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일상과 세상을 바꾸는 '색(色)'의 심리·과학
한세현 기자 입력 2018.06.16.
사람은 눈을 통해 사물 혹은 현상을 보고 정보로 인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원추세포는 말 그대로 원뿔 모양으로 생겼는데, 상대적으로 진화가 많이 된 영장류에만 있습니다, 역할은 색깔, 정확히는 빨강-파랑-녹색 3개 계열 색을 인지하는 것인데, 이 3가지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세상의 다양한 색깔을 파악합니다. (컬러TV와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도 이 원리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원추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느 세포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바로, 우리의 삶을 이끌고, 때론 바꿀 수 있는 인지 과정인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조명 기사 S.G. 히빈스는 최상의 음식을 준비해 만찬을 열었습니다. 그는 만찬 중 분위기 전환을 위해 조명필터를 녹색과 빨간색으로 바꿔 보았습니다. 그러자 스테이크는 회색으로, 우유는 붉은 색으로, 샐러드는 자주색으로 변했습니다. 손님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잠시 흥분했지만 이내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음식 색깔에 식욕을 잃고 말았습니다. 기존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스키마와는 다른 정보를 처리하는 데 인지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시각으로 인지하는 색깔(色)에 심리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 색(色), 세상을 향해 전하는 목소리
색을 이용한 캠페인은 의료계에서도 널리 이뤄집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퇴치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색깔 리본을 쓰는 것인데, 빨간 리본은 에이즈, 핑크 리본은 유방암, 파란 리본은 전립선암, 금색 리본은 대장암, 초록 리본은 우울증을 상징합니다.
색은 정보를 전달하는 나름의 언어 체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언어인 색은 우리 실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공학에서도 활용됩니다. 책상 위에 놓인 머그잔을 아무 생각 없이 잡았다가 “앗, 뜨거워!”라고 외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만약, 컵을 잡은 사람이 어린 아이라면 자칫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뜨거운 컵에 ‘뜨겁다’라고 적어두기도 어렵죠. 그래서 개발된 게 내용물의 온도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컵입니다.
이처럼 온도에 따른 색이 변하게 하는 기술은 컵뿐 아니라 주방용품에 적용하면 효과적입니다. 특히, 음식을 먹기 전 얼마나 뜨거운지 미리 알기 어려울 때가 잦은데, 이 시온 안료 숟가락을 넣어보기만 하면 미리 음식 온도를 확인할 수 있어 특히 어린 아이들이 안전하게 식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색을 활용한 기술은 이제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정보를 쉽고, 빠르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으로 많은 정보를 전할 수 있는 기상예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과거 기상예보는 전문가가 직접 기상도를 그리며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954년 영국 BBC의 조지 코월링이 방송에서 일기도를 그려가며 기상정보를 설명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72년 김동완 예보관이 처음으로 방송에서 복잡한 기상도를 직접 그리며 각종 기상 정보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과학 관점에서 색을 활용한 기상 정보 전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색상을 통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온도는 물론 최근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와 습도 등을 색을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 날씨 애플리케이션 '솔라(Solar)'입니다. 솔라는 복잡한 기상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을 피하고, 종합적인 날씨 상태를 색채로 표현하는 직관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기상 상태를 색상으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복잡한 수치를 과감히 줄이고 감각적인 색상으로 기상정보를 전달하고, 소비자는 색깔만으로도 전체적인 날씨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1. Pyoung Won Kim (2017). Chameleon-like weather presenter costume composite format based on color fuzzy model. Soft Computing, 22, 1491-1500.
2. Pyoung Won Kim (2018). Operating an environmentally sustainable city using fine dust level big data measured at individual elementary schools. Sustainable Cities and Society, 37, 1-6.
3. 한화케미칼 블로그 ‘케미칼드림’ http://www.chemidream.com/
4. 기상 캐스터 의상 색깔로 표현한 기상정보 https://youtu.be/3yyIw7K5IQY
한세현 기자vetm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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