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중국 선전에 위치한 글로벌 1위 드론 업체인 DJI 본사. 캐주얼 복장의 직원들이 이동하거나 컴퓨터를 주시하는 모습에서 일반 사무실과 유사하다. 그러나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 70%를 장악한 DJI 저력은 풍부한 상상력과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실패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DJI 본사 전시장에 진열된 드론 제품 수십 기는 비약적으로 진화하는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드론의 소형화와 경량화 단계를 넘어서 무인기 신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기술 표준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드론이 지정한 인물이나 움직이는 사물을 인식해 비행 내내 따라붙으면서 안정적으로 카메라 촬영이 가능하다. 택배 배송, 재난, 농업, 소방 등 영역별로 꼭 필요한 맞춤형 기술을 접목해 드론을 `원격 로봇`으로 진화시키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끊김 없는 심리스(Seamless) 통신 기술을 비롯해 인지·제어 센서 기술, 고도 촬영 영상 기술,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융합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DJI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티나 장 투자부문 담당 이사(34)는 "후발주자였던 DJI가 불과 10년 만에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적 인프라스트럭처 덕도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통신장비 1위 기업인 화웨이는 5G 시대를 맞아 중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5G 설비를 공급하는 최초의 기업이 되리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화웨이는 옛 사옥인 선전 캠퍼스에 이어 둥관에 새로운 OX HORN 캠퍼스를 열었다. 이곳은 대학 교정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 `화웨이 대학`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1.26㎢ 면적의 둥관 캠퍼스를 관통하는 열차를 타면 파리·베로나·체스키크룸로프 등으로 명명된 각 구역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열차 외 차량은 건물 지하에 있는 별도 차도로 다니게 한 것인데, 이로 인해 캠퍼스 내에서 일반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또한 도심의 번잡함은 잊고 공원·교정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하라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중국 소프트웨어 분야 1번지인 난산소프트웨어단지에 위치한 텐센트에서는 인근 지역을 오가는 행인을 보는 것만으로 중국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체감할 수 있다. 20·30대 젊은 개발자 수백 명이 한 손에 커피를, 한 손에 모바일 기기를 들고 출근하는 모습은 그간 뉴욕·도쿄·실리콘밸리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역동적 도시`의 면모를 옮겨놓은 듯했다.
특히 텐센트와 중국 선전완그룹이 함께 조성한 텐센트창업센터에서는 6개 건물 내 모든 부스마다 들어찬 개발자들이 스스로의 아이템을 전시해놓고 회의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매경미디어그룹이 중국 선전에서 글로벌 포럼인 `한중 웨강아오다완취 경제협력포럼`을 개최하면서 대표적 혁신기업인 화웨이·DJI·텐센트 현지 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모두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혁신 산업생태계에서 성장한 기업들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한국 경제사절단 100여 명이 직접 눈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확인한다.
특히 중국 혁신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웨강아오다완취 계획과 더불어 더욱 급격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합친 메가 경제권을 통해 이 지역을 2022년까지 첨단 기술 산업에 특화된 세계 일류 도시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2035년까지 세계 정상급 수준의 베이 경제권으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1등이면 세계에서 1등`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거대한 내수시장은 든든한 우군이다.
그동안 중국 1등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경제 개발 전략과 보조를 맞추면서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중앙당국이 청사진 제시와 함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기업들은 각자의 산업 분야에서 시장 선점과 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규모와 실력을 키워왔다.
지난해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웨강아오다완취 소재 중국 기업은 20곳에 달했고, 그중 선전 소재 기업은 무려 7곳이었다.
이 같은 모습들은 한국의 미래 신산업을 이끌어갈 혁신성장 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웨강아오다완취 같은 혁신경제권을 조성해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우영 선전한국상공회 회장은 "중국 정부의 웨강아오다완취 계획 발표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매경 글로벌 포럼은 한중 기업인이 선전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공유하는 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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