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배우 최초' 윤여정, 아카데미 조연상 쾌거 "두 아들 잔소리 덕분"→봉준호 시상자 등장 [종합]
2021-04-26 12:24
[OSEN=하수정 기자]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고,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4월 25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LA(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과 유니온스테이션 등에서 동시에 열렸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가정의 정착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무엇보다 한국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시상식 직전, 윤여정과 한예리는 레드카펫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차분한 네이비 컬러의 드레스를 선택했고, 한예리는 정열적인 레드 컬러의 드레스를 착용해 극과 극의 매력을 발산했다.
앞서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공식 초청됐으며, 한예리 역시 아카데미 측의 공식 초청을 받고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윤여정은 레드카펫에서 미국 연예매체 E뉴스와 인터뷰를 가졌고,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 당연히 흥분되지만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각본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상이 진행됐고, '미나리' 정이삭 감독도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불발됐다.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럴드 페넬이 수상했다.
시상식 중간,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LA와 서울의 한 극장을 화상으로 연결한 것.
봉준호 감독은 "디렉팅이 뭔가? 감독이 뭐하는 직업인가? 나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쑥스럽다. 질문 자체가 명쾌하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라며 "내가 인터뷰 중에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슬쩍 얼버무리거나 회피하거나 도망치거나 그럴 것 같은데,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다섯 감독님한테 그런 질문을 했다. 만일 길에서 어린 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란 무엇인가?' 20초 이내 짧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질문을 했다. 다섯 후보의 감독님들의 답변을 들어보시죠. 상당히 개인적인 답변이다"라며 후보들을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다섯 후보의 감독이 보내 준 답변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읽었고, 아카데미 측은 감독의 사진 밑으로 영어 자막을 첨부했다.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돌아갔고, 아시아 여성으로서 최초의 수상이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국내 팬들의 관심이 쏠린 부문은 윤여정이 노미네이트된 여우조연상.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역사적인 4관왕을 기록했지만, 연기상 후보는 없었으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로 지명됐다.
'미나리' 윤여정은 극 중 할머니 순자로 분해 열연했고, '보랏 속편' 마리아 바칼로바,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만 등과 경쟁을 벌였다.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나섰고, 윤여정의 이름을 호명했다. 윤여정은 "브래드피트 선생님 드디어 만나게 돼 감사합니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재치있게 말문을 열었다. 브래드피트는 '미나리'의 미국 제작사인 플랜B의 대표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난 한국에서 왔고, 내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과 많은 분이 내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보통 내가 아시아권에 살면서 서양 티비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래서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도록 해보겠다"며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내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스티븐연, 한예리, 정이삭 감독님,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업었을 것이다. 감사하다. 감독님께서는 우리의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내가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글렌 클로즈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글렌 크로즈 배우님 연기는 훌륭했고, 다섯 배우들은 다른 역할을 영화에서 훌륭히 해냈다. 오늘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다. 또 미국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게 감사하고,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내게 일 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상을 받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나의 첫 감독님이셨다.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내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이자, 한국 영화 역사상 102년 만에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시아 권에서는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이와 함께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여우주연상은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 작품상은 '노매드랜드'가 각각 수상했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월에서 두 달 연기된 4월에 개최됐다.
다음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리스트
▲작품상 '노매드랜드'
▲여우주연상 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랜드'
▲남우주연상 안소니 홉킨스 '더 파더'
▲여우조연상 윤여정 '미나리'
▲남우조연상 다니엘 칼루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감독상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주제가상 'Fight For You'(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음악상 '소울' 트렌트 레즈너 외 2명
▲편집상 '사운드 오브 메탈' 미켈 E.G. 니엘슨
▲촬영상 '맹크' 에릭 메세츠미트
▲미술상 '맹크' 도널드 그레이엄 버트 외 1명
▲시각효과상 '테넷' 앤드류 잭슨 외 3명
▲장편다큐멘터리상 '마이 옥토퍼스 티처' 제임스 리드 외 1명
▲단편다큐멘터리상 '콜레트' 안소니 지아치노
▲각본상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각색상 '더 파더' 플로리안 젤러 외 1명
▲의상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 로스
▲분장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세르지오 로페즈-리베라 외 2명
▲음향상 '사운드 오브 메탈' 니콜라스 베커 외 4명
▲국제장편영화상 '어나더 라운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장편애니메이션상 '소울' 피트 닥터
▲단편애니메이션상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윌 맥코맥 외 1명
▲단편영화상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트라본 프리 외 1명
/ 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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