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관론자였다. 한데 플로리다가 누군가. 현재 도시 경제학계의 가장 주목받는 학자다. 전 세계 도시 분야 화두인 `창조 계급` 개념을 고안해낸 주인공이 바로 그다. `도시와 창조계급`을 비롯한 그의 저작들을 관류하는 핵심 키워드가 `창조계급`인데, 요체는 사회 전 영역에 걸친 `창조적 인물`들이 대도시에 모여들수록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된다는 것.
그런 그가 이제 "두 입장이 모두 맞는다"며 기존 낙관론에 궤도 수정을 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도시 위기가 도래해서다. 이전의 도시 위기는 `도심공동화 현상`이 핵심이었다. 1960~1970년대 미국 얘기다. 탈산업화와 백인들의 도심 이탈로 미국의 대도시들은 중심부가 텅 비어버렸다. 1970년대 뉴욕(지금은 세계 최고 도시 중 한 곳이지만)이 한 예다. 사람과 일자리와 산업은 교외로 속속 떠났다.
저자가 볼 때 새로운 도시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전면적"이다. 그는 이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①뉴욕, 런던, 홍콩, 파리 등 선도적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한 소수의 슈퍼 도시들과 나머지 도시들 간 경제 격차가 심화된다(승자독식 도시화). ②글로벌 거부들이 이들 도시를 사금고화하며 주택가격은 날로 치솟는다. 이에 음악가, 미술가 등 `창조 계급`들의 도시 진입이 어려워진다(금권도시화).
이어지는 세 가지는 두 문제의 연장이다. ③도시에 중산층 거주 지역이 사라진다(중산층 소멸). ④교외지역이 가난, 치안 불안, 범죄가 만연하며 경제적·인종적 분리가 심화된다(교외지역 문제). ⑤개발도상국이 이 모든 전철을 고스란히 밟는다(개발도상국 위기).
암담해지는가. 낙심할 건 없다. 저자가 도시화에 대한 신뢰마저 저버린 건 아니다. "나의 도시 낙관주의가 비록 완화되긴 했지만 나는 도시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도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해결책도 도시에서 나온다… 새로운 도시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도시화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른다. 필히 정독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난제에 대한 처방전이 제시돼서다. 골자는 지방세인 재산세를 토지가치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토지 개발이 미약할수록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고안했고, 헨리 조지가 열렬히 주창했던 방안이다.
저자는 쓴다. "토지가치세는 폭넓은 경제학자와 도시학자들로부터 분파를 초월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제도는 필요한 곳에 더 많은 건물을 짓도록 촉진해 인구밀도와 집적도를 높이고 도시와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읽다 보면 저자가 사회적 공동선에 얼마나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가 절절히 전해진다. 그 진정성이야말로 이 책을 완독하게 이끄는 힘일 것이다. 비록 미국을 얘기하지만 인구 1000만 도시 서울이 있는 우리에게도 경청하고 곱씹을 대목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