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사회적 시장경제'의 효용

위와 같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주창한 정치세력은 `사회`를 수식어로 달고 있는 좌파 정당인 사민당이 아니라 신생 우파 정당인 기민·기사연합이었습니다. 즉 기민당은 1947년 알렌 프로그램과 1949년 뒤셀도르프강령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신질서의 내용과 목표를 자본주의적 이익과 권력 추구가 아닌 국민의 행복과 번영임을 선언하고 그 구체적 내용을 차분히 제시하였습니다. 즉 계획경제도 자유경제도 모두 거부하고 경제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정의를 앞세우고, 완전한 자유경쟁을 보장하되 경제 주체들의 자기 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오랜 전통을 가진 사민당은 1925년 제정된 추상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강령을 답습하며 기민당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짐짓 무시하고 `사회적`을 시장경제에 대한 장식물 정도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선거 패배를 거쳐 1959년 고데스베르크강령을 통하여 계급정당 탈피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수용함으로써 두 개 거대 정당 모두 사회적 시장경제에 입각한 시장경제질서를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이제 독일뿐 아니라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수용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는 함께 잘사는 나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사회통합에 기여하였습니다. 집권이 어려워 보이던 사민당이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나아가 양대 거대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이 연정까지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시장경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이며 국가는 오로지 시장의 자유경쟁을 위한 질서를 만들고 시장의 심판자로서 역할하는 데 그쳐야 하며 국가의 개입으로 시장질서가 흐트러지는 일이 없어야 비로소 그 효용이 발휘될 수 있는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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