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하문명(遼河文明)은 우리 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서 현재 내몽골 우하량, 적봉을 비롯한 요하지역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며 살았던 우리민족의 옛터전이다. 중국의 자랑 황허문명(黃河文明)보다 3000~4000년 더 오래된 역사다. 그러나 요하문명은 안타깝게도 현재 중국의 역사로 뒤바뀌고 말았다.
중국은 우리 동이족(東夷族)의 수장 치우(蚩尤)를 중국의 황제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요하문명마저도 중국역사에 편입시켜서 심하게 왜곡하여 기세 등등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요하문명을 우리 역사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학계에서조차 크게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요하문명이 그대로 중국의 역사에 편입되는 것을 침묵·방관하고만 있는 실정이다.
요하문명! 가슴 뛰는 우리의 시원(始原)을 눈앞에서 도둑맞는 이 현실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을 것인가?
요하는 중국의 동북지방 남부 평원을 휘돌아 흐르는 강이다. 얼핏 들어도 우리에게는 귀에 익은 강이다. 을지문덕(乙支文德)이 수양제의 30만 대군을 물리쳤던 곳이다. 청동기문화를 선도했던 비파형 동검과 투구며 빗살무늬토기와 적석총 그리고 여신상(女神像)으로 대표되는 신전이 있었다. 또 C자형 옥기(玉器)로 상징되는 옥기문화의 토기가 출토되어 새로운 제5의 문명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요하 유역이다.
여기서 꽃을 피운 것이 이른바 요하문명이다. 하가점(夏家店)이나 우하량(牛河梁), 흥륭와(興隆窪), 오한치(敖漢旗), 그리고 조보구(趙寶溝)를 중심으로 하는 조양시(朝陽市)와 적봉시(赤峰市)가 그 문화의 요람이다. 고조선(古朝鮮) 시기에 우리 한민족의 선조들이 둥지를 틀고 삶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그런 곳이 바로 여기다.
1980년 이후 중국이 그리도 내세우던 황하문명을 넘어 요하문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날 중국인들이 만리장성 넘어 있는 동쪽의 오랑캐쯤으로 야만시 했던 이 지역이 바로 요하문화의 발상지다. 말하자면 요하문명이 중원에 청동기와 철기문화를 일으켜 중원은 물론이고 새로운 동북아시아 문화 발전에 횃불을 든 곳이 요하일대인 것이다.
요하문명이 중원의 역사를 1000년 이상 끌어올리고, 인류 4대문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화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중국은 지금 마침내 국가 역사문화의 거대한 공정(工程)을 진행하고 있다. 천단(天壇)과 신전(神殿), 돌로 쌓은 적석총(赤石?), 그리고 C자형 옥기(玉器)로 대변되는 신석기 이전의 문명의 실체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인돌이나 비파형 동검, 그리고 빗살무늬 토기가 분포하는 이 지역이 우리 고조선 문명의 텃밭이었다. 요하는 그 유역이 한반도와 맞먹고 그 길이가 압록강의 배에 가깝다. 그러니까 백두산, 곧 대흥안령 사이를 흐르며, 드넓고 기름진 대평원을 이루어낸 어머니 강이다.
중국은 2002~2005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실시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입각한 공정 연구의 일환으로, 2003년 6월부터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을 통하여 황하문명보다 이른 요하문명을 중화문명의 뿌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야만인인 동이족의 땅으로 보던 요하문명을 중국문명의 시발점으로 보기 시작하고, 이를 중화민족과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 홍산문화를 중심으로 한 고대문명을 1995년 정식으로 요하문명(遼河文明)으로 명명하였다. 요하문명의 발견으로 중국 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동이족의 영역이라고 보던 이곳에서 중원의 황하문명보다 시기적으로 앞서고 문화적으로도 더 발달된 요하문명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요하문명은 기존의 사서(史書)에 단 한 자도 기록이 없는 철저히 잊힌 문명이었다. 그런데 요하문명을 고대 동이족의 문명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중국의 상고사는 동이족 역사의 방계역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요하문명의 중심적인 유적들이 전모를 드러낸 이후에 중국은 국가 주도의 역사 관련 공정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요하문명을 ‘중화문명의 기원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학계에서는 요하문명의 주도 집단이 동이족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조상인 황제족(黃帝族)이라는 논리를 정설로 만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요하문명 지역에서 후대에 등장하는 모든 민족은 황제족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이 지역에서 발원한 단군, 예·맥족, 부여족 등이 모두 황제족의 후예로 중화민족의 일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단군, 주몽, 해모수 등 한국사의 주요 인물들 역시 황제족의 후손이 되며, 한국의 역사·문화 전체가 중국의 방계 역사와 문화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덕화아카데미’가 26일 오후 5시 여의도 KBS별관 건너 인도네시아대사관 뒤편 영창빌딩 4층 ‘원불교 여의도교당 대법당’에서 우실하 교수 초청 ‘요하문명의 발견과 동북아 상고사’ 특강을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를 잃은 민족은 영혼 없이 떠도는 처량한 민족으로 전락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