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표의 크리스퍼 혁명(DNA 유전자 가위)
모기를 멸종시킬 수 있을까?
인류에게 안겨진 제2의 불
새로운 시대를 이끌 혁명적 도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1년에 7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모기 때문에 죽는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모기는 세상 어느 동물보다 사람에게 위협적인 동물이다. 모기가 세상에서 멸종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모기를 세상에서 멸종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의 수없이 긴 서열 중에서 필요한 서열을 인식하고 자른 다음, 필요한 서열로 바꾸거나 없애는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인공지능과 함께 인류의 특이점을 이끌 혁명적인 기술로 손꼽힌다. 《네이처》, 《사이언스》는 2015년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꼽았다. 이 기술을 이용한다면 모기를 멸종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암컷 모기의 DNA에는 두 벌이 모두 정상이 아닐 때 불임이 되는 유전자가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모기 수정란에서 이 유전자를 망가뜨린다. 그러면 성체가 된 모기는 모두 불임이다. 이 모기와 교배해 생긴 자손들 중에서 암컷은 모두 불임이기 때문에 알을 낳지 못하고, 수컷은 망가진 유전자를 다음 세대의 새끼에게 물려준다. 세대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불임인 모기 개체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결국 모기는 멸종에 이른다. SF같이 들리겠지만 이 계획은 영국 연구진들이 설계한 실험이고, 2017년 현재 중국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를 인식하고 자른다. DNA는 A, T, G, C 네 개의 알파벳이 서로 쌍을 이루어 길게 나열된 긴 서열이다. 이 알파벳 서열에는 생명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인간 DNA 서열은 총 예산 30억 달러를 들여, 13년에 걸쳐 2003년 해독이 완료됐다. 인간의 유전체는 알파벳 32억 개가 서로 쌍을 이룬 방대한 서열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32억 염기쌍에서 원하는 유전자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른 다음, 원하는 서열을 없애기도 바꾸기도 다른 서열을 집어넣기도 한다.
DNA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 여겨졌다. 그대로 보존되어 다음 세대에 나를 남기는 상징적인 매개체였다. 32억 염기쌍의 DNA 서열 중에서 필요한 서열만 골라 바꾸겠다는 것은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했고, SF에서나 그리는 미래의 일이라 여겼다. 유전자를 바꾸는 일은 유전공학자들의 마지막 성배, 궁극적 목표라 불리기도 하고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라 경계하기도 한다.
21세기의 유전공학은 크리스퍼의 등장으로 넘지 못했던 거대한 장벽을 넘고 있다. 크리스퍼의 등장으로 마침내 인류는 DNA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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