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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냉전 vs 미중냉전

새밀 2018. 12. 13. 11:04

미소냉전 vs 미중냉전

입력 : 2018.12.13

레스터 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는 명저 `격돌의 시대(Head to Head)`에서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미국이 승자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변화를 위한 전략적 기회를 포착하되 억지로 하지 말고 역사와 인간 본질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국제적 역학 측면에서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으로 미·중 간 갈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관세전쟁이 진행 중이고 며칠 전에는 중국의 대표 기업 화웨이 창업주 딸이 미국 당국 요청에 의해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혹자는 이를 새로운 냉전시대(미·중 냉전)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40여 년간 지속된 미국·소련 간 냉전은 1991년 말에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면 2018년에 미·중 냉전이 시작됐다면 이는 과연 몇 년이 걸릴 것이며, 누구의 승리로 막을 내릴까.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다양한 예측 변수를 써봐야 하겠으나 최소한 미·소 냉전과 미·중 냉전(만일 벌어진다면) 간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통점은 두 가지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미국)와 강력한 공산당 독재체제(소련·중국) 간 싸움이라는 점이며 또 하나는 도전 국가들(소련·중국) 의도에 다분히 세계의 세력 판도를 자국 중심으로 넓혀 나가고자 하는 패권 의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련은 세계 공산화를 이룩하자는 의도가 강했고, 중국은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을 완성하고자 하는 욕심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두 냉전 간의 다른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미·소 간에는 주로 무력경쟁이 주축이었으나 미·중 간에는 경제전쟁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미·소 냉전 중에는 양국 간에 상호 연계성이 없었다. 대량살상 무기나 미사일 개발 등 각자가 독자적 능력으로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미·중 간에는 이미 무역, 투자, 기술 등 상호 얽혀 있는 분야가 많은 중에 경제전쟁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무역흑자의 40%가 대미 수출에서 나온다. 그리고 미국 주요 산업들의 부품이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소비재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국 국방 관련 장비의 많은 부품이 중국 회사들에 의해 제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다시 말해 미·중 냉전이 만일 벌어진다면 서로가 손해 보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어느 측 손해가 더 클 것인지가 승패의 열쇠일 것이다.

또 하나 두 냉전 간의 다른 점은 미·소 냉전의 경우 주로 정부 대 정부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양국 간에 냉전이 진행되는 동안 민간은 자기 정부의 방침을 그냥 따라주면 됐다. 이에 반해 미·중 간에는 주로 경제전쟁이므로 정부 정책을 민간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자유민주국가이므로 대중(對中) 관세 인상이나 수입제한 조치 등에 대해 의회나 민간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이므로 민간의 의견이 설 자리가 없다. 특히 장기 집권체제 구축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에서는 정부 정책만 있을 뿐이다. 즉 정책의 유연성이 있는 측과 없는 측의 대결이 될 것이다. 정책이 경직적이면 실패하기 쉽다.

두 냉전 간의 다른 점, 세 번째는 냉전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다. 즉 미·소 냉전 때는 무력경쟁이었으므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미·중 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아전인수로 해석해 상대방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누가 더 많이 저질렀는지를 따지는 세계의 여론이 있다. 환율 조작, 기술 도용, 원산지 속이기, 덤핑 등 WTO 규범을 먼저 어긴 측이 누구인지를 세계는 보고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미·소 냉전과 다른 점을 잘 보면 어렴풋이라도 답이 나온다. 중국 수출의 대미 의존도, 중국 경제의 국가 간섭도, 냉전에 대한 세계의 시각 등을 보면 중국이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옳고 그름의 싸움이요, 경제력의 싸움이므로 선택지가 더 많은 측, 더 스마트한 측, 경제력이 더 강한 측이 이길 것이다. 원칙에 더 충실해 세계 사회에서 지지를 받는 측,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제 혁신에 앞장서는 측이 이길 것이다. 자유, 자율, 창의 그리고 경쟁이 허용돼 경제 혁신에 가속이 붙는 국가는 결국 경제력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굳게 지켜 나가는 나라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소련이 1991년 백기를 든 것도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미사일 개발, 우주경쟁에만 몰두하다가 결국 경제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미·소 냉전은 40년간 지속됐으나 미·중 냉전은 만일 벌어진다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유장희 대한민국학술원회원·본사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