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에 채인 슬픔/미산 윤의섭
바다가 뒤집힐 듯이
폭풍의 언덕을 이룬 파도
가두리양식 뗏목을 육지에 패대기 첬으니
어부의 울부짖음이 하늘을 찌르고
때리듯이 아픈 바람이
풋고추를 떨어트리고
비닐하우스를 날려보내니
농부의 타는 가슴 숯검정 같네
산등성이 과수원에
익어가는 봉지 배 떨어지고
과목도 꺽어 놓았으니
5년공드린 과수원집 초상난 듯 슬퍼하고
골자기에 가려 지은 축사에
닭도 채이고 오리도 죽어
잠 못 이룬 목축인의 눈두덩이 부어오르네
볼라벤의 날쌘 강풍이
할퀴고 간 흔적
올해 농사 망친 슬픔
추석 상 차릴 일이 두렵기만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