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우는소리/미산 윤의섭
밤비가 내리는
지난밤에
문풍지 우는소리
잠 못 이루고
철 따라가는 소리
몸은 늙어가는데
빗물에 젖는
창문의 흐느낌이
밤을 더 길게 하네
겨울의 상처 씻어 내는
고독의 아픈 소리
꽃망울 터트리는
탄생의 파열음
간헐히 교차하며
밤을 새우네.
20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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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노트
서양 사람들은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본다’고 하고 우리는 ‘문틈으로 들여다 본다’고 하면서 문을 닫으면
한치의 틈도 없이 꼭 들어맞는 서양식 문과는 달리 우리나라 문은 대충 짜서 달기 때문에 꼭 잘 닫아도
의례 틈이 벌어지게 된다. 문풍지는 치수의 부정확에서 생겨난 것으로 일일이 모든 것을 정확한 잣대로
재어가며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 서양의 꽉 조인 무미건조함과는 영 판 다른 우리 식 융통성의 산물이다.
문풍지는 한국 특유의 것으로 그래서 한국인이 아니면 문풍지를 들으며 깊고 깊은 밤을 보내는 그 정취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