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새밀 2018. 7. 7. 11:15

탐욕이 지배하는 도시의 미래를 묻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 1만8000원

  • 김시균 기자
  • 입력 : 2018.07.06 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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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도시 전문가들은 크게 두 진영으로 갈린다. 도시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도시화와 관련해 이들 견해는 서로 판이한데, 대략 이런 식이다. 낙관론자는 도시재생과 도시화의 힘에 방점을 찍는다. 작금의 도시들은 어느 시기보다 풍요롭고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본다.
도시화야말로 사회 개선의 원천이므로 국가가 도시와 시장에 자율성을 위임해야만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된다. 비관론자들은 반대다. 이들은 빛보다 어둠을 본다. 현대 도시는 외양상 화려하나 그 이면은 모순의 복합체다. 마치 봉건제 귀족들처럼 과시형 소비를 일삼는 부유층의 불가침 영역과 외곽의 음침한 변두리로 밀려난 대중으로 이원화된다. 그래서 이들에게 도시재생의 본질이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의 돈놀음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소수 계층이 저소득 원주민을 밀어낸 도시의 재식민지화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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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관론자였다. 한데 플로리다가 누군가. 현재 도시 경제학계의 가장 주목받는 학자다. 전 세계 도시 분야 화두인 `창조 계급` 개념을 고안해낸 주인공이 바로 그다. `도시와 창조계급`을 비롯한 그의 저작들을 관류하는 핵심 키워드가 `창조계급`인데, 요체는 사회 전 영역에 걸친 `창조적 인물`들이 대도시에 모여들수록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된다는 것.

그런 그가 이제 "두 입장이 모두 맞는다"며 기존 낙관론에 궤도 수정을 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도시 위기가 도래해서다. 이전의 도시 위기는 `도심공동화 현상`이 핵심이었다. 1960~1970년대 미국 얘기다. 탈산업화와 백인들의 도심 이탈로 미국의 대도시들은 중심부가 텅 비어버렸다. 1970년대 뉴욕(지금은 세계 최고 도시 중 한 곳이지만)이 한 예다. 사람과 일자리와 산업은 교외로 속속 떠났다.

저자가 볼 때 새로운 도시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전면적"이다. 그는 이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①뉴욕, 런던, 홍콩, 파리 등 선도적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한 소수의 슈퍼 도시들과 나머지 도시들 간 경제 격차가 심화된다(승자독식 도시화). ②글로벌 거부들이 이들 도시를 사금고화하며 주택가격은 날로 치솟는다. 이에 음악가, 미술가 등 `창조 계급`들의 도시 진입이 어려워진다(금권도시화).

이어지는 세 가지는 두 문제의 연장이다. ③도시에 중산층 거주 지역이 사라진다(중산층 소멸). ④교외지역이 가난, 치안 불안, 범죄가 만연하며 경제적·인종적 분리가 심화된다(교외지역 문제). ⑤개발도상국이 이 모든 전철을 고스란히 밟는다(개발도상국 위기).

암담해지는가. 낙심할 건 없다. 저자가 도시화에 대한 신뢰마저 저버린 건 아니다. "나의 도시 낙관주의가 비록 완화되긴 했지만 나는 도시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도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해결책도 도시에서 나온다… 새로운 도시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도시화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른다. 필히 정독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난제에 대한 처방전이 제시돼서다. 골자는 지방세인 재산세를 토지가치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토지 개발이 미약할수록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고안했고, 헨리 조지가 열렬히 주창했던 방안이다.

저자는 쓴다. "토지가치세는 폭넓은 경제학자와 도시학자들로부터 분파를 초월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제도는 필요한 곳에 더 많은 건물을 짓도록 촉진해 인구밀도와 집적도를 높이고 도시와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 이 밖에 대중교통 인프라스트럭처 확대, 적정가의 임대주택 건설 촉진, 저임금 서비스 직군의 고임금 일자리화, 도시와 지역사회 권한 강화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읽다 보면 저자가 사회적 공동선에 얼마나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가 절절히 전해진다. 그 진정성이야말로 이 책을 완독하게 이끄는 힘일 것이다. 비록 미국을 얘기하지만 인구 1000만 도시 서울이 있는 우리에게도 경청하고 곱씹을 대목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