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구글의 종말]구글은 `보안` 취약해 무너진다/이후 세상은 블록체인 시대

새밀 2019. 12. 7. 10:30

구글은 `보안` 취약해 무너진다…이후 세상은 블록체인 시대

[구글의 종말]

/ 조지 길더 지음 / 이경식 옮김

    >지난해 실리콘밸리를 긴장시킨 문제작이 출간됐다. TV 시대가 끝나고 네트워크 시대가 열릴 것을 일찌감치 예언한 `텔레비전 이후의 삶`으로 이름난 디지털 사상가 조지 길더의 신작이다. 길더는 1994년작인 이 책에서 네트워크 컴퓨터가 시계만큼 갖고 다니기 쉽고, 지갑만큼 개인적이고,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길을 찾을 것이며, 우편물과 소식지와 급료를 모아둘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모든 것은 현실이 됐다. 원하지 않는 광고는 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예언만 빼고. 구글이 안내하는 인터넷에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온갖 광고들이 널려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봇과 악성 소프트웨어가 넘쳐난다. 인터넷은 개별 사용자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대신 스스로 모든 돈과 권력을 가장 높은 층으로 빨아올리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구름(Cloud)이 돼 버렸다. 그렇다. 이 책이 저격하는 대상은 구글이다.

    인터넷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 구글의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AI)이다. 그렇다면 더 문제다. 이들이 신봉하는 것은 `실리콘 뇌`다. 기계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이 가진 의식과 참신한 상상력이 논리의 세상에서는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간이 발견할 것이 더 이상 없으므로 그만 은퇴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승자독식의 우주로 날아올라 자기만의 행성에서 은하장벽이 둘러처진 정원을 꾸미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알파벳의 우주 개발과 생명 연장 사업을 풍자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21세기 점쟁이`인 유발 하라리, 닉 보스트롬, 래리 페이지, 일론 머스크 등이 세상을 인공지능의 거대한 체계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서 이제 곧 종말을 맞을 하나의 산업적 체제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검색엔진과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아는 `신`이 된 시대에 도대체 우리는 왜 열 자리의 복잡한 비밀번호를 외워야 하고 매달 바꿔야 하는가. 보안, 사생활, 지식재산권 등 분야에서 일어나는 위기는 근본적이며 현재의 컴퓨터나 네트워크 안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보안은 다른 모든 서비스의 기초이며, 돈 거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공짜로 우리 정보를 제공한 끝에 인터넷에는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은 현재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회사다. 이 책이 구글보다 덩치가 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은 구글만이 `세상 체계(System of the World)`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닐 스티븐슨이 아이작 뉴턴을 소재로 쓴 소설 `바로크 사이클`에서 차용한 것으로, 뉴턴이 만든 미적분과 금본위제처럼 문명을 지배하는 일련의 사상을 의미한다. 연금술에 몰두했던 뉴턴은 아무도 금의 성질을 바꿀 수 없음을 알게 된 뒤 금본위제를 정착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화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얻었다. 뉴턴의 가장 큰 업적은 어쩌면 돈을 황금처럼 가치 있게 만든 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구글 시대는 뉴턴의 세상 체계(하나의 우주, 하나의 화폐, 하나의 신)를 퇴색시켰다. 뉴턴만큼 급진적인 구글의 지식 이론은 빅데이터다. 과거처럼 인간의 뇌를 사용해 느리고 서툴게 단계를 밟아 지식을 탐색하자는 게 아니라 두 조건만 충족되면 접근법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 조건이란 첫째, 세상 모든 데이터가 단일 장소에 축적될 것과 둘째, 이 데이터를 분석할 충분히 포괄적인 알고리즘을 만들 것. 이 관점에서는 인간의 뇌도 본질적으로 알고리즘이다. 하지만 저자는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논리 기계가 아니라 센서 프로세서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반론을 편다. 게다가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결합은 하나의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그런 전망은 궁극적으로 독재적이다.

    이메일과 유튜브, 안드로이드 앱과 게임까지 구글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공짜로 누리는 대가로 사용자들은 많은 것을 제공한다. 구글은 소리, 이미지, 문서, 노래 등 온갖 정보를 인터넷의 기하급수적 성장 속도를 따라잡으며 직조하고 포장하는 유일무이한 기업이다. 모든 것을 공짜로 제공하는 자기 희생 전략을 통해 구글은 종교적 지위를 획득했지만 이들은 95% 수입을 광고에서 얻는 회사에 불과하다. 이들은 단지 `공짜는 전체 시장을 독식한다`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길더가 상상하는 구글 이후 세상은 `크립토코즘(암호화를 위해 분산화된 세상)` 시대다. 중앙화가 필요한 구글의 사업 모델은 탈중앙화라는 벽에 부딪혔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경제, P2P 혁명은 데이터를 수평적이고 상호작용적으로 이용하는 세상을 이미 열고 있다. 제국을 무너트리는 혁명은 구글의 치명적 약점인 보안 문제에서 시작될 공산이 크다. 크립토코즘의 10대 원칙에는 `보안 우선주의` `공짜는 없다` 등 구글 철학과는 정반대인 가치가 우선시된다. 자신의 정보를 공짜로 팔아넘기는 대신 스스로 관리하고 그 비용 역시 자유롭게 결정하게 되는 세상, 누가 봐도 그럴듯하지 않은가. 경쟁자들은 구글이라는 성체에 갇힌 콘텐츠를 네트워크 전체에 분산시킬 것이고, 이때 콘텐츠의 디지털 권리를 관리하는 일은 블록체인에 맡겨질 것이다.


    IT 기업의 창세기부터 미래까지 책 한 권으로 조망하는 압도적인 시야와 통찰력이 돋보인다. 79세의 실리콘밸리 구루는 기계가 도달할 `특이점`을 부정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의 기준은 인간의 마음이 될 것"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미래를 예언한다. "나는 구글의 세상 체계는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우리 당대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