단일집중에 의한 경국(經國)과 제민(制民)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따라서 홍콩에 대한 무력 탄압과 인명살상은 홍콩은 물론 중국을 위해서도 절대로 현책이 아니다. 즉 중국을 지탱해온 ‘사실상의 연방 제국’, ‘중앙-지방 공존’ ‘정치-경제 역할 분리’라는 세 특징을 갖는 ‘경세제민’의 중국역사에 대한 배반이다. 이웃과 세계의 마음 획득에서도 막대한 손해다.
첫째 중국경제를 위험하게 할 것이다. 홍콩의 혼란과 추락은 미중무역 갈등에 이어 중국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둘째 지방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중국을 지탱해온 ‘중앙은 정치’, ‘지방은 경제’라는 오랜 공존관계가 깨진다. 셋째 중국특색의 민주주의가 허구라는 점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자랑해온 유교적 평화공존도 허구가 될 것이다. 넷째 일국양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여 타이완과의 통일문제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게다가 홍콩은 물론 연접한 마카오, 선전(深圳), 주하이, 광둥성은 개방·시장·번영 중국을 이끈 상징지역들이다. 홍콩은 홀로 세계 30위권대 경제이고 1인당 GDP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1억을 넘는 광둥성은, 성 하나가 러시아와 같은 12~13위권 규모다. 어떤 국민 국가보다 큰 경제 규모다. 근대 중국을 만든 기라성들 - 홍슈취안, 캉유웨이, 양치차오, 쑨원- 도 광둥성 출신들이다. 이들 없는 중국근대가 가능한가? 탄압도 배제도 안된다. 포용과 공존이 답이다. 살상과 탄압은 중국 주변국가들에게 주는 신호 역시 나쁠 것이다. 인권과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흡수한 한국·일본·타이완·동남아 민주국가들이 유교와 권위주의로 돌아갈 수는 결코 없다. 지금은 동서 조우 이전 중국이 천하 체제를 유지할 때와는 다른 세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중화 체제를 대체한 자유·인권·민주주의의 보편가치를 깊이 내화한 이들을 유교·공자·천하 사상과 질서로 다시 묶으려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인간 존엄과 보편 가치로의 더 많은 진화가 답이다. 매년 중국·일본 대학과 공동강의를 할 정도로 이웃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한 동아시아 시민의 진심어린 제안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만약 세계가 중국의 경제력에 무릎을 꿇는다면 홍콩 사태가 던지는 인류의 보편가치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중국과 이웃나라들과 세계의 발전과 공존을 위해서도 불행이다. 홍콩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과거 중국그릇(China ware)을 넘은 도자기(china)처럼 보편수준으로 나아가 세계와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세계와 우리 이웃은 항상 함께 할 것이다. 홍콩사태는 번영 중국의 후퇴와 전진을 가를 일대 기회이자 시험대다. 중국은 지금 자유와 인간 존엄, 평화와 민주주의의 인류 가치를 위해 세계와 함께 할 때이다.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홍콩사태는 중국과 세계의 시험대
따라서 홍콩에 대한 무력 탄압과 인명살상은 홍콩은 물론 중국을 위해서도 절대로 현책이 아니다. 즉 중국을 지탱해온 ‘사실상의 연방 제국’, ‘중앙-지방 공존’ ‘정치-경제 역할 분리’라는 세 특징을 갖는 ‘경세제민’의 중국역사에 대한 배반이다. 이웃과 세계의 마음 획득에서도 막대한 손해다.
첫째 중국경제를 위험하게 할 것이다. 홍콩의 혼란과 추락은 미중무역 갈등에 이어 중국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둘째 지방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중국을 지탱해온 ‘중앙은 정치’, ‘지방은 경제’라는 오랜 공존관계가 깨진다. 셋째 중국특색의 민주주의가 허구라는 점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자랑해온 유교적 평화공존도 허구가 될 것이다. 넷째 일국양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여 타이완과의 통일문제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게다가 홍콩은 물론 연접한 마카오, 선전(深圳), 주하이, 광둥성은 개방·시장·번영 중국을 이끈 상징지역들이다. 홍콩은 홀로 세계 30위권대 경제이고 1인당 GDP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1억을 넘는 광둥성은, 성 하나가 러시아와 같은 12~13위권 규모다. 어떤 국민 국가보다 큰 경제 규모다. 근대 중국을 만든 기라성들 - 홍슈취안, 캉유웨이, 양치차오, 쑨원- 도 광둥성 출신들이다. 이들 없는 중국근대가 가능한가? 탄압도 배제도 안된다. 포용과 공존이 답이다. 살상과 탄압은 중국 주변국가들에게 주는 신호 역시 나쁠 것이다. 인권과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흡수한 한국·일본·타이완·동남아 민주국가들이 유교와 권위주의로 돌아갈 수는 결코 없다. 지금은 동서 조우 이전 중국이 천하 체제를 유지할 때와는 다른 세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중화 체제를 대체한 자유·인권·민주주의의 보편가치를 깊이 내화한 이들을 유교·공자·천하 사상과 질서로 다시 묶으려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인간 존엄과 보편 가치로의 더 많은 진화가 답이다. 매년 중국·일본 대학과 공동강의를 할 정도로 이웃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한 동아시아 시민의 진심어린 제안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만약 세계가 중국의 경제력에 무릎을 꿇는다면 홍콩 사태가 던지는 인류의 보편가치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중국과 이웃나라들과 세계의 발전과 공존을 위해서도 불행이다. 홍콩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과거 중국그릇(China ware)을 넘은 도자기(china)처럼 보편수준으로 나아가 세계와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세계와 우리 이웃은 항상 함께 할 것이다. 홍콩사태는 번영 중국의 후퇴와 전진을 가를 일대 기회이자 시험대다. 중국은 지금 자유와 인간 존엄, 평화와 민주주의의 인류 가치를 위해 세계와 함께 할 때이다.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홍콩사태는 중국과 세계의 시험대
////////////////////////////////////////////////////////////////////////////////////////////////
중국의 '홍콩 망신', 남의 일 아니다 ‘홍콩 사태’는 중국 역사에 큰 굴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짚어볼수록 그런 망신이 없다. “홍콩 광복, 시대혁명!” 홍콩 주민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복속을 거부하며 외친 구호다. 한마디로 “중국이 싫다”는 얘기다. 기구한 홍콩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중국은 홍콩을 1842년 영국에 폭력으로 빼앗겼다. 중국에 더 많은 아편을 팔기 위해 우격다짐의 전쟁을 일으켰고, 압승을 거둔 영국에 전리품으로 내준 땅이 홍콩이다.
지금 잣대로 보면 말도 안 되는 폭거다. 그러나 모든 것이 힘으로 결정되던 시대였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바뀌었다. 1997년 ‘할양기간’이 끝난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은 예전의 노쇠국가가 아니다. 미국과 일합을 겨루는 ‘G2(2대 강국)’의 한자리를 꿰찼다. 경제 규모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선 지 오래이며, 인터넷융합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 개발 경쟁에서도 최첨단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세를 몰아 아시아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자국 영향권에 두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호기를 부리기에 이르렀다.
그런 중국이 홍콩 주민들로부터 ‘딱지’를 맞은 것이다. 지난 6월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인들의 시위는 자치정부 수반(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로 확대됐다. 시위는 노골적인 ‘반중(反中)’ 적대감 표출로 이어졌다. 의사당의 중국 국기를 끌어내리고 옛 영국령 시절 홍콩기를 내거는가 하면, 일부 시위자는 영국 국기와 미국 국기를 흔들어대기까지 했다. 중국 정부를 더 곤혹스럽게 한 것은 “홍콩의 오늘이 세계의 내일”이라는 시위대의 구호다. ‘일대일로’와 함께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중국몽(中國夢)’이 실현된다면 전 세계가 오늘의 홍콩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홍콩인들이 이렇게까지 중국에 극력 반발하는 건 1997년 반환된 이후 언론 자유, 법치, 인권 등이 중국 수준으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자유민주주의 원조(元祖) 국가인 영국의 통치를 받는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와 문명을 누렸던 사람들에게 급속한 ‘중국화(化)’는 견디기 어려운 고역이었다. 영국이 홍콩을 빼앗은 과정은 폭력적이었지만, 확고한 사유재산 존중과 법치주의 문화를 심으면서 홍콩을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자유무역도시로 일궈냈다. 그런 도시에 권위주의적이고 압제적인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치 방식이 환영받을 리 만무다.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등 인접 국가에 어쭙잖은 완력을 과시하며 패권주의 속내를 드러내온 중국에 홍콩시민들이 먹인 ‘한 방’은 그저 통쾌하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 국력을 유지하고 키우는 방편으로서 ‘국가매력도 향상’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누구에게나 “그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국가적 매력을 높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곱씹게 한다.
스페인의 ‘지브롤터 굴욕’도 비슷한 사례다. 스페인은 북미 끝자락 멕시코에서부터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이르기까지 18개 중남미 ‘히스패닉 벨트’ 국가들의 종주국이지만, 정작 자국 최남단 지브롤터는 영국에 내준 채 돌려받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18세기 초 왕위계승 전쟁 때 영국에 기습 점령당한 이후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했지만, 2002년 주민 찬반투표에서 99%의 압도적 ‘퇴짜’를 맞은 이후에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법치가 보장되는 영국 시민으로 살겠다는 지브롤터 주민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국적 선택’은 영토 차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개인의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의 ‘국적 쇼핑’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국이 공통 현상인 인구 감소의 보완책으로 출산 장려와 함께 ‘우수 외국 인력 유치’ 경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도 이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은 어떤 나라이며, 어떻게 진화해나가야 하는지 냉정한 현실 진단과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런 인식과 안목이 있는지 궁금하다.
입력2019.12.04 /[한국경제]이학영 논설실장
"자유·법치가 번영의 토대" /영국문명 경험한 홍콩시민들 /중국의 권위주의와 압제 거부
'국적쇼핑' 본격화되는 시대 /한국은 매력 있는 나라인가
'국적쇼핑' 본격화되는 시대 /한국은 매력 있는 나라인가
지금 잣대로 보면 말도 안 되는 폭거다. 그러나 모든 것이 힘으로 결정되던 시대였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바뀌었다. 1997년 ‘할양기간’이 끝난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은 예전의 노쇠국가가 아니다. 미국과 일합을 겨루는 ‘G2(2대 강국)’의 한자리를 꿰찼다. 경제 규모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선 지 오래이며, 인터넷융합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 개발 경쟁에서도 최첨단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세를 몰아 아시아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자국 영향권에 두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호기를 부리기에 이르렀다.
그런 중국이 홍콩 주민들로부터 ‘딱지’를 맞은 것이다. 지난 6월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인들의 시위는 자치정부 수반(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로 확대됐다. 시위는 노골적인 ‘반중(反中)’ 적대감 표출로 이어졌다. 의사당의 중국 국기를 끌어내리고 옛 영국령 시절 홍콩기를 내거는가 하면, 일부 시위자는 영국 국기와 미국 국기를 흔들어대기까지 했다. 중국 정부를 더 곤혹스럽게 한 것은 “홍콩의 오늘이 세계의 내일”이라는 시위대의 구호다. ‘일대일로’와 함께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중국몽(中國夢)’이 실현된다면 전 세계가 오늘의 홍콩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홍콩인들이 이렇게까지 중국에 극력 반발하는 건 1997년 반환된 이후 언론 자유, 법치, 인권 등이 중국 수준으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자유민주주의 원조(元祖) 국가인 영국의 통치를 받는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와 문명을 누렸던 사람들에게 급속한 ‘중국화(化)’는 견디기 어려운 고역이었다. 영국이 홍콩을 빼앗은 과정은 폭력적이었지만, 확고한 사유재산 존중과 법치주의 문화를 심으면서 홍콩을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자유무역도시로 일궈냈다. 그런 도시에 권위주의적이고 압제적인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치 방식이 환영받을 리 만무다.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등 인접 국가에 어쭙잖은 완력을 과시하며 패권주의 속내를 드러내온 중국에 홍콩시민들이 먹인 ‘한 방’은 그저 통쾌하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 국력을 유지하고 키우는 방편으로서 ‘국가매력도 향상’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누구에게나 “그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국가적 매력을 높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곱씹게 한다.
스페인의 ‘지브롤터 굴욕’도 비슷한 사례다. 스페인은 북미 끝자락 멕시코에서부터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이르기까지 18개 중남미 ‘히스패닉 벨트’ 국가들의 종주국이지만, 정작 자국 최남단 지브롤터는 영국에 내준 채 돌려받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18세기 초 왕위계승 전쟁 때 영국에 기습 점령당한 이후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했지만, 2002년 주민 찬반투표에서 99%의 압도적 ‘퇴짜’를 맞은 이후에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법치가 보장되는 영국 시민으로 살겠다는 지브롤터 주민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국적 선택’은 영토 차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개인의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의 ‘국적 쇼핑’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국이 공통 현상인 인구 감소의 보완책으로 출산 장려와 함께 ‘우수 외국 인력 유치’ 경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도 이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은 어떤 나라이며, 어떻게 진화해나가야 하는지 냉정한 현실 진단과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런 인식과 안목이 있는지 궁금하다.
'역사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신라의 해륙정책[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재발견] (0) | 2019.12.22 |
---|---|
(11) 바다로 나간 신라인들[윤명철의 한국,한국인의재발견] (0) | 2019.12.08 |
[안세영의 중국 바로 읽기](1) 멈출 줄 모르는 中 영토 팽창욕 (0) | 2019.12.01 |
[안세영의 중국일기](2)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과 '한반도 징크스' (0) | 2019.12.01 |
[안세영의 중국 바로 읽기](5) 코리아 속국론(屬國論) (0) | 2019.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