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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수필집 새밀 원고 1

새밀 2018. 10. 28. 15:10

미산의 수필집 새밀 /표지 및 차례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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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수필집

 

  새        밀

                  

           미산    윤의섭

 

사색의 글 그 씨앗이 싹트는 마음의 밭을 일구며 글씨의 자양분을 찾듯이

흙속의 미생물이 속삭이는 소리를 포착하는 전원에서 꽃과 나무의 가꿈예절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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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

 

숲에서 갖나온 듯한 신선한 바람이 감도는 텃밭의 흙이 땅심을 자아 올리 듯이 생기를 풍기는 것은 새로

심어 놓은 새싹이 트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향기롭다. 새싹이 귀엽고 싱그러운것은 첫 출발의

꿈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에 호감을 더욱 자극한다. 하루가 다르게 어린 것이 자랄때 아침 이슬 먹음은

성장미는 생동하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고 시간을 느리게 확대하여 감상하여도 지루하지 않다.

 

시가 아름다운 비단에 수를 놓듯 화려하고 정교하게 꾸민 한편의 표현물이라면 수필은 문인이 흰 백지에

난을 치듯 거친 자연에 유로 流路를 만들며 아름다운 문체를 펼치는 표현물이 아닐까?

난의 섬세한 선의 묘사와 꽃의 향기를 자아 내는 듯한 문장이 단편에 가득한 시적인 멋이 담긴 산문이라 할까?

이 멋 있는 표현 방법은 문인들에게 주어진 천혜의 행운이라 생각하며 기행문 감상문 산문 에세이 등 문장을

쓸 때마다 활용하여 수필의 미를 가미하는 노력은 즐거운 일이다.

독자에게 글의 의미와 멋과 인상을 남겨주는 현명한 방법으로 모든 기록은 독자 또는 후대에 남겨 읽히는

것이니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문장을 분명히 선을 그어 표현하지 않아도 흐름에 따라 읽는 사람이 미소 지으며 계속 읽어가고 싶으며

그 느낌이 자기의 기억에 저장되는 것이면 좋을 것이다. 오솔 길가에 들국화를 보며 관목이 흩어진 언덕

아래에 작은 개울을 건너가는 느낌이 기억에 서려진다면 그것이 수필이다.

독특한 개성과 그 기분에 따라 늦은 여름에 꼬리에서 거미줄이 나오며 왕거미 집을 짓는 것 같이 자연스럽게

토로해야 하고, 그 제제는 무엇이나 마음에 닿는 소재면 제한이 없으며 그것을 담는 그릇이 수필이라 하겠다.

역사 기록 생활경 험 자연 관찰 사회 이슈 등 새롭고 번득이는 무한 소재는 수필을 쓰게 하는 문인들의 텃밭

이니, 일상의 생활 중에 하루도 시간을 낭비해서는 아니 된다고 보며, 전인 미답의 꿈의 세계를 찾아가는 느낌

으로 가슴을 부풀게 한다. 나만이 보는 사물의 느낌은 나만이 알 수 있고 나만이 글로 쓸 수 있으니 이를 표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문인의 사명이기도 하다. 인류의 문명은 바로 이 작업을 통하여 발전하여 오지 않았는가?

표현이 속되지 않고 속 된 취미에 빠지지 않으며 공허한 말 잔치로 흐른다면 안 될 것이다. 현인의 고사를 읽고

배우며 끝없이 반복하여 전 현대의 사건들을 올바로 이해하는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정기적으로 동호회의 문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문예창작이 실무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론과 체험만으로 나 혼자의 상상으로 존재했던 나의 문예지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낭송과 경험담을 체험했다는 것과 비교 안목이 생겼다는 것이 큰 재산이 됐고 현장에서 직접 나의 작품을 내놓

고 실험하고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다. 고독한 창작을 함에 이런 곳에서 문학 체험을 통해 개방적인 문학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색의 세계인 글에서는 무한한 치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문학적

수혜가 될지 모른다. 만난신고의 극복과 천혜의 베픔으로 꽃피고 열매열리는 것을 모두가 즐거워하는 것은 경사임

이 틀림 없다. 그 과정에 묻어 있는 희로애락의 촉촉한 흔적과 사랑의 솟음은 감추어진 것이 더많다.

그것을 관조하는 작가의 고민이 바로 수필의 방점이 돼야하지 않을까?

이 글은 문인의 세상에 태어나는 나의 고고성으로 나의 아기 때의 앨범과 같이 생각하면서 앞으로 되돌아보고 자성

하는 거울로 삼으련다. 미숙하고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에서 초록의 상상으로 첫인사를 드린다.

책의 제목으로 쓴 '새밀'은 작가가 태어난 고장의 이름이다. 아득히 먼 옛날 부터 내려 오는 고장 이름으로 나와

이웃 만이 아는 소중한 새밀을 문자로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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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푸로필

 

경기도 오산 출생

주소 경기도 군포시 대야2로157-23 신흥빌라 302

공무원(공업부기감) 37년 근무후 전원 창작 생활

 

월간 한울문학 시.수필 부문 등단

월간한울문학 시 서정문학대상 및 수필 금오문학대상 수상

 

사진

프로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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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제1부 수필

 

1. 미운정 고운정

2. 보리밭

3. 옹달샘

4.마릴린 먼로의 추억

5.산은 얘산이 아니요 소나무는 어디가고

6.산정 山靜

7.고려청자 다시보기

8.커피와 차문화

9.서부영화의 추억

10. 과용과 교만의 바이러스

11. 글쓰기

12. 믿음의 정돈

13. 막걸리

14. 신행복론

15. 여가의 의미

16. 섬세의 혁명

17. 간이역

18. 신파 新派

19. 글을 읽는 즐거움

20. 물안개

21. 단풍

22. 몰입과 인생

23. 봉사의 손

24. 행복의 변천

25. 첫눈

26. 빈곤을 다시 생각한다.

27. 겸손으로 얻는 이익

28. 신록의 금수강산

29. 위대한 겸손

30. 소나무의 기상

31. 대나무의 미학

32. 어머니 같은 느티나무

33. 매화의 향기

34 난초의 관조

35. 초설단상 初雪斷想

36. 박아지 우물

37. 참나무

38.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39. 꽃과 나무의 속삭임

 

제2부 에세이

 

1. 고령자의 사회참여

2. 대한민국에 얄타와 포스담회담은 다시없다

3. 대한의 영웅

4. 돈이란?

5. 대춘부 待春賦

6. 조우문 弔牛文

7. 참 좋은 늙음-웰에이징

8. 문명과 자연의 충돌

9. 정치가의 공과와 그 후광

10. 비정규직의 눈물

11. 항공

12. 역사는 돌이킬수 없다

13. 신의 말을 탄 유목 왕국

14. 철도의 르네상스

15. 동해의 파수꾼 독도를 일본은 넘볼 수 없다

16. 물 마시듯이 글을 쓰는 사람을 양성하라

17. 지배자가 피지배자에게 먹힌 역사

18. 21 세기 신사조

19. 빈곤을 다시 생각한다

20. 청사 공정 淸史工程을 보는 우리의 눈

21. 만리장성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라

22.  인터넷과 산업발전

23. 무한성이 잠재한 스마트워크

24. 베이징 기행

25.아나로그와 디지털의 산책

26. 소유시대에서 향유시대로

27. 위태로운 사회현상-4포세대

28. 사회쇄신과 부의 양극화

29. 백세시대에 달라지는 인생관

30. 문화시장 개발로 복합 불황 탈출하자

31. 무역대국 2013년을 바라보다

32. 독립정신과 우애정신

33.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요구한다

34. 한중선린 경협을 제의한다

35. 스마트폰 강남스타일 힐링.

36. 한국의 융합문화

37. 철도산업의 융성-상하분리에 즈음하여

38. 3D푸린트 제3의 산업 혁명

39. 문인의 복지

40. 한민족 뿌리에 대한산책

41. 청춘유감 청년의 새명제

42. 한국의 간척기술 /신간소개

43. 해원 解寃

44. 고령화 사회의 실버교육

45. 한국인의 자유민정신 /21세기 파도를 해치다

46. 기마민족의 자동차산업은 융성한다

47. 6.25동란 바로알기

48. 통곡 痛哭

49. 물을 잘 아는 한국 물산업 융성

50. 꿈을 이룬 복지시대

51. 항해시대 이후 싸이버시대를 이끄는 한국

52. 수교후 20년 중국에 충고한다

53. 암흑속의 침묵 그리고 70년

54. 겸허한 슈퍼스타 김연아

55. 민족 기원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조

56. 민주 국가는 평화를 담보한다

57. 왜곡된 역사 바로세우기

58. 105년 만에 맞는 민족의 융흥

59. 민족 정기를 세우는 대한의 역사

60. 만주는 우리 민족의 옛 터전이다

61. 과거제의 폐단을 답습하는 수능제도

62. 빈부 격차의 갈등 사회를 방관할 것인가

63. 트럼프 노믹스와 한국의 선택

64. 요, 금, 원, 청이 중국에 흡수된 역사를 음미해야 

65. 리더형 정부 선택은 한국호 운명의 기회이다

66. 디지털 시대의 독서

67. 물의 나라로 가는 미래

68. 청소년이 배워야 할 프랭클린의 인생 지침

69. 선거 이슈로 등장한 복지 국수주의

70. 반도체 산업 융성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다

71. 시험에 대한 단상

72. 문화유산과 조화하는 현대식 건축의 접근

73. 스마트시티

74. 중국 굴기와 한국의 지향

75..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세(盛世)

76. 대항해시대 변방이던 한국 도약의 꿈

77. 복수와 관용 그 역사의 산책

78. 8.15 광복의 회고


제1부 수필

 

1. 미운 정 고운 정


 소나무가 몇 구루 서 있는 산 머리를 돌아 밭길을 따라가면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수렁논

가에 바가지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옛날부터 마을에 하나뿐인 음료수로서 마을 사람들

이 이 샘물에 의지하여 살아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촌을 살펴보면 옹달 샘물을 바가지로 떠서 먹을 수 있는 샘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에 이르러 인구가 늘고 경제적 형편이 좋

아진 주민은 자기 집 안마당에 우물을 파고 사는데 가난한 사람은 그러하지 못하고 원시적

으로 남아 있는 마을 밖의 샘물에 가서 물을 길어 생활하였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어느 날 동구 밖 샘물에서 물을 길어 오던 정이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있는 물동이를 잡은 손등이 얼어 살을 에는 추위를 느끼며 빙판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눈을

땅으로 내렸다가 다시 산 머리의 나무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발을 조심조심 옮기는 요령이

신묘할 지경이다. 가끔 물동이에 찬물이 얼굴에 떨어지면 눈물인지 찬물인지 지나는 사람

이 의아한 눈으로 보며 눈인사를 준다. 그럴 때면 정이 어머니는 가난이 원수라 누구를 원

망할까? 마음속으로 한탄할 뿐 고행을 감당하면서 내일은 이웃 인수네 집에 가서 우물물을

한 번만 길어 보리라 마음먹는다.


 인수네 집은 다른 집과 달리 그 집 안마당에 있는 우물을 길러 들어가면 마지못해 허락하는

데 그나마 그러한 인심을 쓰는 집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그 집뿐이다. 다른 집들은 물을 나누

어 주면 가난해진다 하여 들이지를 않았다. 줄이 달린 물통으로 지하 우물물을 길어 올려 동

이에 채운 후에 그 집 안방으로 들어가서 추위에 얼어 무뎌진 손을 녹이려고 화롯불을 쪼이

는데 잠시나마 그렇게 안온할 수가 없다.


 정이 어머니는 인수 어머니와 고생스러운 생활 정담을 나누며 먹다 남은 고구마를 얻어먹는

행운도 가끔 생기는데 얼마나 꿀맛 같은지 순식간에 먹어치운 후에 아뿔싸 집에 계신 시어

머니의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니 집에 가서 무어라 말을 하여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언제나 먹을 것을 얻으면 시어머니에게 같다 드리곤 하였기 때문이다. 옛날에도 아줌마 수

다는 있는 법이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듣기 싫은 말도 있는 것인데 이날은 유독 마음을

거스르는 말을 듣고 비굴하지만 참고 변명도 못하고 다음에 또 물을 길러 오기가 난처 해

짐을 느끼며 그 집을 나와 물동이를 이고 나셨다.


 인수 어머니 말에 의하면 어제는 정이 할머니가 마실을 왔는데 안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뒤뜰

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난 후에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인수 아버지가 보고 화가 나서 정이

할머니가 돌아간 후에 그 늙은이가 저의 집 산의 솔가지를 땔감으로 처 다 놓지 않았나 확인

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늙은이를 무엇이 반갑다고 화롯불을 내어 주고 환대를 하느냐고

인수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인수 아버지는 땔 감을 얻을 수 있는 산이 없어 큰댁의 종산을 빌어 낙엽을 긁어 땔 감으로

쓰고 있는 처지로서 겨울의 귀한 딸 감인 솔가지는 구할 수 없음을 부러워하였다.


 그런 일이 있었던 후에도 정이 어머니는 날씨가 몹시 춥고 험하며 몸이 불편할 때는 얼굴을

붉히면서 그 집으로 우물물을 길러 같고 이러한 사정을 읽고 있는 인수 어머니는 마침 인수

아버지가 출타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너그럽게 대해주고 화롯불을 내어 주니 이들의

미운 정 고운 정은 끝이 없었다.


 


2. 보리밭


 


어름 덩어리가 녹아내리고 잔빙이 물 위에 떠 있는 물웅덩이에 봄빛이 비추며 밭둑에 냉이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어린아이 키 만하게 자란 보리가 바람에


술렁이며 풋향기를 뿌린다. 생동하는 꽃과 나무를 보며 마음이 싱싱해지는 동훈이는 무어


라 말할 수 없는 기대감을 느끼며 보리밭 길을 따라 하학길을 재촉하였다. 보리밭의 싱그


러운 푸른 이미지와 냄새를 맡은 동훈이는 같은 반 영순이를 생각했다.


 


그녀는 하얀 얼굴에 호수 같은 눈이 맑은 여학생으로 행실이 반듯하여 호감이 갔으므로


가끔 숙제를 서로 묻고 대답하는 학우이다. 영순이를 생각하며 학교에서 배운 생물학 도덕


역사 등 머리에 스치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려 하여도 머리만 뜨거워


질뿐 알 수가 없다. 젊음? 이성? 진로? 창조? 미지의 호기심? 등 홀로 밤을 지새우는 장고


를 거듭하여도 정답을 알 수 없이 사색의 방황을 거듭하는 날이 많았다.


 


내년에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을 해야 하고 병역을 위하여 군에 입대하여 휴전


이 된 지 얼마 안 되어 전운이 가시지 않은 국가 방위의 임무도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은


전시를 겪으며 가문이 전몰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에 서둘러 결혼을 시키려 하


였다. 한꺼번에 밀어닥친 과제에 정신이 없는 중에도 그 한 가지 일을 집중하여 몰입하면


할수록 훼방꾼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풋풋한 보리밭의 그 냄새가 끌어당기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곳이 혹시 영순이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닐까? 스스로 물어


보지만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내일은 학교에 가면 영순이에게 학문의 대화보다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리라 마음먹고 나섰다. 하학 시간이 되어 재력이 있는 집의 몇몇 학


생은 요사이 처음으로 등장한 대입 준비 영수 학원을 서둘러 나가고 동훈이와 영순이 등


대부분은 남아서 그들을 부러워하며 각기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으므로 나는 용기를 내어


영순이를 보고 "저기 집에 가는 길에 보리밭 옆 느티나무 아래 그늘이 좋은 곳이 있는데


잠시 놀다 갈래" 하고 제안하였더니 뜻밖에 순순히 동의하였다.


 


동훈이는 속으로 가슴이 설렘을 느끼고 그만의 간직한 비밀의 공간에 영순이를 끌어들인


기분이었다. 자신이 생긴 그는 앞장서서 그 보리밭으로 걸어갔고 영순이는 뒤따라 오면서


호기 심이 일어났는지 길가의 풀꽃을 꺾어 들어 보기도 하며 즐거운 표정을 하였다.


이윽고 보리밭이 앞에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 작은 바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오늘따라 교복인 하얀 블라우스에 느려진 자색 스카프 모양의 넥타이가 영순이의 가슴을


살짝 덮고 있는 것이 마음을 흥분시켰다. 풋풋한 보리향기가 두 사람의 가슴을 스치고 서


로 엉켜 알 수 없는 느낌이 드는 듯 야릇한 기분을 자아내었다.


대화는 학문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다가 진한 보리향기가 몸을 감싸듯 달구어 지니 영순


이가 먼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나는 보리밭의 풋풋한 향기가 좋아 나도 모르게 나를


찾는 냄새가 아닐까? 나를 들뜨게 하는 냄새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뜨거워진 동


훈이는 " 맞아 이 냄새는 청춘의 향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 무엇인지는 자세히 모르


지만" 동훈이는 순간적으로 이성 젊음 창조 용기 결단 이러한 단어들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감을 느끼며 영순이를 응시하였다. 눈빛이 반짝이던 영순이가 무어라


말을 할 듯 망설인다. 동훈이는 더욱 강한 뜻을 표현할 단어를 마음속으로 찾았다.


 


사랑이란 표현을 그때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음의 교감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할 수 잊


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알맞은 표현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동훈이는 크로버 잎을 따


서 영순이 손가락에 반지를 만들어주었고 동훈이의 손을 잡아 주는 영순이의 손길이 따스


함을 느꼈다. 마침 보리밭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의 주위를 둘러싸듯 향기를


채우고 있었다.


 


이날 저녁 집에 돌아온 동훈이는 성숙해지는 지성과 깊어지는 감수성 그리고 젊은이가 헤


쳐 나가야 할 지혜에 대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그리고 동훈이는 생각하였다. 나는 천


치가 아닐까? 미래에 도래할 격동의 운명을 어떻게 맞이할까? 내 앞에 있는 영순이와는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할까?


 


3. 옹달샘


 


여명의 흔적이 산을 덮은 듯 희미한 안개 기운이 느껴지는 산길을 들어서니 잠에서 깬 산


새 소리가 고요를 깬다. 여름에 내는 에어컨 소리, 자동차 굴러가는 소리, 전자기기 도는


 소리, 무엇인가 돌아가는 소리를 깨끗이 씻어준다. 풀벌레 잠든 사이 이슬 매친 풀잎이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 길손을 맞는다. 질경이 잎이 밟힌 채로 드러누워 "나는 융단이 되


려오" 하는 듯 둥근 잎이 납작하게 길바닥에 깔렸다. 문명의 이기는 선용할 때에는 세상


에 유익하지만 과 남용할 때는 무서운 재앙이 온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옹달샘에 샘물 소리를 지키는 노파의 때 묻지 않은 손길이 물가의 낙엽을 치우고 어제도 산


에 올랐다는 젊은이는 웃으면서 휴지와 빈병을 주어 배낭에 집어넣는다. 옹달샘에서 흘러


나온 맑은 물은 조약돌을 지나며 작은 물소리를 내고 돌 틈에 뿌리내린 가냘픈 풀꽃이 불편


한 기색도 하지 않고 산객을 반기는 듯 곱게 웃으며 조용히 흔들린다.


 


맷돌 모양의 앉은뱅이 돌에 둘러앉은 산객들이 귀엣말 같은 정담을 나누고 있어 주위를 안


온하게 하여 준다.


부드럽게 휘어진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길바닥에 튀어나온 나무뿌리가 구렁이가 지나


가듯 구불구불한 하산길에 바람소리인지 물소리인지 들릴 듯 따라오니 마음을 목욕시키는


듯 신선감을 더 한다.


 


4. 마릴린 먼로의 추억


 


비가 내리는 6월이 끝머리를 향하여 달려가듯 흘러가며 농촌의 모내기가 끝나고 강산은


푸르고 찬란하게 덮여 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천안함 피격으로 다시 들썩이는 남북관계의


갈등은 6.25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원로들의 마음을 또다시 흔들고 있다.


한강의 노들 대교를 건너 수원을 지나 병점과 오산 중간 지점의 고개가 있는데 이곳 경기도


오산시 죽미령 1번 국도 변에는 6.25 참전 "유엔군 초전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나의 출생지인 이곳에서 15세 소년의 나이로 이 전투 장면을 겪었는데 6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여 나의 일생 중 가장 극적인 추억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남침하는 적군을


대항하기 위한 미군이 죽미령에 진을 치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피난하라고 통보함에


따라 급하게 이웃 마을로 옮겨 그날 밤을 지새우며 밤새도록 포격 소리와 기관총 소리를


귀가 터지도록 들으며 가슴을 졸였다.


 


북한군이 1950.6.25. 새벽에 38선을 돌파하여 남침을 단행하여 순식간에 한국군을 밀어


내니 준비가 없는 한국군은 저항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서울을 함락당하였고 적의 추격에


다급한 나머지 피란민을 남겨두고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여 남하하던 수많은 서울시민을


수몰시킨 비극을 연출하며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후퇴를 거듭하였는데 북한군의 남진하


는 파죽지세를 저지하고자 파견한 최초의 부대(미국 스미스 부대)가 이곳 죽미령에 1950


년 7월 5일 진을 치고 적의 대규모 탱크의 야포공격을 막았으나 중과부적으로 많은 전사


자를 내고 후퇴하였다.


 


이날 전투로 시간을 지체시켜 남하하던 한국군과 정부의 피란길의 위급함을 덜어주는 극적


인 전공을 세웠으며 후일 유엔 16개국 파병 결정. 유엔군 조직. 작전 수립 등 숨 막히는 시


간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름 없는 풀밭 언덕에 세워진 전쟁의 작은 유적이 한나라의 국운을 좌우하는 역사의 현장


으로 남아 역사의 교훈이 되고 있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에 수많은 스토리가 기록


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 3년여의 피비린내 나는 민족 상쟁과 외국군의 진입 혼전으로 국가


와 민족의 피해가 그 얼마인가? 도리 켜 보건대 그 유엔 초전비에 새겨진 전사의 이름들은


60년이 지나도록 그곳에서 쓸쓸히 남아 있으나 우리나라의 부흥을 보면서 명예롭게 산화한


그 장소에서 영혼이나마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역사를 고찰하건대 멀리 삼국 말기에 당나라 장수는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그 강토를


차지하였고 신라까지 병합하려 하니 이에 맞서 힘겹게 일부는 되찾고 일부는 빼앗긴 경험


이 있다. 또 임진왜란 시에는 지원군 명나라군 장수는 침입자 일본군과 남북을 나누어 분점


하려고 협상 시도한 역사의 흔적이 있고 또 근대의 일제 침략은 주변 열강의 쟁투 틈에서


어떻게 일제의 침략을 당하였는지 역사는 생생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에 이르러 역사의 진운은 우리나라에 불리하지 않아 절체절명의 각오와 피땀으로 자주


성을 확립하고 압축 건설에 매진하여 5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신생


강국으로 도약하여 국위를 세계열강과 나란히 하면서 외교와 경제무역의 대국으로 올라섰다.


저 유엔 초전비를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함은 그들의 명예로운 영혼에 기리 감사하는 마음


이 다시금 떠오른다. 외세 개입으로 분단된 민족분열의 한계 때문에 자력 수호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호국과 국제협력을 개방적으로 채택하고 국력 신장을 도모하여 신생국


가로서 유례없는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인 미국의 세계 정치외교의 영향도 있겠으나 수혜자에게 식민 점령적


사고가 없는 것이 다행이고 동반자 관계와 우의를 강화할 뿐 우리의 민족정신과 나라의 격


을 간섭하지 않는 신사도가 마음에 든다. 국제질서를 지키며 평화롭게 국가발전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그 옛날 전시 중에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때의 유행은 흘러 흘러 당시의


인기 배우 메릴린 먼로가 한국 파병 장병을 위문하는 멋진 장면을 회상해 본다.


 


1954년 2월 일본에서 허니문을 즐기던 신혼의 메릴린 먼로와 남편 조 디마지오가 한국으


로 날아와 나흘 동안 10회의 위문공연을 펼쳤다 총 10만 명 이상의 장병들이 모여 열광하


였다. 공연이 끝난 후 매릴린 먼로의 코멘트;


"was the be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me. I never felt like a star before in my


heart. It was so wonderful to look down and see a fellow smiling at me."


스타가 된 것을 가슴속으로 느끼기는 처음 자기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너무 아름다워서 화려해서 비명에 간 세기의 여배우 그 추억 속으로 잠겨 본다.


 


5. 산은 옛 산이 아니요 소나무는 어디 가고


 


 소나무가 아름다워 송미 松美, 오동이 아름다워 오미 梧美, 대나무가 아름다워 죽미 竹美


라는 삼미동 三美洞이 내 고향이다. 먹물을 찍어 촉촉이 젖은 붓끝을 거꾸로 세운 듯 뾰족


하게 솟아 오른 필봉산이 주변의 아기 봉을 거느리고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산정에


오르면 주위 20여 키로에 걸쳐 산도 아니요 들도 아닌 비산비야 非山非野의 야트막한 지세


가 흩어져 있다. 그곳은 밤하늘에 별을 뿌려 놓은 듯 수많은 마을이 점점이 박혀있고 작은


야산들이 논밭을 품에 안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정조가 한 많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에 모시고 효도 행차를 자주


하였다. 능찰 용주사에서 휴식하며 능 산의 소나무 식수를 독려하고 인근의 산림조성에 힘


기울였다. 이때 남쪽을 바라보니 야산 봉우리가 그림 같이 아름답게 펼쳐 있고 그 위를


새들이 구름같이 모여 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아름답고 기이하여 왕은 일행을 이끌고 그곳


오미에 이르러 민정을 살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정조는 수원 화산의 건능을 중심으로 주


변 20km 산지에 소나무를 심어 수호림으로 가꾸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년 노장 소나무가 울창한 곳이었는데 왜정 말년 태평양전쟁 물자 공급을 위해


일제히 벌목하니 한스럽게도 그 막을 내리고 벌거벗은 산이 되고 말았다. 그때 병점 역두에


는 원목이 산처럼 쌓여 하역근로자들의 목도소리(네 사람이 원목을 밧줄에 걸어 어깨 목으


로 메고 화차에 실른 노동요)로 몇 년을 북적였다고 한다. 병점 즉 떡전거리의 대목을 맞은


셈이라 할까? 벌거벗은 산림은 광복 후 정부의 녹화사업으로 세계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에


산림녹화를 달성하였으나 옛날의 소나무는 아니고 잡목으로 풍치를 이루었다.



 



 현대의 수원 화성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인기가 있으나 그것은 주변의 풍치를 이


루는 소나무가 없는 벌거벗은 유산이다. 내 고향에도 국토건설과 현대화에 하나로 고속도


로, 전철 등 신작로가 새로 들어섰다고 하여 고향 산천을 찾아가 옛 친구들을 만나 보게


되었다. 어릴 적에 뛰어놀던 고향 산천 그 아름다운 산과 들을 마음속에 그리며 신작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섰다. 승차한 차내에서 느끼는 풍경은 다른 지방과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차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눈에 확 뜨이는 것이 있었으니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고인돌이었


다. 높다란 신작로 밑에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양이 나를 보고 원망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듯 하여 애처로운 생각이 뭉클하게 일어났다.



 



이곳은 오산 반월봉과 장암봉 북 록 사이의 작은 능선을 이루며 흘러내려오다가 작은 산을


이룬 곳에 자리 잡은 고대 북방계(부여. 고구려)의 고인들이다. 북방계 고인돌로서는 최남단


에 있는 유서 깊은 고적으로 학자들의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그 주변에 고인돌이 놓인 것이


이상할 정도로 초라하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반달과 같은 봉오리에 부드


러운 능선을 가진 반월봉 기슭을 칼로 자르듯 날카롭게 수직으로 비탈을 절개하여 산혈 山血


이 낭자하지 아니 한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비탈을 기어 올라가 보았다. 비탈의 높이


40m는 되게 잘라내고 산을 섬 아닌 섬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산이 어떤 산인가? 섬 아닌 섬이 된 반월봉의 서쪽 기슭 죽미령 竹美嶺에는 국도가 지나


 "유엔 초전기념비"라는 국가지정 기념물이 있는 곳이다.



 



반월봉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니 유서 깊은 독산성 세마대가 건너다 보이는데 마침 석양에 눈


물의 하소연을 하는 듯이 "나도 섬이 아닌 섬이 되어 울고 있소." 하는 것 아닌가? 호국의 넋,


그 맥이 끊어지는 소리를 듣는 듯하여 소름이 끼친다.



이 반월봉에서 북쪽을 향하여 관조하면, 저 수원 북쪽에 있는 광교산에서 발원한 산과 능선


줄기가 남으로 영통을 지나 기흥으로 동탄을 거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지맥을 이어


내려, 오산 필봉산에 이르러 끝나며 이산이 사방으로 20킬로 미터에 걸쳐 낮은 산과 들로


면한 주산을 이룬다.



 



 그 산줄기는 다시 필봉산에서 서쪽으로 반월봉을 거처 독산성 세마대 까지 이어 가서 끝


나며 황구지천을 만난다. 이 산간은 동으로 오산천이 경계로 흐르며 둘러있고 서로는 매


탄 반정천 황구지천이 흘러 독산성을 둘러 멀리 서해를 향해 유유히 흐른다.



수원의 화성 건융능 등을 동면에서 둘러싸고 있는 지세이다. 이 지역은 그 웅휘한 기상이


살아나 새 시대의 선도산업인 IT산업단지가 약진하고 있지 않은가? 



광교산으로부터 발원한 수원 영통 기흥공단 동탄신도시 오산세교신도시 등 연관 도시는 


그 끊어진 산줄기에 생태통로와 연결 건조물 등을 예술적으로 설치하여 자연보존과 호국


의 영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비보 裨補(도와서 모자람을 채움)의 책을 시급히 마련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마뱀이 제 꼬리를 자르고 작은 생을 살아가는 것으로 만


족해서는 안 되다고 본다. 



용의 혈맥을 예술적으로 복원하여 미래 녹색 시대의 창조의 발상지로 거듭나는 지혜의


샘이 솟기를 기원하며 돌아오는 길에 수원 지지대 못 미쳐 노송지대에서 퇴색한 유수


불망비 留守不忘碑 옆의 구부리고 서 있는 노송 몇 구루를 둘러보고 회상에 젖는다.


 


6. 산정 山靜


 


악성 베토벤은 자연을 가장 사랑한 예술가였다. 그는 특히 숲을 사랑했고 숲의 나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숲 속의 황홀한 환희, 이 모든 것을 누가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그 불후의 명작으로 인류의 정서에 큰 감명을 주고 있는 찬란한


교향곡들이 그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가 36세의 나이로 요절하면서 청력을 잃어


가는 한계의 체력을 극복하고 천재적인 창작을 이룬 것은 그의 숲을 사랑하고 숲의 나무


에서 많은 것을 배워 얻은 숲의 황홀한 환희를 표현하려는 열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산은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고요를 품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산기슭에 살면서 하루


빼지 않고 수리산 태을봉을 바라보면서 상상의 안개를 피어 올렸다. 산을 오르면서 느


끼는 것은 오를 때마다 다르며 고요 속에 산의 진실과 숲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아침에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들이 이슬로 세수하고 촉촉한 얼굴로 무어라 인사를 한다. 어떤 나


무는 작은 잎을 흔들고 있고 그 아래 키 낮은 나무는 꽃, 열매를 가지에 매달고 향기를 풍


기며 미소 짓는 듯 나를 유혹한다. 소나무는 진한 나무 냄새를 풍기는데 우리 민족의 체취


를 닮았다 할까? 


은근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그 옆의 참나무는 아기를 해산한 엄마의 젖내를


연상하게 하면서 연녹색 이파리를 미풍에 흔들기도 한다. 기둥과 같이 곧게 서 있는 전나무


그 옆에 가까이 다른 나무서 있지 못하게 위엄을 피우는 것 같은데 그 침엽의 향기는


달고 맛이 있다. 


 


산기슭에서 산 위로 향해 완만하게 흐르던 능선이 큰 나무를 지나면서 비탈을 이루는데 키


가 작은 나무들이 얼굴을 스치며 가까이 맞아 준다. 돌이 적고 흙이 대부분인 토질에 풀이


덮여 있는 산세의 부드러움은 눈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산기슭은 풍부한 수림이 계곡과


주위를 덮고 있어 심산유곡 같은 풍치를 자아내고, 산 중턱에  이르면 청자 매병의 유선형


연상하는 빼어난 곡선을 이룬 오름의 능선이 마치 선녀의 천의 天衣가 하늘거리며 하늘


오르듯이 빨려 오른다. 흙냄새를 코끝에 느끼며 비탈을 오르다 보면 나무 등걸이 발판이


고 나뭇가지가 손잡이 노릇을 하니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기분이다. 이윽고 봉우리를 향


정상부에 가까워지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뾰족한 산정이 아래의 세상을 내려다보는


포용의 자세로 우뚝하다. 금강산 비로봉 정상 부근에 있다는 금사다리 은사다리를 타고


르는 정취를 느낀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한 명산은 아니더라도 마침내 정상에 오른 흥분


그만 못하랴.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절경이니 오를 때 마


새로움을 더한다. 


 


저 멀리 푸른 바다가 외연을 두르고 파도소리를 보내오는 듯하며, 완만한 구릉과 나지막한


야산의 봉우리를 둘러싼 푸른 들을 이리저리 돌아가며 그림을 그리듯이 아름답게 펼쳐 있


다. 주위에 흩어져 먹이를 주워 먹는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있는 어미 새 같은 큰 새, 즉 수


리산, 산은 높아야 장엄하다고 한다. 높을수록 시야가 넓어져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인


데, 이 산은 500미터에 못 미치는 높지 않은 산인데도 가까운 주위에 반쯤 떨어진 야산 봉


우리들이 몇 개 있을 뿐이고 비산비야의 넓은 지세가 저 멀리 서해에까지 연해 있어 한눈에


주위 40 km를 조망할 수 있다. 남으로는 저 유명한 뒤주 대감의 융능이 모셔진 화산 花山


중심으로 꽃잎 같은 야산 봉우리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겹겹이 늘어서 마치 군중이


이쪽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는 듯이 장엄하다. 동으로는 적당한 거리에 관악, 삼성산과


백운, 광교산의 푸른 채색이 안개를 벗으며 드러난다. 눈높이를 같이 하는 이 동쪽의 산들


은 내가 산을 오를 때마다 무언의 증인이 되어준다. 슬픔도 환희도 옆에 누가 있어야 진


성이 담보되는 것과 같이 산에 오르면 동쪽의 저 산들이 나를 향하여 얼굴을 쳐들고


멀리서 있어준다.


 


산 아래를 조감하면서 땅에서 볼 수 없는 비경을 보는 열락 悅樂에 젖는다. 광대 무비 한 저


하늘을 배경으로 자연만창조하는 신의 곡선이 그려낸 아름답고 정교한 숲과 들의 조화


와 흩어짐, 그리고 나무와 풀에서 뿜어내는 생기가 그곳의 주인이다. 저 바다와 호수의 물


기는 바람을 타고 구름을 타고 산으로 들로 생명의 미립자를 뿌리며 육지를 살찌운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인간이 만든 직선의 소품이 그곳에 섞여 있다. 개미보다 작은 미물


로 보이는 나도 상자 속에 들어 있겠지? 


베토벤이 불멸의 예혼 藝魂으로 신의 소리를 찾아내어 마지막 산봉우리에 올라서서


세상을 향하여 환희의 소리를 외치는 듯 한, 저 유명한 걸작  베토벤 교향곡 <합창> 환희


의 송가를 연주하는 소리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묵상에 잠긴다.


 


7. 고려청자 다시 보기



 


 고려청자는 5월의 신록, 그것도 비 온 뒤의 푸른 하늘처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1.000년을 넘은 고려시대의 예술품이라는 역사의 흔적이 묻었다 할까?  귀족적 의미와 종


교적 희망, 여성적 감성이 은근히 풍기며, 그러면서도 절제된 화려함을 띠고 있다. 만지면


꺼질 듯한 연약함도 아름다움의 곡선으로 표현된 빼어난 장점이다.


누구는 너무나 매혹적이라 정신인 나간 듯하다 하고, 아양을 떠는 듯한 자태가 마음을 끈다


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아름다움의 합이 비취색이라는 고려자기의 색으로 마무리되어, 이


지구 상에 한나뿐인 명품으로 수많은 예술평론가의 경이와 찬사를 받고 있다. 



 서양의 고 예술품과 달리 작가와 제작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은 한계 때문에 아쉬움이 있으


나 예술가의 혼이 작품에 온전히 흡입되어 오히려 그 진지함과 진실성이 뚜렷함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지난 역사의 질곡으로 유적과 기록이 훼손되고, 또한 매장, 침몰 문화재가 많은


관계로 미래에 보완할 부분이다. 외국에는 소장가에 의해 오래도록 보관하고 있는 예술품이


많은데 국내에는 희소하기 때문이다.


 


한국 도자기의 미술적 가치를 논할 때, 고대 서양인들의 최고의 미적 추구를 위한 기교적 미


술이란 것 보다, 한국의 그것은 생활 민예 미술로서 장인의 품질 혼이 스며 내려온 것으로,


그 미술적 가치는 세계 수준급인 일본 미술의 원조라 할 만큼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문화재와 달리 뛰어난 예술성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높이 평가되는 것으로


볼 때, 앞으로 개방이 가속되는 시대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전문가들이 고증을 심화하고 역사의 재평가를 활발히 하는 것도, 그 진가가 빛나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 예술품의 북원, 중건과 재현, 복제 등이 활발한 것은 우리 만의 특성을 갖는 문


화 예술품을 창작하는 첫 거름이라 할 수 있다. 남이 따라올 수 없는 유전자가 스며 있는 예


술품이라야 세계화 시대에 그 성가를 높일 수 있다.


  


고려, 조선 시대에 몇 백 년씩 걸려 민예로 숙련된 고급 기술이 암흑기를 거친 후, 다시 그


영혜 靈慧의 혼이 이어저 봉오리를 피고 있는 시대를 맞았다. 옛날 민예와 달리 국가적


간 시설을 활용하여 무한의 창조가 가능한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1000년 이상 지난, 해저에서 침몰 무역선을 발굴하고 수많은 도자기를 건저 내여


고고학적 발견과 복원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8.커피와 차문화


 


"커피는 '이성을 각성시키는 음료'로 홍보되어 토론과 정보 교류, 상거래 협상 등이 이루어


지는 커피하우스가 성황을 이루게 되고, 일의 피치를 올리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시는 편인


데,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보이지 않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라고 사이토 다카


시는 그의 저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서 말하고 있다.


그 타당성은 말하기 어려우나 우리나라에서도 전후 다방이 유행하면서 커피가 대중화되더


니 그 음용이 급속히 늘어나, 현재에는 전 국민이 연간 300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통계가


왔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벅스"라는 커피 부랜드는 세계 곳곳에 7,6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


고 있는 세계적 기업체로 군임 하고 있다. 기본 전략은 풍류가 있는 디자인의 커피하우스


환경에서 갓 뽑아낸 신선한 에스프레소 스타일의 커피음료, 다양한 패스츄리, 커피 액세서리,


차 그리고 다른 제품들과 함께 자사 고유의 고가 원두커피를 파는 것이었다. 서구식 시장자


본주의 방식의 선용 사례로서 그 만의 문화를 세계인이 즐기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국의 차의 주산지인 윈난성에서도 전통 차밭을 커피 밭으로 바꾸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이는 유통이 발달하면서 급속히 커피가 세계로 퍼지니 동양의 차가 밀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동양권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 문화인의 주류를 이르고 이의 응용문화가 다도라는 것


으로 승화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찻잎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 다사 茶事로써 몸과 마음


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를 다도 茶道라 하여 인륜으로 갖춰야 하는 덕목으로 강조되고


풍속으로 이어졌으니, 세시에 지내는 차례 茶禮, 다구류 茶具類인 도자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예술품이 전래하고 있다. 서양의 커피 문화의 발흥을 보고 동양의 차 문화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커피의 세계화 대세에 따라잡을 만한 실용적 논리와 시장성


의 발굴이 나와야 할 것이다. 


 


동양에 있어서 한. 중. 일 삼국의 차 문화의 뿌리는 하나이나, 그 발전 응용과정이 전혀 달


라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차의 나라라 할 만큼 중국인들의 삶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차의 원산지로서 방대한 지역에 자급하는 국가로서 그들만의 차 문화로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끊임없이 차와 정신문화를 연결해 왔다. 기원전 천 년 황제에게 공물로 차를


바쳤다는 기록으로부터 당나라 때의 다경을 비롯한 수많은 다법 고전이 전하고 있다.


국의 다관 다예 茶館茶藝는 대표적 차 문화이다.


 


일본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차 문화가 전래되면서 가공 진화한 동양의 차 문화의 한


꽃으로 피워냈다. 일본의 독특한 차노유의 본질을 이루는 다다미 4 조반의 초암 다실과 작


은 뜰, 샛길을 특징으로 하는 다정 茶庭등은 모두 이 뛰어난 다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와


비차를 위해 착안한 법도이며 격식이었다. 그러나 무사도의 한계성에서 가무 예와 함께 하


는 상류층의 법도로 전승된 다무 茶武와. 불교의 영향이 더해진 다선 茶禪의 정신이 특색이


라 할 수 있고 접대를 위한 다실이 발달하였다. 일본이 근대화를 이룬 후에도 그 맥이 남아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지정학적 영향을 받아 대륙문화의 이입으로 선진 차 문


화의 수용과 이론의 정리를 수없이 되풀이하였다고 하겠다. 중국에서 발원한 학문을 수입


하여 높은 수준으로 다듬고 수행하는 문명은 우리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차의 맛과


향을 즐김을 넘어 자체를 가꾸고 덕을 쌓는다는 것을 다도라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불교


의 승가 다선과 선비의 문방 다례(차례) 문화로 제한적이었으며 대중에게 미치지 못 하였


는데, 근대에 이르러 외침 시 수탈되어 일본으로 흘러가서 국내에는 그 흔적만 남을 정도


로 미미하였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한류문화는 전통문화의 재발견과 미래를 주도할 성장


기운을 융합하는 과정으로 우리의 전통문화 중에서 뛰어난 연단을 거친 차 문화를 포함


하여 꽃이 피게 하여야 할 것이다.


 


어느 것이나 지나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양의 개척과 파괴의 과격성이란 약점이 스며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커피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때, 동양문화의 한 뿌리인


다도를 현대화하여 부드러운 유연성을 표출하고 커피 문화에 대항하게 한다면 선의의 경쟁


으로 세계의 안정적인 균형 발전에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9. 서부 영화의 추억


 















중국의 양귀비, 서양의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인류 역사상 3대 미인이라 말하는


리자베스 테일러가 최근 작고하여 그의 영화예술이 추억으로 남았다.


20세기는 영화의 시대라 할 만큼 세계적으로 미국의 영화가 번성하였고 그 주연의 


한 사람으로 에리사베스 테일러의 미모와 연기가 인기를 끌어 그 흥행을 더욱 왕성


하게 하였다. 7080 세대에게는 그가 아름다운 추억의 여우로 각인되어 심성에 잠겨


있다. 그를 비롯한 선남 미녀들이 대거 출연하여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새겨 있다.


 


미국은 다문화의 나라로서 세계에서 모인 인재들이 국가건설에 참여한 특수성이 


있어서 그들의 개척정신의 힘으로 일약 세계적 강국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체는 유럽의 선진국에서 이민한 사람으로 문화의 모태가 서양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처음 대하는 미국의 서부 개척 문화에 나타나는 호기심과 모험 그


리고 창조 개척의 박진감은 질곡의 역사로 얼룩진 한국인에게 뜨거운 감동과 열


열한 환영을 받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서양의 낯선 사랑과 도


덕을 처음에는 양풍이라 하여 오해도 있었으나 그 속에 민주정신과 창조와 개척,


배려의 문화 등의 장점을 이해하고 빠르게 수용하는 분위기 일어났고 기독교 문


화는 한국의 지도층으로 나서 신한국건설에 한몫을 하였다. 


 


미국 영화는 미국이 세계의 최강국으로 일어난 시대에 궤를 같이하는 미국 문화


하나이기도 한데, 현재 한류가 세계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한국에도


훌륭한 배우가 나타나서 인류의 마음에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한국의 문화와 풍속이 현대화되는데 50여 년에 걸쳐서 서양 영화가 큰


영향을 끼쳤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양 문화의 장단점이 있으나 서양문화를


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융합하며 독특한 한국문화를 창조한 것은 우리의 역량이다.


동양의 인의예지와 서양의 지덕체가 호응하여 창조와 개척의 시대로 이행하며


국제적 경쟁에서 서양과 대등한 구실을 하며 독특한 한류문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교문화를 고려화하고 유교문화를 조선화한 역사적 경험이 있으나


불교는 특권의식으로 기울어져 고려를 망하게 하였고, 유교는 너무나 치우쳐


문약으로 나라를 외세에 빼앗긴 경험이 있다. 현대에 와서 기독교를 비롯한


양문화를 한국화 하며 불멸의 국가 문화를 창조하는 나라이다.


세계로 뻗어 가는 한국문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역사적 실패를 또다시





한 사람의 세계적 예술인을 추억하며 이미지 문화가 주도하는 세계의 문화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정하고 세계화의 중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트렌드를 보고 우리 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