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학의 공통원리' 지켜야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본부에서 개발경제전문가로서 30년 가까이 일하다가, 귀국해 20년간 발전경제학을 가르친 필자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50년의 경험에 비추어보니, "한 켤레의 구두가 모든 사람에게 다 맞을 수 없다"는 서양의 격언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경제정책의 원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
한국은 경제가 발전해 많은 개발도상국에 원조와 정책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원조와 정책자문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 발전 경험 이면에는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불변의 원리에 정책 결정자들이 충실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가 발전해 많은 개발도상국에 원조와 정책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원조와 정책자문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 발전 경험 이면에는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불변의 원리에 정책 결정자들이 충실했다는 점 때문이다.
1960년대에 한국과 같은 1인당 국민소득을 가졌던 60여 개 개도국 중에서
1990년대에 1만달러 이상의 개인소득 수준을 달성한 국가는 피원조국 중 오직 한국뿐이었다.
그래서 현대경제학의 문헌상 가장 격렬한 논쟁이 된 주제 중 하나는 과연
어떻게 원조가 한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문제였다.
최근에 하버드대의 경제학 석학들이 한국의 경제학자들과 공동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1960~1970년대 경제 성장에
도로·철도·전력·항만 등 인프라와 공장 기자재 등 고형자산 투자가 가장 많은 57%
의 영향을 미쳤고,
다음으로 고용에 26%,
인력개발에 4%,
경제전반의 효율성에 약 13%를 기여했다고 한다.
과연 한국은 다른 후진국에 비해 높은 투자율을 유지해 국내총생산의 25~30% 이상을 투자에 사용했다.
1960~1970년대에는 투자의 절반을 외국 원조와 공적차관에 의지했고,
그 후에는 국내 저축과 외국 민간자본 유치가 투자의 큰 몫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면 외국 원조는 어떻게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했는가.
그러면 외국 원조는 어떻게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했는가.
최근 필자가 한국의 1961~2001년의 40년간 경험적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해보니,
모든 종류의 원조가 꼭 같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원조를 세분해 보니,
구조조정 차관이나 경제적 인프라 부문(도로·철도·발전·항만 등)과 생산 부문(농업·공업 등)에 대한 차관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사회 부문(교육·보건·후생 등)과 정부 부문에 대한 차관은 경제 성장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회·정부 부문에 대한 차관이 장기적으로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단기에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부조 제도를 만들어 소비를 증진시키는 효과는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증거는 없었다.
실제로 그 시대에 한국은 공적원조와 차관의
실제로 그 시대에 한국은 공적원조와 차관의
92%를 구조조정이나 인프라 및 생산 부문에 투자했고,
8%를 사회·정부 부문에 투자했다.
이에 반해 다른 개도국들은 원조의 절반 이상을 사회·정부 부문에 투자했고,
인프라나 생산 부문에 대한 투자는 24%에 불과했다.
한국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러한 경제개발정책이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원조 공여국이나 원조를 받는 개도국들도 사회·정부 부문에 원조나 재정지출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차관이나 인프라와 생산 부문에 대한 차관을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이 나온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원조 공여국이나 원조를 받는 개도국들도 사회·정부 부문에 원조나 재정지출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차관이나 인프라와 생산 부문에 대한 차관을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이 나온다.
이것은 빈곤 타파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균형적인 정책이며, 빈곤 타파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경제적 파이를 동시에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교훈은 모든 나라들이 따라야 할 경제학의 공통원리라고 할 수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부조 제도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원조뿐만 아니라 모든 재정자원을 사회·정부 부문에 집중하는 정책으로는 소비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그 소비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투자와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의 공통원리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원리를 한국 자체의 경제정책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계우 전 KDI 국제대학원 교수]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부조 제도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원조뿐만 아니라 모든 재정자원을 사회·정부 부문에 집중하는 정책으로는 소비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그 소비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투자와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의 공통원리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원리를 한국 자체의 경제정책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계우 전 KDI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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