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합종연횡’ 시대…시험대 오른 대한항공의 ‘조인트 벤처’
등록 :2017-07-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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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 20년 트렌드 항공동맹체 저물고
노선공유·수익 나누는 ‘조인트벤처’ 등장
대한-델타항공 조인트벤처 신청에 경쟁사 반발
국토부 “국내 항공시장 끼치는 영향 판단할 것”
스타 얼라이언스, 스카이 팀, 원 월드…. 전세계 항공사의 ‘짝짓기’가 20년 넘게 정착하면서 소비자에게 ‘항공 동맹체(얼라이언스)’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시작은 1997년 독일 루프트한자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등 5곳이 모인 ‘스타 얼라이언스’였다. 현재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스타 얼라이언스에, 대한항공은 스카이 팀 회원사다. 회원사는 항공 동맹체 안에서 이른바 ‘코드 셰어’로 취항지별 공동운항 서비스를 하고, 통합 마일리지를 운영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왔다. 대형항공사(FSC)의 전유물이었던 항공 동맹체는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퍼졌다.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도 항공 동맹체에 가입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5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저비용항공사 7곳과 함께 ‘밸류 얼라이언스’를 만들고, 현재 필리핀 세부퍼시픽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달 뒤 이스타항공도 중국 하이난항공 계열사인 웨스트에어와 홍콩익스프레스, 우루무치항공, 럭키에어가 있는 ‘유플라이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다만 저비용항공사 동맹은 업체마다 기내식 등 부가서비스 편차가 심해 인터넷에서 회원사의 항공권을 함께 사는 정도의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항공 동맹체→조인트 벤처, 진화하는 항공업계 이처럼 ‘항공 동맹체’를 중심으로 진화한 항공업계가 최근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의 등장으로 시끄럽다. 대한항공은 18일 국토교통부에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를 맺고 아시아·태평양~미국 노선에서 항공 동맹체보다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겠다”며 조인트 벤처 운영에 대한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6월24일 미국 엘에이(LA)에서 조인트벤처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200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조인트 벤처는 기존 얼라이언스보다 한단계 진화한 형태다. 별도의 가시적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한 회사처럼 공동 영업을 해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항공 동맹체가 회원사끼리 항공권 좌석을 공유하고 나중에 비용을 정산하는 정도였지만, 조인트 벤처는 항공사끼리 수익 배분 방식을 정하고 항공사 전용터미널도 공유하는 등 보다 밀접하다. 대한항공은 조인트 벤처를 도입하면서“미국~한국~아시아를 잇는 노선망이 늘어 항공권 선택 기회가 늘어나고, 두 항공사의 연결편 일정을 조절해 이용객들이 환승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양해각서를 맺으며 “대한항공은 태평양노선 최대 항공사이자 아시아 노선이 풍부하고, 델타항공은 세계 최대 항공사이자 미국 내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며 “조인트 벤처는 항공 트렌드로 승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독점면제권’ 얻은 대한항공, “설립 승인 낙관”대한항공이 낙관하는 이유는 조인트 벤처 설립에 필수적인 ‘반독점면제권(ATI·Anti-trust immunity)’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조인트 벤처를 준비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2년 미국 교통부(DOT)에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담은 인가 신청서를 냈다. 구체적인 협정 내용은 맺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두 항공사는 미국 교통부로부터 “두 기업 사이의 협정이 공익을 해치지 않고, 경쟁을 막지 않는다”는 뜻의 ‘반독점면제권’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07년 국토부로부터 제휴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들은 반독점면제 승인을 신청하면서 조인트벤처 협정서류를 정부에 내는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이미 반독점면제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부속협정서만 추가로 제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교통부가 조인트 벤처 승인을 거절한 사례가 최근 10년 사이에 2015년 6월 조인트 벤처를 세우기로 한 아메리칸항공과 콴타스항공 사례 뿐이라는 점도 꼽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메리칸항공과 콴타스항공이 조인트 벤처를 세우려 했던 미국~호주 노선은 특성상 다른 항공사 진입이 어려운 등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사례와는 다르다”며 “조인트 벤처가 운영할 아시아~태평양 노선은 한해 아시아와 미국을 찾는 한국과 미국 이용객 수요의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항공사, “독과점 여부 다시 판단해야”그러나 국내외 항공사의 시각은 다르다. 미국~대서양 노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항공사의 조인트 벤처가 사실상 ‘공룡 항공사’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미 정부가 이미 승인한 반독점면제권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내의 한 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지난 6월 기준 미국~한국 노선 점유율(공급석 기준)이 49.1%이며 델타항공은 9.2%로 이를 합치면 58.2%인데, 독과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미국 교통부가 조인트 벤처 설립을 불허한 아메리칸항공과 콴타스항공의 미국~대양주 노선점유율(공급석 기준)이 59%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시점에서 독과점 여부를 따져보면 ‘반독점면제권’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6월24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조양호(오른쪽 둘
미국 항공업체들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미국 항공업체인 제트블루와 하와이안항공은 지난 4~5월 미 교통부에 “반독점면제권 허가 뒤 15년이 흘러 시장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조인트 벤처가 항공 트렌드라는 사실은 맞지만,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가 소비자 입장에서 코드셰어 등 기존 항공 동맹체의 제휴보다 소비자 편익(선택권 등)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11개의 미주 노선 가운데 인천~디트로이트와 인천~아틀란타 노선이 독점노선이 되는 등 7개 노선이 과점·독점으로 바뀐다”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가격 조정 등을 할 경우, 미국~한국 노선 안에서 경쟁이 줄어들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항공사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들과 조인트 벤처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 가운데 유나이티드항공과 일본 전일본공수(ANA)와 2011년 미국~일본·아시아 노선에서 조인트 벤처를 세웠다. 칼자루는 국토부·공정위로결국 국내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 ‘조인트 벤처’ 승인에 대한 ‘칼자루’는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쥐게 됐다. 국토부는 공정위로부터 조인트벤처 설립의 반독점 여부를 의뢰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60일 안에 최종 결론을 내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2007년에 제출한 서류에는 부속협정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승인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다”라며 “조인트 벤처를 세우면 국민의 편익이 얼마나 늘고, 국내 항공사가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는지 등 국내 항공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따져서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