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의 자작시

추석 밑에서

새밀 2012. 9. 27. 09:16

 

336

 

 

추석 밑에서/미산 윤의섭

 

풋내가 가시지 않았는데

이슬이 차니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게 한다

 

억수 같은 비가 퍼붓고

태풍의 광폭한 칼날에

농어촌의 파괴된 상처로

신음이 아직도 들리는데

 

벼이 삭은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이고

먼저 익은 과수의 골라 따기

새로 심은 채소밭의 거름주기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추석이 다가오니

밀린 외상값도 갚아야 하고

신세를 끼친 귀인에게

고마움은 어떻게 표현할까?

 

추석을 앞둔 밤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뒤척뒤척 어른거려

추억과 기대감이 뒤섞여

잠 못 이룬다.