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세계 각국의 오랜 저금리 정책이 불러온 풍경이다. 하지만 역시 실물경제보다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자산시장! 전 세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8년 동안 풀린 돈으로 세계 자산시장 곳곳에 버블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인 만큼 비관론자와 낙관론자가 양쪽에서 공포와 탐욕을 자극한다. 누군가는 어서 끔찍한 버블 붕괴에 대비하라고 소리치고, 다른 누군가는 다시 오지 않을 버블에 잘 올라타라고 소리친다. 문제는 아무도 버블 붕괴의 시작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 그러니 정상적인 투자는 불가능해지고 도박판 같은 쩐의 전쟁터에 감 하나만 믿고 나서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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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반복되는 탐욕의 역사에 언제까지 소중한 내 돈을 털릴 것인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이런 낡은 투자법에 계속 기댈 것인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서 보았듯, 자산운용의 알파고라고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공포와 탐욕에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한쪽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자산배분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설정된 리스크 범위 내에서 최고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시장 상황 변화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리밸런싱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황에는 시장 평균보다 더 벌고, 거대한 붕괴가 와도 자산 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는 미래 재테크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의미와 현재 실력을 검증한다. 골치 아픈 자산배분 따위 로봇에게 맡기고 편히 쉬려면, 그 원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액티브펀드 중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30%도 채 되지 않는다. 장기투자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장기로 투자할수록 성적은 더 좋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와 ETF다. 운용도 쉽고 수수료도 싸다. 실제 주위를 둘러봐도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2400으로 오르는 동안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는 투자자를 만나보기란 쉽지 않다. 특정 종목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많은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이런 패시브펀드와 ETF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로보어드바이저라고 이해해도 좋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의 주 투자대상이 바로 ETF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 특정 산업에 투자하는 ETF, 특정 채권에 투자하는 ETF, 특정 원자재나 화폐에 투자하는 ETF를 대상으로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낮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물론 액티브펀드처럼 운용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있는데, 리스크와 변동성이 훨씬 더 높고 아직 그 역사가 짧아 충분히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직접투자나 액티브펀드만 알고 있었던 투자자라면 이 책을 통해 패시브 투자의 우월성을 확실히 배워가길 바란다. 패시브펀드와 ETF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낮은 판매수수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는 알 수 없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전망을 기준점으로 우리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야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챕터 마지막 부분에 자리한 ‘생존 경제학 칼럼’에서 금리, 환율,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등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물론 현재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혹은 특정 이유 하나만을 과장하여 확신에 찬 어조로 미래에 뭐가 어떻게 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들의 말은 철저히 걸러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어떤 시장도 금리 하나만으로, 인구 변화 하나만으로 어떻게 되지는 않으니까.
자본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과 투자법, 그리고 금융정책에 대한 관심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는 금융권에도 이미 깊숙이 침투했다. 인간의 한정된 경험이나 감으로 투자하던 시대가 저물고,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비롯한 혁신적 기술을 활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또 정부도 중앙은행도 거래소도 금융위원회도 필요 없는 화폐도 등장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모펀드에 소액투자자의 접근이 가능해진 것도 눈여겨봐야 할 변화다. 하지만 이처럼 재테크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데 반해 이에 대한 투자자의 대응은 여전히 매우 굼뜨다. 『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가 그 대응을 위한 현명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