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736장의 철편이 겹겹..신라 중무장병의 말갑옷 위용 복원후 첫공개

새밀 2019. 10. 16. 14:21

736장의 철편이 겹겹..신라 중무장병의 말갑옷 위용 복원후 첫공개

이기환 선임기자 입력 2019.10.16.

[경향신문]


지난 2009년 경주 쪽샘지구 C 10호 목곽묘에서 확인된 말갑옷이 복원을 끝내고 첫 공개됐다. 복원결과 말갑옷은 736매의 철편으로 중무장한 신라 중장기병의 것임이 드러났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목·가슴 가리개 348매, 몸통 가리개 256매, 엉덩이 가리개 132매…. 지난 2009년 경주 쪽샘지구 C10호 목곽묘의 주곽(무덤 주인공이 묻힌 널방)에서 발굴된 말갑옷은 무려 736매의 철편으로 중무장한 신라 중장기병이 탄 말이 장착한 무구였음이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출토된 5세기 전반의 말갑옷(총길이 약 290㎝×너비 약 90㎝ 가량)과 사람 갑옷의 복원을 마치고 발굴 이후 처음으로 그 실체를 16일 공개했다. 발굴 당시 말갑옷은 무덤 주인공의 널방에서 서쪽으로 동쪽으로 정연하게 깔려 있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말갑옷을 복원해서 실제로 말에 착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말갑옷의 목·가슴가리개 한쪽에는 사람 갑옷 중 투구와 목가리개가 놓여있었다. 또 말 갑옷의 몸통 가리개 위에는 사람 갑옷 중 대퇴부(허벅지) 부분이 포개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토기들이 부장돼 있었다. 피장자의 널방 옆에 달린 부곽에서는 말머리 가리개(마주·馬胄)와 안장, 재갈 등이 출토됐다.

이렇게 말갑옷 뿐 아니라 무덤의 피장자로 추정되는 장수의 갑옷이 공반·확인된 것은 획기적인 발굴성과라 할 수 있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삼국시대 개마무사(鎧馬武士·철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무사)의 실체를 보여준 고고학 자료였기 때문이다.

2009년 쪽샘지구 C10호 목곽묘에서 노출되고 있는 말갑옷. 삼국시대 개마무사(鎧馬武士·철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무사)의 실체를 보여준 고고학 자료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복원작업을 통해 이날 공개한 갑옷은 말갑옷(36㎏)과 사람 갑옷(투구·목가리개·허벅지 부분) 등이다. 말갑옷의 목·가슴가리개 철편은 길이 6.8~7.2㎝, 너비 5~6.2㎝, 두께 약 0.2㎝이고, 몸통가리개 철편은 길이 12.2㎝, 너비 7.6㎝, 두께 0.2㎝이며, 엉덩이가리개 철편은 길이 8.3~10.2㎝, 너비 4.6~6.5㎝, 두께 약 0.2㎝ 정도로 측정됐다. 목·가슴가리개는 1~17단으로 구성됐는데 목가리개는 1~11단, 가슴가리개는 12~17단이었다. 몸통가리개 철편은 좌·우 각 6단으로 구성됐고, 엉덩이가리개 철편은 꼬리 윗부분과 아랫부분 각각 8단으로 제작됐다. 철편은 띠장식을 이용해서 말 갈기에서 엮은 것으로 추정된다. 몸통가리개 철편은 별도의 연결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말의 등 뒤에서 엮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시대 장인들은 말의 굴곡을 최대한 맞추려고 크기와 형태를 달리해서 철편을 제작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엉덩이가리개 철편 윗부분은 말 안장의 후륜(안장 뒤쪽에 세운 등받이)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밑부분은 별도의 연결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몸통가리개 양끝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명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철편은 말의 굴곡을 최대한 맞추려고 크기와 형태를 달리해서 제작한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국내에서 이처럼 삼국시대 개마무사의 무장 상태를 완벽하게 갖춘 세트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