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는 트럼프를 다시 봤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3년 내리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에 왔다.
해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이 역사학자의 생각을 쫓아갈 수 있었다.
화제는 당연히 북한과 도널드 트럼프였다.
미국 대선을 앞둔 2016년 이맘때 그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지 못했다.
미국 대선을 앞둔 2016년 이맘때 그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지 못했다.
작년 이맘때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를 크게 우려했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의 최고사령관은 외교와 군사 문제를 다룬 경험이 전무했다.
위력적인 첨단 무기를 가진 대통령은 새 장난감을 갖고 즐거워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2의 한국전쟁이 아니었다.
진짜 최악은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이라는 커밍스 말에는 귀를 막고 싶었다.
그리고 1년. 그동안 커밍스는 트럼프를 다시 보게 됐다.
물론 1년 전 트럼프에 대해 한 말에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작년 12월에는 실제로 그가 북한을 때리기 직전까지 간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가족 철수까지 생각했고 북한은 그걸 전쟁으로 간주하려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는 달라졌다.
커밍스는 트럼프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는데 매우 기민하다(shrewd)"고 했다.
커밍스는 트럼프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는데 매우 기민하다(shrewd)"고 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많이 알지는 못해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커밍스는 그의 북한 비핵화 노력에 A학점을 줬다.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B학점이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그가 역사 공부를 안 한다며 F학점을 줬다).
트럼프는 처음에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몰랐다.
트럼프는 처음에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몰랐다.
한국에 미군 2만8000여 명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하지만 문재인·김정은의 대화 열차에 올라타면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보여줬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노벨 평화상을 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만난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트럼프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핵에 집중하면서 인권이나 민주화는 말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핵에 집중하면서 인권이나 민주화는 말하지 않는다.
북한이라는 나라를 `세탁`하려 하지 않고 권력을 강화한 김정은에게 존경심마저 내비친다.
커밍스는 그가 워싱턴 참모들 말을 따르지 않기를 잘했다고 본다.
참모들은 대화 전에 온갖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다. 그들은 기술적인 디테일에 너무 집착한다.
하지만 대단한 협상가임을 자처하는 트럼프는 대북 외교를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힐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의 친서를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자랑하는 트럼프와 얼마나 대조적인가).
내 질문은 결국 한 가지로 수렴됐다. 북한은 마침내 핵을 포기할 것인가.
내 질문은 결국 한 가지로 수렴됐다. 북한은 마침내 핵을 포기할 것인가.
과연 완전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가능한 일인가.
커밍스는 1990년대 북한이 플루토늄 제조 설비를 포기했을 때 실제로 비핵화를 할 것으로 봤다.
커밍스는 1990년대 북한이 플루토늄 제조 설비를 포기했을 때 실제로 비핵화를 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왜 그런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이라크 선제타격 계획을 세웠을 때 워싱턴에서는
왜 그런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이라크 선제타격 계획을 세웠을 때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은 사담 후세인이 핵을 가졌다면 여전히 바그다드에 살아 있을 거라며
자기들은 절대 그렇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존 볼턴은 당시 대놓고 북한의 절멸을 이야기했다.
커밍스는 미·북 기본합의서 같은 약속이 정권이 바뀌면 휴지 조각이 되는 걸 본
북한으로서는 체제 보장 약속을 쉽게 믿지 못한다고 했다.
물론 핵과 미사일의 중대한 감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가 있다.
물론 핵과 미사일의 중대한 감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수천 개 지하기지에 뭘 숨겨뒀는지 한국과 미국이 완전히 알아낼 길은 없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스스로 그렇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스라엘처럼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더라도 과학자들 머릿속까지 지울 수는 없다.
한국전쟁 후 5년 동안 미국에 잡혀 있었던 과학자 첸쉐썬은 1955년 돌아가자마자
`중국 로켓의 아버지`가 됐다. 북한도 수틀리면 다시 핵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커밍스는 비핵화 후에도 잔존할 모호성을 이야기했다.
`화염과 분노`를 내뿜고 `꼬마 로켓맨`을 공격하던 트럼프가 A학점을 받을 만큼 북한 비핵화에 열심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하지만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끝내 낙관을 불허하는 영역이다.
[장경덕 논설실장]
[장경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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