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의 동호문답3]
문란한 정치/미산 윤의섭
손님이 또 말하기를
문란한 임금은 어떠하였읍니까?
주인이 말하기를
하의 걸.상의 주.주의 려왕.수의 양제 등은 재능이 박약한것이
아니나 쓰기를 잘못하였고 지혜가 없었던것은 아니나 간언을
거절하는데만 써서 인심잃은 외톨이로 임금의 위엄만 뽑내였고.
세상의 힘을 빼앗아 사치에 이바지 하였으니 백성이 원망하여
욕된 죽음을 당하였으니 총명을 과신한 폭군이요.
진의 2세는 조고의 간사함을 잘못 믿어 6국의 반란을 초래했고
한의 환제는 환관의 참소만 믿고 천하의 어진이들을 가두었으니
이두 임금은 어진이의 등용과 간사함을 제거함을 싫어하는것은
아니나 지혜가 부족하여 간사한사람을 치우처 믿은 폭군이요
당의 덕종은 의심이 많고 시기가 많아서 어진이에게 맡기지
않고 독재로 권력을 휘둘러 총명의 한계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위급하면 충언을 받으려고 하나 평안하면 이를 멀리
하였으므로 소인들이 그틈을 타서 유혹하는데 빠지게 되였으니
총명을 과신한 어두운 임금이요.
송의 신종은 유위有爲의 뜻을 크게 올려 성군의 정치를 실현하려
하였으나 왕안석에게 마음이 기울어 그의 꾀를 모두 써서 재리
財利를 인의로 삼고 법률로서 시서詩書(전통의 문명기록)를 대신
하였으니 소인들이 기회를 얻어 날뛰였고 어진이가 자취를 감추어
백성에게 해를 끼쳐 전란의 징조가 되였으니 이것은 간사한이를
치우처 믿은 혼군이지요.
주의 난왕.한의 원제.당의 희종.송의 영종같은 임금은 기력도 없이
계을러서 세월만 보내며 한가지의 폐단도 개혁하지 못하고 한가지
의 선책도 행하지 못하여 손과 입도 써보지 못하고 망하기를 앉아
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는 모두 보잘것 없는 용군(庸君)입니다.
손님이 또 묻기를
당의 덕종과 송의 신종은 모두 과단성은 있고 꿋꿋한 임금인데
혼군이라 함은 무엇 때문입니까?
주인이 대답하기를
저 두임금은 어둡고 유약하지는 않았으나 옳고 그른데 어두어
행동이 전도 되었으니 혼군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